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 당시 일본은 러시아를 격파하고 나서 바로 으르렁거린 국가가 있는데 바로 미국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먼저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중재한 포츠머스 조약에서 일본이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배상금을 못 뜯어낸 것이 미국 탓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미국의 일본인 이민 제한, 샌프란시스코시의 일본인 차별 등의 문제로 인해 당시 일본에서는 대미개전을 외치던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까마득하게 강한 적국인 러시아와도 대한해협애서 싸워 이겼으니 미국도 못 이길 게 없다는 국뽕과 근자감도 있었죠.

이 때 일본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상층부는 저 여론이 택도 없음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만 당시 일본인과 군인들의 여론은 아주 매서워서 히비야 폭동을 일으키고 대놓고 전쟁을 하려고 반정부 여론을 퍼트릴 정도였죠.

미국의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도 저 꼬라지를 보고 언짢은 참에 마침 미국 해군 함대를 세계 일주를 하는 무력 시위 겸 국위선양 목적의 훈련을 계획했는데, 당시 일본의 해군대신 사이토 마코토(훗날 조선총독부 총독, 일본 총리대신을 한 그 인간) 역시 이에 주목해서 아예 세계일주 하는 김에 일본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죠.

이렇게 일본을 방문한 세계 일주를 하던 미국 함대를 대백색함대(The Great White Fleet)라고 하는데 당시 일본 해군의 자랑인 미카사함이 범부로 보일 정도로 거대한 전함 16척을 포함해 총 톤수가 22만톤에 이르는 거대 함대였습니다.

이걸 본 일본인들은 그제서야 합죽이가 되어버렸죠. 일개 훈련용 함대(?)가 일본 해군 전체와 싸워도 압살할 정도니... 미국 까짓거 싸워보자고 떠들던 애들은 대백색함대를 보고 나서야 자기가 근자감이 엄청났구나 하고 깨달은 겁니다. 그 충격은 페리 제독의 흑선내항과 버금간다고 해서 백선내항이라고도 부를 정도였습니다.

이후 일본은 이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88함대라 해서 8척의 전함과 8척의 순양전함, 거기에 구식 전함 8척과 순양함 8척을 갖춘다는 계획을 세우지만, 당시 해군력 최강인 영국이나 독일도 버거워할 정도의 무리수여서 그대로 실행하면 나라가 파산했을 것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렇게 되자 야마토급 전함 등 신무기로 미국을 넘어보겠다고 무리수를 던졌지만, 결국 다 헛짓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