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녀석, 사람을 불러놓고 갑자기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지?"

"헛소리가 아닙니다. 프로듀서로서 최적의 컨셉을 제안했을 뿐-"

"지금부터는 말을 잘 골라야 할 거다. 잘못 말하면 죽일 테니깐."

(스르릉!)

"츠바메씨. 교실에 검을 들고 오지 말아주세요. 왜 흉기를 가지고 다니시는 겁니까?"

"얼른 지껄여봐라. 이유는 유언으로 들어주마."

"말하든 안 하든 죽는 겁니까?"

"헛소리를 해놓고 살기를 바란 거냐?"

"헛소리가 아니라 진지... 알겠습니다 일단 칼부터 내려놓으시고 진정합시다. 워워, 진정 좀 해요."

* * *

"최근에 찍은 뮤직 비디오 말입니다만, 그걸 보니 츠바메씨만의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그게 뭐지?"

"바로 눈주름입니다."

"...? 눈... 주름...?"

"여기 찍어온 걸 잠시 봐주십시오. 어떠십니까? 보이지 않습니까? 눈 밑에 보이는 이 자글자글한 주름이."

"이건 쌍커풀이라고 하는 거다 이 멍청아!"

"아닙니다, 누가 봐도 눈주름처럼 보입니다. 다른 분들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개소리 집어치워라! 옆에 있는 아리무라에게도 똑같은 쌍커풀이 있지 않나!"

"아리무라 마오씨는 젊어보이니 눈주름처럼 보이지 않습니다만, 츠바메씨는 나이가 있어보이기에 눈주름처럼 보입니다."

"네 녀석...."

"아아 제발 칼은 내려놓고 얘기합시다. 캄 다운 캄 다운, 미세스 츠바메!"

* * *

"...하아, 제발 헛소리 좀 작작 해라.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건 쥬오 세나만으로 충분하단 말이다...."

"이상한 소리는 아니라 진심이긴 합니다."

"아줌마 아이돌이? 제정신이냐 네 녀석?"

"네. 안 그래도 아이돌이 넘쳐나는 이 학원, 왠만한 컨셉으로는 눈에 띌 수가 없습니다. 특히 당신처럼 쥬오 세나 타도를 목표로 한다면, 보통 뛰어난 컨셉이 아니고서는 결코 이길 수 없겠지요."

"'뛰어난' 컨셉이어야 하지 않느냐, 뛰어난!!"

"그렇습니다. 아줌마 아이돌은 아주 뛰어납니다. 학원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니크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확 끈다는 점에서 어그로시브하죠. 게다가 츠바메씨의 장점도 살릴 수 있으니 슈퍼하기까지 할 겁니다."

"장점...?"

"네. 히메사키씨보다도 나이 들어보이는 성숙함, 눈물점이라는 고전적인 미인의 특징, 거기에 툭하면 성질을 내고 잔소리를 쏟아내는 강인한 성격까지... 완벽한 아줌마 그 자체 아닌지요? 본분을 살린 컨셉이니 컨셉을 잘 써먹기도 좋을 겁니다."

"그래, 잘 알았다."

"이해해주시는 겁니까!"

"유언은 잘 들었다. 묘비에 새겨줄테니 걱정하지마라."

* * *

"...하아, 내가 네 녀석의 프로듀스를 받아들인 이유는 쥬오 세나를 넘어서는 '제대로 된' 아이돌이 되고 싶어서였다. 결코 웃기지도 않는 어릿광대가 되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야."

"잘 알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신신당부하셨죠."

"그런데 왜 네놈은 항상 이상한 컨셉이나 내세운다거나, 웃기지도 않는 일을 시키는 것이냐?"

"하지만 제 말대로 따라오면서 차근차근 세나씨를 따라잡고 있지 않습니까?"

"하아... 그게 더 문제다... 차라리 성과도 없었으면 그냥 네 놈 따위 무시할텐데...."

"그러니 절 믿고 따라와주십시오. 이 컨셉도 잘만 하면-"

"각하. 절대 싫다."

"아쉽군요. 한 번만 해보면 생각이 바뀌실지도 모르는데."

"절대로 싫다. 이 쪽도 꽃다운 여고생이란 말이다! 네녀석은 섬세한 마음을 배려하는 법을 모르나? 평소에는 내가 싫다고 하면 바로 철회해주면서 이번에는 왜 고집을 부리는 것이냐... 아무튼 절대로 싫다. 알았지?"

 

"아쉽군요...."

"하아... 쥬오 세나보다 더 골치아픈 놈인 줄 알았다면 프로듀스 따위 안 받아들였을 텐데...."

* * *

(다음 날)

"좋은 아침입니다, 츠바메ㅆ... 어, 어라? 그 복장은 대체... 뭡니까?"

"...네놈 말을 그...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싶으니... 한 번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아줌마 아이돌이라면 이런 복장을 입지 않을까 싶은 걸 입어봤다만... 어, 어떻냐?"

"어색한 꽃무늬 바지에 펑퍼짐한 블라우스까지... 정말 웃깁니다. 환상적으로 안 어울리는군요. 제가 추천한 컨셉이 이번엔 틀렸습니다. 츠바메씨의 안목이 더 맞았네요."

"이 새끼가 진짜!!!"

p.s. 나이와 뮤비 보다가 츠바메 아줌마 같다는 생각에, 츠바메를 프로듀스하면 P가 이정도로 정신나가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서 대충 SS를 써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