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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10/07 19:10 | 추천 41 | 조회 14

[자작유머] 엄마가 그간 부대찌개를 극혐했던 이유 +14 [15]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72568111

엄마가 그간 부대찌개를 극혐했던 이유

우리집 외가 쪽은 외할아버지가 좀 일찍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기운 편이라 적어도 엄마가 미취학 ~

10대였던 1960년대 후반까지는 그나마 남들 보단 조금 편하게 사는 편이긴 했음. 그리고 시기상으로도

엄마는 전쟁 이후 세대라 부대찌개를 먹은 적 없이 사시기도 했고.


아무튼 그래서 부대찌개에 대한 인식이 "햄 들어간 김치찌개"라는 인식이셨는데, 그래서인가 그동안

부대찌개 먹을 기회가 있을 때도 "몸에 안 좋은 햄 그거 뭣하러 먹어, 걍 김치찌개 먹지" 라는 인식이라

어떻게든 피하면서 안 드셨음. 



엄마가 그간 부대찌개를 극혐했던 이유_1.jpg


실제로 나 20대 후반인가 30대 초반엔 엄마가 만들어주는 부대찌개가 너무 먹어보고 싶어서,

그 나이에 엄마한테 부대찌개 만들어달라고 졸랐다가 진짜로 저 짤같은 걸 만들어 주신 적이 있음.

한식 조리사 1급까지 있으신 분이 우째...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 진짜 거부감이나 무관심이

심하면 이렇게 인식하고 이런 요리를 만들 수 밖에 없겠구나 납득하고 이후론 엄마랑 뭐 먹을때도

부대찌개 얘기는 안 꺼냄.


그러다 이번 추석 연휴때 이틀 동안 내가 총 400km 가까이 운전하고, 추석 전날 밤 저녁 만들기도

귀찮고 하길래 엄마가 "저녁 뭐 먹을래?" 라고 하시던데 그때 지친 내 입에서 무심코 부대찌개 얘기가 나옴.

눈치 빠른 형수님이 이 타이밍에는 내 편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저두요 저도 부대찌개!"

라고 해서, 진짜 형수 결혼하고 우리랑 가족된지 근 10년만에 처음으로 배달 부대찌개 먹어봄.


막상 먹어보니 엄마도 의외로 맛있다고 놀라워하시더라. 아니 대체 그동안 이걸 왜 그렇게

안 드시려 했냐고 물어보니, 위에 말한 요리 만든 것 이외에도 코로나 시국 = 밀키트 유행

초반에 누가 맛있다면서 준 부대찌개 밀키트 한번 먹어봤는데 세상 그렇게 맛 없는 요리는

또 처음이었다 보니, 여지껏 안 먹었다고 하시더라고. 


진짜 왜곡된 인식과 잘못된 첫 경험이 한 사람을 60가까이 특정 음식을 외면하게 만들 수도

있구나 싶었음. 아무튼 다음 명절이나 가족 식사땐 이제 부대찌개도 얘기 할 수 있게 되어서

나는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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