핫게 실시간 커뮤니티 인기글
종합 (5099429)  썸네일on   다크모드 on
| 26/08/08 23:37 | 추천 25 | 조회 22

[유머] 담배고양이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대사.jpg +25 [7]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76252071

담배고양이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대사.jpg


담배고양이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대사.jpg_1.webp


담배고양이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대사.jpg_2.webp


담배고양이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대사.jpg_3.webp


담배고양이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대사.jpg_4.webp


담배고양이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대사.jpg_5.webp


주인공 야니네코의 학창시절 후배이자 옆집 이웃인 야쿠네코는

작중에서 직접적으로 그렇다고 전혀 명시되지는 않지만

단순 번호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도소에 있는 죄수마냥 복명복창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과거 약물 범죄로 인해 교도소에서 복역까지 한 어두운 과거가 있다는 암시와 함께

출소 후에도 여전히 당시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줌



담배고양이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대사.jpg_6.webp


담배고양이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대사.jpg_7.webp


여기서 자신 때문에 많이 창피하게 됐다고 야니네코에게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수인이라는 사회적 위치, 약물 범죄 전과, 교도소에서의 뼈아픈 트라우마,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약물 중독, 사회복귀의 어려움. 등

본인이 가장 숨기고 싶었을 과거가 여러 사람들이 부대끼는 공공장소에서

본의 아니게 타인들에게 노출되는 셈이라

자신이 창피한 건 둘째치더라도 같이 있는 일행까지 자신처럼 이상하게 보일까봐 

우울한 목소리로 야니네코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함




담배고양이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대사.jpg_8.webp


담배고양이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대사.jpg_9.webp


그런데 거기서 야니네코의 대답이 굉장히 기가 막힘


"괜찮다냥. 너 때문에 창피한 게 하루이틀이냥?"

?
보통의 드라마 장르라면 이 순간 굉장히 쉽게 감동적인 장면으로 만들 수 있을거임


예를 들어 서글픈 OST가 깔리고 야니네코의 표정을 진지한 표정으로 바꾸게 한 다음


"너 바보냥? 난 네가 하나도 창피하지 않다냥."


라고 한다든가



"너는 이미 죗값을 치렀잖냥."


라든가


“과거가 어떻든 넌 내 소중한 후배다냥.”



같은 말을 할 수도 있었을거임 메시지도 명확해지고 감동도 쉽게 챙길 수 있고

그런데 작품을 그런 쉬운 길을 몽땅 다 버리고 하는 말이

“괜찮다냥. 너 때문에 창피한 게 하루이틀이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이 한마디가 역설적이게도

정말 이상할 정도로 엄청나게 위로가 됨

표면적으로만 보면 위로라고 하기에도 애매함.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풀이 죽은 상대방을 한 번 더 긁는 말에 가까움

야쿠네코는 자기 때문에 선배가 창피했을까 걱정하고 있는데,

돌아온 대답은 사실상 "야, 네가 나 쪽팔리게 한 게 어디 한두번이냐?" 니까ㅋㅋㅋㅋ


여기서 "저 때문에 많이 창피하셨죠?"라는 질문에는 단순한 사과 이상의 의미가 들어 있음


"선배도 지금의 나를 보고 부끄럽다고 생각하나요?"


어쩌면 더 깊게는,


"내 과거를 알고도 여전히 예전같은 후배로 봐주나요?"


라는 불안까지도 희미하게 깔려 있을 것이다.


보통의 작품이라면 바로 이 지점에서 야니네코에게 덕담을 말하게 만들었을 거임


“과거가 어떻든 넌 너다.”


“난 널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죗값을 치렀으니 이제 고개 숙이지 마라.”


틀린 말은 아님 오히려 아주 좋은 말들임.


근데 문제는 이게 너무 정확하게 좋은 덕담이라는 거임


캐릭터가 상대를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캐릭터의 입을 빌려

이 장면의 의미를 구구절절 관객에게 설명하기 시작하는거나 다름이 없는거니까

야쿠네코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야니네코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객이 이 장면에서 무엇을 스스로 느낄 수 있을지까지 대사가 전부 정리해버리는 것이니까.


담배고양이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대사.jpg_10.webp

이 대사의 좋은 점은 야쿠네코가 가장 특별하게 의식하고 있는


자신의 수치스러운 과거를 야니네코가 오히려
전혀 특별취급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음


야쿠네코는 지금 자기 안에서 '전과자였던 자신', '교도소에 갔다 온 자신'

'죄수번호에 아직도 반응하는 자신'을 굉장히 크게 느끼고 있다.


그런데 야니네코는 거기에 대고 사실상 이렇게 말한다.


"그게 뭐 그렇게 새삼스러운 일이냐?"


"너는 원래 예전부터 나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고, 창피하게 만들기도 했고, 별별 모습을 다 보여줬다."

"너랑 내가 급식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알고 지냈듯 이번 일도 그 수많은 일 가운데 하나일 뿐이야."


그러니까 말의 표면은 놀림인데, 관계의 층위에서 볼 때는

오히려 굉장히 강한 위로와 수용이 된다는 거임


"이번 일 때문에 내가 너를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러한 의미를 대사에서 직접적으로는 전혀 말하지 않는다는 점임


심지어 우리의 주인공 ㅈ냥이 야니네코 본인이

정말 그런 심오한 뜻까지 생각하면서 말했는지도 알 수가 없음

이 ㅈ냥이가 그냥 후배의 질문에

아무 생각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을 확률도 적지 않을테니까ㅋㅋㅋㅋ



담배고양이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대사.jpg_11.webp


그런데 이 대화가 진짜 미친 건 여기서 끝나지 않는데,


야니네코가 저렇게 말하면 야쿠네코가 감동한 표정을 짓고 잠깐의 침묵과 함께

"... 감사해요, 선배..." 라고 했어도 장면 자체는 충분히 감동적으로 성립했을 것임


그런데 이 작품은 그것마저 안 함


야니네코의 대답을 들은 야쿠네코는 아주 무심하게 한마디 한다.


"딱히 위로는 안 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한마디가 정말 결정적임 작품이 방금 만들어낸 감동을

자기 손으로 다시 한 번 망가뜨리는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ㅋㅋㅋㅋ


관객이 야니네코의 말을 곱씹으면서


"어, 사실 저거 되게 따뜻한 말 아닌가?" 라고 생각하려는 순간 야쿠네코가 바로


"아뇨, 그걸 지금 위로라고 하는 건가요?" 
라고 태클을 걸어버리는 셈이다.


이것 때문에 본 장면은 사실 표면적으로는 그다지 아름답게 봉합되지가 않음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야니네코의 말에는 분명 호의가 있을 수 있음


하지만 그렇다고 그 호의 때문에 무례한 표현까지 아름다운 말로 둔갑하지는 않음


야쿠네코 역시 선배가 자신을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는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선배의 서툰 마음이 전해졌어요."


같은 식으로 야니네코의 호의를 대신 번역을 해주지도 않는다


그저


"딱히 위로는 안 되네요." 라고 받아칠 뿐


그리고 둘의 관계에는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음.


담배고양이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대사.jpg_12.webp



그런데 나는 이 장면이 정말 정말 좋다.


둘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아도 되고, 완벽한 말을 해주지 않아도 되며,

상대가 건넨 호의를 완벽하게 받아줄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관계는 계속된다.


이건 흔히 작품에서 묘사되는 이상적인 위로 보다

오히려 훨씬 '실제 인간관계에 가까운 모습'처럼 느껴짐


무엇보다 이 장면에는 아무도 작품의 주제를 대신 설명하지 않는다.


야니네코는 전과자의 갱생이나 사회적 낙인에 대해 굳이 말하지 않는다.


야쿠네코도 자신의 교도소 생활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굳이 장황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작품 역시 둘의 관계가 얼마나 따뜻한지 딱히 강조하지 않는다.


그냥 한 사람은 자신의 과거가 몸에 남아 있는 모습을 들켜 부끄러워하고,


다른 한 사람은 ㅈ냥이답게 이게 위로하는건지 그냥 놀리는건지 모를 이상한 대답을 건네고,


상대는 "그걸 지금 위로라고 하는 건가요." 라고 받아친다.


그냥 끝이다.


그런데 관객들은 몇 초 되지도 않은 이 짧은 대화를 보고 두 사람의 관계를 거의 전부 이해하게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렇게 강조했던 관찰의 중요성을 

이런 대목에서 가장 선명하게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을 제대로 관찰한 작가는 굳이 인간관계를

구구절절 나무위키 설정집까지 써가며 설명하려 들지 않아도,

몇 마디의 어색하고 불완전한 대화만으로도 그들이 어떤 시간을 함께 살아왔는지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


담배고양이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대사.jpg_13.webp


 즉 대사에 구구절절 살을 붙여서 많은 의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의미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정확한 말을 골라주는 것.


 화려하고 철학적인 문장을 쓰는 능력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능력임

 오히려 정말 잘 쓴 생활대사는 문장만 떼어놓으면 별 것 없어 보이는 경우가 많음

 "괜찮다냥. 너 때문에 창피한 게 하루이틀이냥?"

"딱히 위로는 안 되네요."

작품을 모르는 사람에게 이 두 문장만 보여준다면 그냥 평범한 개그 대화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와 야쿠네코의 과거를 알고 있는 관객에게는 전혀 다르게 들린다.

 즉 이 대사의 힘은 문장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장 뒤에 축적된 사람과 시간 속에 있다.

 나는 이런 게 정말 쓰기 어려운 고난이도 작법이라고 봄

 멋있는 문장은 작가 혼자서도 만들 수 있지만

이런 말을 쓰려면 이 캐릭터가 어떤 인간인지, 둘 사이에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는지,

어느 정도의 무례함까지 허용되는 관계인지, 상대가 이 말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지를 모두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좋은 대사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음



좋은 대사란 작가가 멋있는 말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이 그 순간 그 사람에게 할 수 밖에 없는 말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

작가가 얼마나 멋진 말을 생각해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이 그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생생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신고하기]

댓글(7)

이전글 목록 다음글

12 3 4 5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