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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로미 | 15:27 | 추천 2 | 조회 861

일본어 하나도 안 배운 당신도 사실 일본어의 70%를 알고 있다 +42 [29]

웃긴대학 원문링크 https://m.humoruniv.com/board/read.html?table=pds&number=1426547



안녕하세요, 쵸로미예요 😊

일본말을 듣다가 “어?? 방금 한국말 아니야?” 싶었던 적 있으시죠?

家族(가조쿠)가족
約束(약소쿠)약속 準備(쥰비)준비 高速道路(고소쿠도로)고속도로 일본어를 일정 수준 이상 공부하신 분들 특히 중국어까지 어느 정도 공부해보신 분들은 아마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바로 감이 오실 거예요.
처음 들었는데도 이상하게 뜻이 짐작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냥 우연히 비슷한 걸까요?
아니에요.
생각해 보면 오히려 비슷한 게 당연합니다. 한국어에도 한자어가 굉장히 많고, 일본어 역시 한자계 어휘가 엄청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 모두 중국에서 한자를 받아들일 때 글자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중국어의 발음도 함께 가져왔습니다.
다만 중국어의 소리를 그대로 복사할 수는 없었겠죠.
한국 사람은 한국어에서 낼 수 있는 소리로, 일본 사람은 일본어에서 낼 수 있는 소리로 최대한 비슷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전혀 다른 언어처럼 들려도 조금 뜯어보면 아주 규칙적인 흔적이 남아 있어요.
그 큰 흐름만 알아도 일본어 한자음이 훨씬 덜 낯설게 느껴질 거예요.
일본어를 공부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늘은 양국의 한자음 사이에 숨어 있는 규칙들을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 한자 발음은 생각보다 규칙적입니다.
중국에서 한자를 읽는 소리와, 같은 한자를 한국에서 읽는 소리, 일본에서 읽는 소리를 비교해 보면 생각보다 일정한 대응 규칙이 보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초성입니다. 예를 들어 옛 중국어의 g(ji), k 계열은 한국어에서는 주로 ㄱ/ㅋ, 일본어에서는 か행으로 나타납니다.
古 gǔ → 고 / こ 高 gāo → 고 / こう 國 guó → 국 / こく 家 jiā → 가 / か 間 jiān → 간 / かん
t 계열도 비슷합니다. t → ㄷ/ㅌ / た행 東 dōng → 동 / とう 天 tiān → 천 / てん 通 tōng → 통 / つう
p 계열은 b, p → ㅂ/ㅍ / 일본어 は행 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百 bǎi → 백 / ひゃく 半 bàn → 반 / はん 法 fǎ → 법 / ほう m 계열은 조금 더 재미있습니다. 한국어에서는 대체로 ㅁ으로 남았는데 일본어에서는 ま행과 ば행이 섞여 있습니다.
民 mín → 민 / みん 明 míng → 명 / めい·みょう 門 mén → 문 / もん 馬 mǎ → 마 / ば 萬 wàn → 만 / ばん 文 wén → 문 / ぶん
ま행과 ば행이 섞여 있는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겠습니다.
l/r 계열은 비교적 알아보기 쉽습니다. l → ㄹ / ら행 來 lái → 래 / らい 力 lì → 력 / りょく 立 lì → 립 / りつ
이쯤 되면 한국 한자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 일본 한자음을 볼 때 완전히 처음 보는 소리는 아니라는 게 조금 보이죠?

모음에도 패턴이 있습니다
물론 모음은 초성과 종성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그래도 반복해서 보이는 형태는 있어요.
a 계열 → ㅏ / あ 계열 家 → 가 / か 山 → 산 / さん 安 → 안 / あん
i 계열 → ㅣ / い 계열 民 → 민 / みん 新 → 신 / しん 一 → 일 / いち
그리고 j, y, h 같은 활음이 섞여 있던 운모는 한국어에서는 ㅕ/ㅛ/ㅠ 같은 형태로, 일본어에서는 きょ/りょ/みょ/りゅ 같은 요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京 → 경 / きょう 明 → 명 / みょう 力 → 력 / りょく 龍 → 룡 / りゅう

제일 재미있는 건 역시 받침입니다
받침으로 가면 규칙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옛 중국어의 -n 계열은 한국어에서는 ㄴ, 일본어에서는 ん으로 남았습니다. 山 shan → 산 → さん 天 tian → 천 → てん 年 nian → 년 → ねん -m 계열은 한국어에서는 ㅁ으로 남았고 일본어에서는 처음에는 ム로 표기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n과 함께 ん으로 합쳐졌습니다. 三 san → 삼 → さん 南 nan → 남 → なん
그래서 현대 일본어만 보면 山도 さん 三도 さん 이라서 차이를 알 수 없어요. 그런데 한국어로 보면 山 = 산 三 = 삼 입니다.
일본어와 현대 중국어에선 사라졌지만,
한국 한자음에는 옛 중국어의 -n과 -m 차이가 남아 있는 것이죠.

또 재미있는 건 -k입니다. 옛 중국어에는 k로 끝나는 한자가 많았는데 현대 표준중국어에서는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한국어와 일본어에는 아직 흔적이 남아 있어요.
國 고중국어 kwok 한국어 국 일본어 こく 현대 중국어 guó
學 고중국어 haewk
한국어 학 일본어 がく 현대 중국어 xué
石 고중국어 dzyek 한국어 석 일본어 せき 현대 중국어 shí
현대 중국어만 보면 國 guó에서 k의 흔적을 찾기가 어렵죠. 그런데 '국'과 'こく'를 나란히 놓으면 “아, 원래 뒤에 k 계열 소리가 있었겠구나.” 하고 거꾸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t 계열도 재미있습니다. 옛 중국어의 -t는 한국 한자음에서는 주로 ㄹ 받침, 일본어에서는 つ·ち 계열로 나타납니다. 一 yī → 일 → いち 七 qī → 칠 → しち 質 zhì → 질 → しつ 즉, -t → ㄹ / つ·ち 입니다.
-p 계열은 한국어에서는 ㅂ 받침으로 남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음절 끝에 p를 둘 수 없으니 모음을 붙여 -pu 계열로 받아들였고, 이후 일본어 자체의 음운 변화를 거치면서 많은 경우 ふ→ う 장음으로 변했습니다.
十 고중국어 dzyip → 현대 중국어 shí → 한국어 십 → 일본어 じゅう 入 고중국어 nyip → 현대 중국어 rù → 한국어 입 → 일본어 にゅう 이러한 대응표를 한 번 알고 나면 일본 한자음이 갑자기 랜덤하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한자 발음을 조립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에 기반하여 일본 발음을 재구축해볼까요?
예를 들어 대한민국 = 大韓民國
하나씩 보면, 大 대 → だい 한국어 ㄷ 계열 ↔ 일본어 だ 계열 대응
한국어 ㅐ 계열 ↔ 일본어 あい 계열 대응

韓 한 → かん 초성 ㅎ 계열 ↔ 일본 한자음에서 か행 + ㄴ 받침 → ん
民 민 → みん ㅁ → ま행, ㅣ → い, ㄴ → ん
國 국 → こく ㄱ → か행, ㄱ 받침 → く
그래서 조립하면 대한민국 → 大韓民國 → だいかんみんこく
실제 일본어 발음과 일치합니다.
따라서 이론상, 변환규칙만 이해한다면, 일본어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은 한국인도 이미 일본어 단어 2만개를 알고 있는 셈이에요.

京은 왜 きょう도 되고 けい도 될까요?
여기까지 규칙을 발견하고 신나 있다가 일본어 공부가 또 뒤통수를 칩니다. 京都는 きょうと인데 京阪은 けいはん입니다.
“아니 방금 규칙 있다며???” 이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일본은 중국 한자음을 한 시대에 한 번만 받아들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의 발음이 여러 차례 들어왔고, 대표적인 것이 5~6세기경 오나라를 통해 받아들인 呉音과 7~9세기 당나라 장안의 발음을 기반으로 한 漢音입니다.
京의 경우 呉音 → きょう 漢音 → けい 가 함께 남았습니다.
또 한자를 외울때 귀찮았던 것이 ㅁ계열이었을 겁니다. 일본어에서 어떨때는 ま로 읽고, 어떨 때는 ば로 읽으니까요. 이또한 呉音과 漢音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萬 만 → 呉音 まん / 漢音 ばん 文 문 → 呉音 もん / 漢音 ぶん 無 무 → 呉音 む / 漢音 ぶ 味 미 → 呉音 み / 漢音 び 그래서 일본 한자음이 가끔 “규칙을 찾은 것 같은데 왜 갑자기 두 개야?” 하고 사람을 괴롭히는 겁니다ㅋㅋㅋ
사실 규칙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의 규칙이 겹쳐 있는 거예요.

일본어 장음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일본어 처음 배울 때 은근 짜증나는 것 중 하나가 장음이죠. 어떤거는 こ、어떤거는 こう ど와 どう、も와 もう、ろ와 ろう
“그냥 코, 도라고 하면 안 돼? 왜 굳이 う를 하나 더 붙이는 거야...” 싶은데요.
이제 ㅇ, ㅂ 받침이면 장음인건 알겠는데, ㅇ받침이 없는데도 장음인 것들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것도 옛날 발음을 보면 이유가 보입니다. 대표적인 게 道입니다. 현대 중국어로 dào, 한국어로 도, 일본어로 どう(dō)라고 합니다.
그런데 고중국어의 道는 대략 daw 계열로 재구성됩니다.
일본에서는 이것을 옛날에 だう(dau)의 형태로 받아들였고, 일본어 내부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だう → どう → dō 로 변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보이는 う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길게 읽으라고 붙어 있는 글자가 아니라 예전에 실제로 있었던 모음의 흔적인 겁니다.
高 gāo → こう 老 lǎo → ろう 毛 máo → もう 道 dào → どう 도 마찬가지고요.
이처럼 현대 중국어 -ao와 일본어 -ou 장음이 나란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완전히 우연은 아닙니다.

동국정운을 보면 정말 감탄스러워요
한자음을 보다 보면 조선의 「동국정운」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1448년 세종 때 만들어진 책입니다.
그런데 당시 학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읽으니 그냥 적자.” 하고 끝낸 게 아니었습니다.
중국의 운서와 음운 체계를 분석하고, 당시 한국에서 이미 합쳐져 버린 소리까지 원래 중국어에서는 어떻게 구별되었는지를 따져 그 차이를 한글로 표시하려고 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道 dào → どう 도 마찬가지예요. 조선 후기에는 '도'라고 읽지만 동국정운에는 정확히 'ᄃᅸ'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이게 쵸로미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녹음기도, 음성 분석 프로그램도, 인터넷도 없던 시대에 중국의 운서와 여러 한자음 자료만 가지고 “지금은 같아졌지만 원래는 다른 소리였을 것이다.” 라는 걸 분석한 거니까요. 특히 훈민정음이 막 만들어진 시대였기 때문에 기존 문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음가까지 새 문자로 세밀하게 표시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세 나라의 한자음은 하나의 퍼즐입니다
중국어도 천 년 동안 변했습니다. 한국어도 변했고, 일본어도 변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소리는 중국어에서 사라졌는데 한국어에 남아 있고, 어떤 소리는 한국어에서 사라졌는데 일본어에 남아 있고, 일본어에서는 하나로 합쳐진 소리가 한국어에서는 여전히 둘로 구별되어 있기도 합니다.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그리고 필요하다면 베트남 한자음이나 중국의 여러 방언까지 비교하면 한 언어에서 사라진 소리를 다른 언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서 천 년 전 사람들이 어떤 소리로 한자를 읽었는지 복원하는 거예요. 쵸로미는 이게 한자 공부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글자 하나를 외우는 게 아니라 “이 소리가 중국에서는 이렇게 변했고, 한국에서는 이렇게 남았고, 일본에서는 저렇게 변했구나.”
하고 따라가다 보면
한자가 갑자기 암기과목이 아니라 언어 화석을 발굴하는 퍼즐처럼 느껴집니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 볼게요.
물론 일본어를 하나도 안 배운 한국인이 진짜 일본어를 말하고 알아듣는다는 뜻은 아니예요.
문법도 다르고, 동사, 형용사, 고유어도 다르고, 같은 한자도 뜻이 다른 경우가 있고, 呉音, 漢音과 수많은 예외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자어에 한정해서 보면 한국인은 정말 엄청난 선행학습을 끝내고 일본어를 시작하는 셈입니다.
運動을 처음 배우는 외국인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단어지만
한국인에게는 운동은 うんどう 道路도 どうろ 国民도 こくみん 입니다.
그래서 일본어 한자어를 처음부터 새로운 단어라고 생각하고 통째로 외우기보다는 “내가 이미 아는 한국 한자음이 일본에서는 어떤 규칙으로 바뀌었을까?” 라고 생각해 보세요. 처음에는 그냥 몇 개가 보이다가 어느 순간, 처음 보는 한자인데도 “이거 일본어로 이렇게 읽는 거 아니야?” 하고 찍었는데 맞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부터 좀 재미있어질 거예요.
한국어와 일본어의 한자음은 서로 상관없는 두 개의 암기표가 아니라 천 년 전 같은 소리에서 갈라져 나온 서로 다른 두 개의 흔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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