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2달 만에 잘렸다

오늘 점심에 상사한테 불려갔는데 설마설마했더니 권고사직이네 ㅅㅂ

실력이 부족하다, 너무 초짜다, 이건 받아들일 수 있었음. 내가 실력이 폐급인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직장 다니면서 2달 동안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해 더 여러모로 배울 수 있긴 했음.

그런데 거기서 대는 권고사직당한 진짜 이유가 뭐라는 줄 암? 나보고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의지가 없다고 하네. 다른 연차 높은 직장동료(말이 동료지 실질적으로는 선임)한테 알아서 계속 물어보고 배워야 하는데, 2달간 기회를 줬음에도 그러는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고 함.

더군다나 팀장이나 다른 선임들이 내가 실력 부족하니까 실력 키울 목적으로 내준 과제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제출하지도 않아서 더 그렇다고 함.

그 말을 들으니까 그때만큼 어이가 없을 수가 없었음.

2달을, 60일을, 내가 선임들한테 물어보려고 해도 '바쁘다', '나중에 알려주겠다', '지금 뭐 해야하니까 나중에' 라는 말을 물은게 태반임. 설령 가르쳐주더라도 도중에 일이 생겨서 기약없이 다음을 기다려야하는게 일수였음.

그리고 과제? 내가 다 했으니까 혹시 검사해줄수 있나 물어보고 싶어도 '지금 검사하기 바쁘니까 나중에' 라고 들은게 몇번인지도 모르겠음. 그래서 몇번을 그리 반복하니 '아, 지금은 바쁘시구나' 하고 기다렸음.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었음. 내가 일하는 분야 자체가 하루 눈코뜰새 없이 바쁘긴 하니까. 그런데 이제와서 뭐 과제를 불성실하게 수행한다고?

물론 그 중엔 내가 몇개를 제대로 못한 것도 있었던 건 사실임. 다만 그것도 일이 겹친 것도 있고 당장 닥친 일도 해결해야 해서 바쁜게 있어서 그랬지. 그런데 '죄송합니다, 뭐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하고 조심스럽게 해명하려고 해도 '지금 말대꾸? 변명? 토다는거임?' 로 일축하고는 내가 뭐라 뒷말을 붙이려는 순간 무조건 나를 죽을 죄를 지은 죄인으로 몰고가더라. 난 뭐를 해도, 죄인이 될 수 밖에 없었음.

그렇게 참고, 참고 또 견뎠더니, 오늘 직장 쪽에선 나보고 권고사직으로 10월 31일까지만 일하고 그만두라고 하네. 수습기간 끝까지 채울 기회를 준다면서. 이런 생각하면 안되지만, 그 말이 내게는 수습 끝까지 부려먹고 내쳐버리겠다는 말로 들리더라.

결국 그냥 오늘까지만 일하고 그만두기로 했음. 그런데 그러고 나서 팀장이 나한테 와서 묻더라. '정말로 그만둘거냐, 그래도 끝까지 일해서 달라진 모습 보여주면 기회를 새로 주지 않겠냐' 그러면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그 순간 나는 그 인간이 그때만큼 소름돋고 역겨워보일수가 없었음. 그 양반이 윗선한테 내가 배우려는 태도도 보이지 않고 과제도 제대로 안한다 귀띔해서 이 사달이 나도록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일조한 사람이었거든.

사람이, 사람이 그렇게 역겨워보일수가 없더라. 게다가 설령 내가 남은 한달동안 더 열심히 노력한다 한들, 앞으로도 직장에 공사 리모델링 등등 안그래도 가뜩이나 힘든 일정에 차질 생길 일이 한두개 벌어질게 아니었던지라 그닥 달라질 것 같지도 않았음.

그래서 더는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어쩌면 어리석게도 오늘 바로 그만둠. 여기 직장이 나쁜 곳이라는 말은 아님. 다들 프로의식도 있고 일도 철저하게 돌아갔거든. 그렇지만 내가 오래 머물러서 배워가기에 적합한 곳을 아니라고 생각해 그만둠.

어제까지만 해도 죽기살기로 1년은 버티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렇게 일 겪고 나니까 나도 더는 이런곳에 다니고 싶지 않네.

시발... 면접 열군데는 넘게 넣어서 날 받아준 곳이 여기였는데 여기마저 이렇게 되면... 앞으로 어떻하냐...

달리 넋두리할 데도 없어서 여기라도 똥글 싸지르듯이 쓴다...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