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동정을 꽤 받는 신화 속 괴물
바로 북유럽신화에 등장하는 로키의 아들인 괴물 늑대 펜리르
신들에 의해 평생을 굴레에 묶여 있다
무려 신화 속에서 세상의 종말인 라그나로크의 주역으로 등장해
‘최고신’ 오딘을 죽여버리는, 역대 신화속 괴물들 중 손꼽히는 공을 세운 원조 크레토스 되시겠다
그런데 분명 세상의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 예언되고 일단 악역 포지션은 펜리르지만
후대 창작물인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나, 어쌔씬 크리드 오디세이 등지에서는 동정적인 피해자 포시션으로 많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럴만도 한게,
원전인 ‘신 에다’ 에서는 진짜로 펜리르가 신들에 의해 묶이기 전에 무슨 악행이나 해악을 끼쳤다는 서술이 전혀 없기 때문…
일단 펜리르의 이전 행적을 말하는 원작의 서술을 보자면
‘늑대는 아스 신들이 곁에 두고 지켰는데, 오직 티르만이 늑대에게 다가가 먹이를 줄 용기가 있었다. 그런데 그 늑대가 날마다 부쩍부쩍 커 가는 모습이 보이고, 온통 그 늑대가 신들에게 파멸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예언뿐이자, 아스 신들은 아주 강력한 사슬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게 끝임
저 ‘부쩍부쩍 커 갔다’ 는 서술을 빼면 진짜로 무슨 악행을 저질렀다거나 하는 서술이 전혀 없어서
현대인 입장에서 보자면 ‘아니 펜리르가 오딘을 죽일 거라 예언된 것 말고 대체 잘못한 게 뭐가 있냐?’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셈
게다가 신들이 펜리르를 묶는 장면 또한 그런데,
원전인 에다에선 신들이 절대로 끊을 수 없는 끈인 글레이프니르를 가져와선
‘만약 네가 이 끈을 끊지 못하면, 신들은 너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그러면 우리가 너를 다시 풀어 주게 될 것이다’
라고 약속을 함
그러자 펜리르는 ‘이 행위가 선한 믿음에서 이루어진다는 보증으로 여러분 가운데 한 분이 제 입에 손을 넣으시오’ 라 말하고
유일하게 정의의 신인 티르만이 나서서 손을 넣음
그러자 펜리르도 얌전히 끈에 묶였고 벗어나려 해보지만 이번엔 진짜로 벗어날 수가 없었음
그리고 신들은 약속을 지켰을까?
‘늑대가 벗어나려고 용을 쓸수록, 그 끈은 더욱더 조여 왔다. 그러자 모두 웃었다, 티르만 빼고’
ㄴ
약속대로 펜리르를 풀어주긴 커녕 오히려 웃으며 티배깅함
…이러다 보니, 현대 창작물에서 펜리르가 어느 정도는 피해자의 이미지로 등장하는 것도 납득 못할 건 아닌 셈








자기실현적 예언...
은근 북구신화도 자기실현적 예언이 꽤 나오던. 그리스 신화 영향 받은 동네라 그런가?
신화치고 예언이 나올때 자기실현적예언 안나오는동네는 드뭄.
그리스신화가 유독 두드러지는거지
옛날에 본 만화책에선 아무래도 아이들 보는 책이다보니 신들이 비웃는 게 아니라
"드디어 저 녀석을 묶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아스가르드는 안전하다!"
하고 좋아하고 그제야 펜리르는 분하다면서 티르의 손을 물어뜯는 걸로 순화되었었지.
항상 라그나로크 얘기 들을때마다 생각나는건데
오히려 북유럽 신들이 로키 자식들 잘 돌봐주고 그랬으면 펜리르 요르문간드 헬 셋이서 라그나로크 때 발할라 최종병기가 되어줬을까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어.
세상 이치가 그래.
신화서도 저게 정의롭진않다 생각했는지 정의의 신이 정의를 상징하는 쪽의 손을 잃고말지
펜리르는 평생 묶어놨고
헬라는 저승에 던지고
요르문간드는 바다에 던졌지
결과 로키마저 신들을 배신했고 라그나로크 발발
티르도 속은건가
그래서 오히려 저 행동들이 역설적으로 예언을 달성하게 만들었다는 해석도 있더만. 가만 냅뒀으면 될걸 굳이 건드려서....
어디서는 펜리르가 배신당한 거 알고도 차마 티르를 못 무는데, 티르가 빨리 물라고 소리쳤다던가.
신화에서 저런 '예언'에 매몰되어서 결국 자기 실현적 예언이 된다는것을 많이 보여주는데..
저것도 딱 그런 느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