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소리가 복원된 공룡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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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악!!!!"
?"엄청난 불꽃...! 이글이글 열매를 상회하는 걸로도 모자라 마그마그 열매까지 넘어서고 있어...! 동물계 능력자가 어떻게 이런...?!"
"왜냐고? 그야..."
어쩌다가 보니 원피스 식 공룡 개그로다가 인트로를 구성하게 되었네. 이번 이야기는 특유의 머리와 더불어 울음소리가 복원된 공룡, 파라사우롤로푸스에 대한 내용이다.
?캐나다의 앨버타 주는 공룡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이 레드디어 강 일대 지역에서 백악기 후기 때의 공룡 화석이 많이 나오는 편임.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도 1920년, 토론토 대학교의 교수 윌리엄 파크스가 이끄는 조사단이 이곳 레드디어 강을 탐색하다가 화석을 발견했다.
발견된 화석은 발과 꼬리는 없었지만 몸통과 머리는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있었음. ROM 768이란 이름이 붙은 이 표본은 파라사우롤로푸스가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순간이었지. 참고로 ROM 768에서 알파벳은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Royal Ontario Museum)의 약자이고, 숫자는 이곳에서 붙인 표본 목록 관리용 번호다.
?"이놈 참... 생긴 게 이전에 발표된 사우롤로푸스라는 공룡이랑 비슷한걸? 음... 그래 네 이름은 파라사우롤로푸스가 좋겠어."
첫 글의 주인공이었던 나노티란누스와는 달리 보존 상태가 좋았던 만큼 바로 연구가 시작되었고, 윌리엄 파크스 교수는 이전에 보고되었던 사우롤로푸스라는 공룡과 외형이 비슷하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파라사우롤로푸스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뜻은 말 그대로 "사우롤로푸스와 비슷한". 앞의 "파라"라는 단어가 비슷하거나 닮았다는 뜻임. 뭔가 귀찮아서 대충 지은 거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박사님께서 다 생각이 있으셨을 거야. 아마도.
아무튼 연구하면서 알아낸 파라사우롤로푸스의 특징은 크게 2가지였다. 먼저 알아볼 특징은 바로 크기. 파라사우롤로푸스가 속한 조각류 공룡들은 전반적으로 덩치가 큰 편인데, 그중에서도 파라사우롤로푸스는 대형종에 속할 정도로 컸음. 몸길이는 최대 약 9.5m, 몸무게는 5톤 이상으로 추정되니까. 시내버스보다 약간 작은 정도라고 보면 됨.
하지만 2번째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파라사우롤로푸스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으로, 이거 때문에 학자들은 오랜 세월 머리를 싸매야 했는데...
바로 머리 뒤쪽으로 뻗어난 구부러진 볏. 1m 가량의 길이를 지닌 이 볏은 종에 따라선 무려 2m에 달하기도 했음. 어린 나이의 개체들 화석을 토대로 이 볏은 처음엔 혹 모양이었다가 커가면서 저런 형태를 갖춘다는 게 밝혀졌다.
이런 볏의 내부 구조는 다음과 같음. 이 특이한 구조는 기본적으로 코가 머리 뒤쪽으로 크게 늘어난 형태라 보면 되는데, 분홍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비어있는 공간이다. 콧구멍에서 들어온 공기가 볏 속의 긴 통로를 따라 이동한 뒤, 두개골 내부를 지나 목구멍으로 이어져 있음.
구조는 대강 이런데, 문제는 바로 왜 이런 독특한 머리 구조를 지니게 됐냐는 것. 파라사우롤로푸스는 북아메리카 일대에서 총 3종이 살았던 게 확인될 정도로 번성했기에, 이 머리 구조는 생존에 있어 분명히 어떠한 이점이 있었을 텐데 말이지.
"대형 초식 공룡들은 반수생 생활을 했으니까... 아마 이 볏의 역할은 스노클 같은 거였겠구만."
초창기엔 놀랍게도 반수생 생활에 중점으로 두고 연구가 진행되었다. 지금으로선 이해하기 힘들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공룡은 덩치가 큰 만큼 무거워서 느리고 굼뜬 동물일 것이라는 게 정설이었거든. 이에 따라 파라사우롤로푸스같은 대형 초식 공룡들은 자기 무게를 버티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물속에서 보낼 것이라 여겼음.
그리하여 나온 가설이 바로 스노클. 당시 저명한 고생물학자였던 알프레드 로머는 볏 내부가 콧구멍과 이어진 만큼, 볏 끝에 구멍이 뚫려 있어 물속에서도 스노클처럼 숨을 쉴 수 있게 해줬을 거라는 가설을 내놓는다.
(1945년에 발간된 고생물학 서적에서 묘사한 물속의 파라사우롤로푸스 삽화)
이러한 스노클 가설 외에도 이 볏이 공기 저장소 역할을 해서 물 속에서 숨을 오래 참을 수 있게 해줬다, 폐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에어 트랩 역할을 해줬다는 가설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전부 사장된 가설들이다. 스노클 설은 위 볏 내부 구조 그림에도 나오듯 끝에 구멍이 뚫린 구조가 아니라서 틀렸고, 공기 저장소 설은 파라사우롤로푸스의 그 거구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공기를 담을 수 없었기 때문에 틀렸음. 애당초 대형 초식 공룡들이 지상에서도 자기 무게를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게 밝혀진 이후, 볏의 용도가 반수생 생활과 연관되어 있다는 가설들은 전부 기각되었다.
물론 제시된 가설이 반수생 생활과 연관되어 있진 않았다. 짝짓기 경쟁에서 무기로 쓰였다, 염분 조절 기관이 탑재되어 있었다, 후각 기관이 확장되어 냄새를 잘 맡게 해줬다 등 여러 가설이 있었지만...
"그럼 파라사우롤로푸스처럼 볏을 가진 조각류 공룡들의 볏 모양이 왜 다 달랐음?"
란 반박을 논파하지 못해 전부 기각되었음. 파라사우롤로푸스는 공룡 분류군 중에서도 하드로사우루스과에 속했는데, 여기 속한 공룡들 중 다수가 볏을 지닌 것이 특징임. 그리고 그 볏은 각자 모양과 내부 구조가 다 달랐다. 위 세 가설 중 하나가 맞다면 그냥 가장 효율적인 형태 하나로 고정되거나, 외관은 달라도 내부 구조만큼은 거의 동일해야 맞는데 그러질 않으니 틀린 가설이 되는 거지. 다른 공룡까지 갈 필요도 없이 같은 파라사우롤로푸스 내에서도 종마다 볏의 모양과 구조가 다 달랐음.
이와는 별개로 저 볏에다가 가연성 물질을 저장해서 불을 뿜을 수 있었을 거라는... 참으로 신박한 가설도 있었다. 몬스터 헌터도 아니고 이 뭔.
당연히 진지하게 논의된 가설은 아니다. 애초에 이 가설은 1992년에 듀안 기쉬라는 창조론 신봉자가 발간한 책에서 나온 거임. 다만 그 책에 들어갔던 위 삽화가 묘하게 웃겨서, 고생물 커뮤니티에서 파라사우롤로푸스 기반 캐릭터를 창작할 때 불속성 컨셉을 넣는 등 밈적으론 인기가 좋다. 그래서 시작 부분을 원피스 식 공룡 개그로다 구성해 본 거.
뭐가 됐든 파라사우롤로푸스의 볏이 무슨 용도였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었고, 결국 볏의 용도에 대해선 미궁 속으로 빠졌는데...
"콧구멍과 목구멍에서 이어지는 볏 내부의 빈 공간이... 마치 트럼펫 같은 관악기 같군요. 그렇다면 볏의 용도는 울음소리를 증폭시키는 역할 아니었을까요?"
그러던 1981년,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B. 웨이샴펠의 연구로 볏의 용도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웨이샴펠 박사는 콧구멍과 목구멍에서 이어지는 볏 내부의 빈 공간을 보고 울음소리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내놓았음. 마치 트럼펫이나 튜바 같은 관악기 역할을 했으리라 본 거지.
"사실 저 가설은 내가 처음 발표했었는데, 시대가 시대인지라... 에휴..."
사실 이 가설은 1931년에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의 고생물학자 칼 위먼이 먼저 발표했다. 볏의 내부 구조가 고니(백조)의 기관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가설로, 고니의 기관은 몸 내부에서 이리저리 휘어지며 길게 나있음. 덕분에 공기의 이동 거리가 길어져 공명이 커진 결과, 멀리까지 퍼지는 낮고 울림 있는 소리를 낼 수 있지. 이를 바탕으로 파라사우롤로푸스의 볏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가 그의 가설이었으나...
시대가 시대인지라 당시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공룡에 대한 인식도 그렇고, 저 가설을 증명할 방법도 없었다 보니 이 가설은 "헛소리 하지마 인마"란 반응과 함께 외면받게 된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든 볏 모형(상)과 소리 작업을 마무리 중인 컴퓨터 과학자 칼 디거트(좌)와 고생물학자 톰 윌리엄슨(우)}
하지만 20세기 후반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급속도로 발전한 기술 덕분에 CT 촬영으로 볏의 내부 구조를 더 자세하고 확실하게 알 수 있었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 세계에서 볏을 복원해낼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1997년, 컴퓨터 과학자 칼 디거트와 고생물학자 톰 윌리엄슨이 이 가설에 관심을 갖고 샌디아 국립 연구소/뉴멕시코 자연사 박물관의 협력 아래 연구를 시작한다. 그 결과...
?파라사우롤로푸스의 울음소리를 복원하는데 성공한다. 비록 울음소리의 구성 요소에는 이런 볏 속에서의 공명음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어서 완전 실제 울음소리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 볏에서 발생하는 공명을 통해 파라사우롤로푸스는 낮은 음의 울림이 큰 소리를 냈을 가능성이 높음. 그 독특한 볏은 소리를 증폭시켜 자기만의 고유한 낮은 음의 울음소리를 내 서로 소통하는데 쓰였던 것.
이런 낮은 음의 소리는 장애물을 피해 멀리까지 퍼질 수 있어, 천적이 나타났을 때 멀리 있는 동료들에게도 위험을 알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즉 이 독특한 머리 구조는 무리 생활을 하는 초식 동물인 파라사우롤로푸스가 동료들에게 천적의 위험을 알리는 등, 사회적 신호를 보내기 위해 진화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었던 것.
?여기서 더 나아가 같은 하드로사우루스과에 속하는 가까운 관계의 공룡들이 각기 다른 볏을 지닌 이유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형태의 볏 덕분에 각자 자기 종만의 고유한 울음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거지.
현재는 볏이 성체가 될수록 급격히 발달한다는 걸 알아내어, 볏의 기능이 단순히 울음소리 증폭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했다고 추측함. 울음소리가 아니어도 볏의 형태를 통해 바로 종 인식을 가능케 하고, 번식기 때 짝에게 과시하는 용도로 쓰였을 수 있다고 보는 추세. 쉽게 말해 청각적 신호 외에도 시각적 신호로서의 기능도 했던 거임.
?참고로 현재까지 살아남은 공룡인 새, 그러니까 조류 중에서도 화식조란 친구가 이런 저음의 울음소리를 낸다. 화식조도 파라사우롤로푸스랑 비슷하게 머리에 달린 볏으로 울음소리를 증폭하는 등의 여러 용도로 쓰였을 거라 추측됨. 덕분에 화식조는 공룡과 가장 흡사한 소리를 내는 동물이라 여겨진다. 아마 파라사우롤로푸스는 저기서 좀 더 관악기 같은 느낌의 소리를 냈을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됨.
?이리 해서 울음소리가 복원된 공룡 파라사우롤로푸스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겠다. 최근에 날씨가 극한의 무더위를 보이고 있어서 그런가 버튜버 분들이 공포겜을 많이 하시던데, 발성이 좋은 분들이셔서 비명을 아주 시원하게 지르시는 걸 보고 소재가 생각나서 써보게 되었음. 개인적으로 울음소리를 복원했다는 게 나로선 되게 신기하게 여기는데, 내용이 너무 어렵게 다가오거나 그다지 신기하지 않을까 봐 걱정되네.
아무튼 글이 너무 길어지면 곤란하니까 여기서 마무리하고, 언젠가 또 소재가 생각나서 글을 쓰게 되면 다시금 올려보겠다. 읽어준 사람들 모두 고마워.
(여담 1)
?몇몇 복원도에선 위 그림처럼 볏과 목 사이에 피부막을 넣기도 하는데, 1912년에 실제로 저렇게 피부막이 있었을 거라는 가설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크게 각광받는 가설은 아님. 물론 100% 없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저 정도 수준으론 없었을 가능성이 높아서 그다지 선호되는 복원 묘사는 아니다. 저렇게 피부막이 있었을 거라는 화석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이런 피부막이 없어도 볏의 기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 저렇게 피부막이 있으면 머리를 움직일 때 제약이 많이 따르니까.
그러니 저렇게 피부막이 있는 형태로 그린 복원도는 그냥 그린 이의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보면 됨.
(여담 2)
?유튜브 같은데 검색해 보면 공룡의 울음소리가 복원됐다면서 이런 영상들이 많이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부 창작이다. 파라사우롤로푸스 외엔 이처럼 구체적인 울음소리 복원 연구가 이루어진 사례가 없음. 공룡의 발성과 이에 따른 울음소리에 대한 연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파라사우롤로푸스처럼 CT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런 소리가 났을 것이다"라고 구체적으로 재현하지는 않았다.
https://www.pickiverse.com/ko/game/2aa61 (피키버스)
https://playduo.kr/index.html?detail=8fb7240f-0b8f-4c45-900c-b92b0241e7f6 (플레이두오)
마지막으로 이 글에서 나온 친구 외에도 신기한 고생물들에 대해 더 관심이 간다면 위 이상형 월드컵을 추천한다. 일반인에게도 신기하다고 여겨질 법한 고생물들 128마리를 모아서 열심히 만들었어.


























요약
저 볏은 화염낭이였던거임!(아님)
요약: 파키파키는 불 뿜는 버튜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