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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 | 17:09 | 추천 16 | 조회 41

#3 관리소장과 전쟁을 시작했다 +48 [13]

보배드림 원문링크 https://m.bobaedream.co.kr/board/bbs_view/best/1022988

#3 경찰서에 가다


관리소장을 이길 방법을 고민했다.

소리를 크게 지르는 건 자신 없었다.

욕을 하는 것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주변에선

엄머 남편없어? 남자친구라도 없어요?

그러니깐 이럴때 남자가 있어야 한다니깐 떼잉..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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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는가?

나는 싱글이다.

혼자 힘으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구청 공동주택관리과에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하나씩 설명했다.

"동대표가 누군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 게시판도 없습니다."

"동대표회의는 서면결의로만 진행해서 방청도 할 수 없습니다."

"관리소장이 소리를 지르면서 위협을 합니다."

 

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그 정도면 경찰서에 찾아가보시는게 어떨까요?"

"...?"

"관리소 비리나 협박위협 같은 부분은 경찰에서 고소진행 도와줄 수 있습니다.

구청에서는 강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지에 권고만 해줄 수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강압적으로 하면 오히려 저희가 민원을 당할 수도 있는 위치입니다." 


경찰?

 

나는 잠시 멍해졌다.

생각해 보니...

태어나서 경찰서에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

'살면서 경찰서도 한 번은 가봐야지.'

이왕 이렇게 된 거 경험해 보자.

---

 

다음 날.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경찰서 민원실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평화로웠다.


민원실 직원이 종이를 한 장 내밀었다.

"내용 적어서 제출하세요."

그렇게 접수가 끝났다.

 ...

며칠 뒤 담당 경찰관에게 연락이 왔다.

진술을 위해 다시 경찰서를 찾았다.

세명이서 쓰는 작은 조사실.

나는 책상 귀퉁이에 의자를 하나 놓고 앉았다.

드라마에서 보던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다.

 

50대쯤 되어 보이는 경찰관이 컴퓨터 앞에 앉아 물었다.

"관리소장이 소리를 질렀다는 거죠?"

"."

"삿대질도 했고요?"

"."

경찰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손이 몸에 닿았습니까?"

"...아니요."

"신체에 피해를 입었습니까?"

"...아니요."

잠시 침묵.

그리고 경찰관이 말했다.

"그럼 쉽지 않습니다."

"...?"

"차라리 맞았으면 명확한데."

"..."

"..."

 

잠깐.. 지금 안맞아서 접수 안된다는 건가..

"그럼 한 번 더 찾아가서 맞고 올까요?"

순간 경찰관의 손이 멈췄다.

"아니요!"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

농담 반진담 반이었는데 경찰관은 꽤 진지했다.

 

---

"그럼 어떤 걸로는 접수가 가능합니까?"

경찰관은 차분히 설명했다.

"관리비 횡령이나 배임 증거를 찾아오시면 가능하고요.

말씀하신 게시물을 떼어간 것도 재물손괴죄로 신고는 가능합니다."

"다만..."

 '다만'이 참 길었다.

"그쪽에서 아니라고 하면 입증이 쉽지는 않습니다.

자기들이 관리 책임있다고 당연히 잡아 떼겠죠. 그럼 뭐라고 하실꺼예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거의 인생 상담처럼 말했다.

 

"아유...그냥 참으세요.

고소가 뭐가 좋은거라고 그걸 하려고 하세요."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포기하고 살면 편하다.

하지만 하나 마음에 걸렸다.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붙인 종이는 계속 사라졌다.

언론 탄압이다.

나는 경찰관에게 말했다.

"게시물 재물손괴죄로 접수해 주세요."

 

"관리소장은 인성이 나쁜사람입니다.

누군가 견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경찰관은 나를 한 번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

.

.

 

접수는 그렇게 시작됐다.

경찰관은 여전히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고소의 목적은 당장 누군가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었다.

기록을 남기는 것

 

오늘의 기록 하나가,

언젠가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도 있다.

경찰서를 나와 하늘을 올려다봤다.

처음엔 전기차 충전기 하나 때문에 시작된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구청도 가고,

경찰서도 가고,

관련 법도 찾아보고,

행정 절차까지 공부하고 있었다.

문득 웃음이 나왔다.

'이 정도면...'

'관리소장 하나 때문에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싸움이 점점 재미있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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