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시베리아 북쪽, 두 계절의 경계에서 울던 것
(번역)
2007년에 러시아 북쪽에서 있었던 일 (믿거나 말거나, 실화)
읽기 전에 말할게.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 문장이 어색해도 그냥 읽어줬으면 한다.
인터넷 글들이 보통 그렇듯, 나는 내가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믿을지 말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지금은 2025년이고, 그 일은 2007년에 일어났다. 벌써 18년 전이다.
러시아는 미국보다 땅이 훨씬 크다. 그런데 그 넓이에 비해 덜 발달한 곳이 많다.
2007년은 더 그랬다. 지금은 전쟁 때문에 외국인 통행이 제한되는 지역이 많지만,
그때도 이유를 알 수 없는데 이상하게 통행이 막힌 구역들이 있었다.
나는 스톡홀름에서 출발해서 러시아 국제공항에 도착했고, 친구 아브라힘을 만났다.
그의 도움으로 사키리르 공항(정확한 표기는 나도 모른다)까지 겨우 갔다.
다시 트럭을 타고 사하 공화국 북쪽 외곽으로 올라갔다.
몇 시간을 더 달리고, 길이 끊긴 곳에선 반쯤 얼고 반쯤 녹은 늪지를 건너기 위해 호버크래프트를 탔다.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목적지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브라힘도 “바스라진 돌…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제대로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우리는 그때 몰랐다.
그때 내 일은 버려진 철도 시설과 철강 공장 같은 구조물을 사진 찍고, 주변 지형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평소에 하던 일과 비슷했지만 그때는 지인의 회사 의뢰였다.
러시아 쪽에 공장을 세우기 전의 사전 자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다음엔 다른 팀이 왔다고 들었지만, 거기부터는 내 일이 아니다.)
마을에서 회사가 붙여준 가이드를 만났고 그의 숙소에서 묵었다.
첫날은 그냥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 세수하고 커피를 따라 마시려는데 창밖에서 어떤 노인이 울고 있었다.
그냥 우는 게 아니라, 마치 세상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울부짖었다.
돌아온 가이드에게 물으니 “요즘 마을이 좀 어수선하다”라고만 했다.
우리는 준비를 마치고 북쪽으로 4시간 정도 더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상한 풍경이었다. 북동쪽 하늘은 어둡고 눈이 날렸다. 서리가 땅을 감싸고 있었다.
반대쪽은 밝고 푸른 초원이었다. 그 경계 한가운데에 버려진 공장 시설들이 있었다.
차량 기지 같은 것, 옆에는 제작 시설처럼 보이는 건물들.
군사 시설 같지는 않았다.
우리는 일을 시작했다. 6시간, 7시간 정도 스케치하고, 사진 찍고, 간단한 측량도 했다.
바쁘게 움직이던 중 멀리서 트럭이 다가왔다.
아브라힘, 현지 가이드, 그리고 나. 우리 일행은 셋이 전부였고 이날 올 사람은 더 없었다.
트럭은 러시아 군인들이었다.
다행히 영화처럼 부패한 군인들이 아니었다. 왜 여기 있는지 물었고, 우린 준비해 둔 서류와 여권을 보여줬다.
러시아 내부에서 이런 시설물 관련 작업을 하려면 행정기관 허가 명령서가 필요해서 그 복사본도 갖고 다녔다.
군인들은 무전으로 몇 번 확인하더니 “확인됐다”라고 했다.
짧은 잡담 중에 그들은 근처에서 실종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해주면서, 조심하라고 했다.
군인들이 떠난 뒤, 가이드가 조용히 말했다. 사흘 전에 그의 사촌이 사라졌다고.
그냥 흔적 없이. 시골에서 도시로 떠나는 일은 흔하지만, 떠나기 전엔 보통 정리라는 걸 한다.
그의 사촌 집에는 그런 준비 흔적이 전혀 없었다.
일상처럼 씻고, 밥 먹고, 문을 나간 다음… 그 다음이 없었다.
그는 마을에서 필요한 기술자였고, 인간관계도 양호했고, 빚도 없었다.
독신이었기 때문에 가이드가 친척으로서 실종 신고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과 같이 아직도 행방불명이라고.
우리는 트럭으로 마을로 돌아왔다. 어제보다 더 어수선했다. 경찰뿐 아니라 군인들도 몇 명 보였다.
(아까 봤던 부대는 아니었다.) 군인들이 우리에 대해 짧게 조사했지만 매끄럽게 지나갔다.
내일 계획을 묻기에, 조금 더 북서쪽으로 올라갈 거라고 말했더니
“그쪽으로는 가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실종 사건 때문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고, 움직일 거면 경찰에 말해두겠다면서 “총을 가지고 다니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외국인에게 총을 권하는 경찰이라니.
그날 밤, 혹은 새벽. 잠이 뒤척이다가 깼다. 얼마나 잤는지는 모르겠다.
창밖은 완전히 캄캄했고,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침묵이 귀를 누르는 느낌이랄까.
그러다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을 여기저기 건물들이 하나둘 불이 켜졌고,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수군거리는 소리가 흩어졌다.
우리가 묵던 숙소에서는 경찰서가 잘 보였는데, 새벽인데도 경찰들이 분주했다.
몇 대의 차량과 군용 트럭이 북쪽으로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긴박했다. 숙소의 라디오는 조용했고, TV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 시간에 훈련을 하나?” 내가 물었고, 가이드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 본다. 저 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데, 저쪽에는 숲밖에 없다.” 2층 창문에서 내려다본 마을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혼란스러워 보였다.
마을 전체에 불안과 공포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해가 막 떠오를 무렵, 우리는 일찍 출발했다. 트럭으로 이동하던 중 아브라힘이 말했다.
“아, 경찰서에서 총 받는 걸 깜빡했다.” 그제야 알았다. 어젯밤 군인의 말이 농담이 아니었다는 걸.
3시간쯤 더 달린 끝에 트럭으로는 진입이 어려운 숲이 나왔고, 우리는 걸어가기로 했다.
1시간쯤 걸었을까.
점심을 먹으려고 자리를 정리하는데, 나무 사이로 콘크리트 벙커 같은 것이 보였다.
반쯤 묻힌 오래된 구조물. 가까이 가는 순간, 우리는 그걸 봤다.
정체불명의 무언가.
분명한 건, 그건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득한, 기름 같은 검은 액체를 토해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임산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건 성인 크기만큼 부풀어 오른 ‘아기’처럼 보였다.
배는 비정상적으로 팽창했고, 피부는 젖은 종이처럼 얇아 보였다.
얼굴에는 눈이라 부를 만한 게 없었다.
커다란 구멍이 두 개 뚫려 있었고, 입이 있어야 할 자리에도 비슷한 구멍이 있었다.
표정 같은 건 없었다.
그냥 구멍들.
그것의 배가 안쪽에서부터 꿈틀거렸다. 그리고 낮은 소리로 시작해서 점점 고음으로 치솟는 비명을 질렀다.
사이렌 소리였다. 정확히. 새벽에 들었던 그 소리. 그 자리에서 다리가 굳었다.
가이드는 숨을 죽였고, 아브라힘은 내 팔을 세게 잡아당겼다.
우리는 카메라도 꺼내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찍을 생각이 났지만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목이 말랐는데 침이 삼켜지지 않았다. 벙커 주변의 땅은 희한했다.
한쪽 가장자리는 서리가 내려 있었고, 반대쪽은 풀잎에 햇빛이 반짝였다.
공기도 두 겹으로 겹쳐진 것처럼 달랐다. 우리는 뒤로, 더 뒤로 물러났다.
그것은 우리를 보지 못하거나, 보아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저 구멍 같은 얼굴을 열고, 다시 검은 액체를 토했다. 비명은 한동안 이어졌고,
나중에는 숲 전체가 울리는 것처럼 들렸다.
우리는 말없이 철수했다.
트럭까지 돌아오는 길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마을로 돌아와서는 짐을 정리했다. 그날 저녁에도 사이렌 소리는 멀리서 들렸다.
누군가는 “군이 훈련 중이다”라고 속삭였고, 누군가는 “늑대가 울부짖는 거다”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건 늑대도, 훈련도 아니었다.
그 다음 날, 우리는 그 마을을 떠났다.
서류상으로는 작업 구역을 변경한 것으로 처리했다.
그 후의 일은 모른다.
아브라힘과는 지금도 연락을 하지만 그때의 이야기를 주제로 말하진 않는다.
언젠가 술에 취해 러시아인 친구에게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게 되었고.
그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지역 이름에 대해 물어봤다.
난 제대로 답을 못 했다. 그냥 그때 들린 느낌은, 부서지는 소리와 물소리가 섞인, 혀끝에 모래가 씹히는 발음이었다.
내가 제대로 대답을 못 하자, 내 발음을 듣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건 지명이라기보다… 보통 경고문으로 쓰이는 말이야”
나는 그때 들었던 발음을 기억한다.
부서지는 소리와 물소리가 섞인, 혀끝에 모래가 씹히는 느낌의 단어.
정확한 표기를 지금도 모른다.
사진이 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없다.
가져간 카메라는 있었지만, 그 순간엔 그냥… 찍을 수가 없었다. 그게 변명처럼 들린다는 걸 안다.
그래도 사실이다.
믿거나 말거나, 여기까지가 내가 겪은 전부다.
고추털이야??
관리 쉽지않음
엣날에는 이런거 걍 오 좀 재밌는 개소리넼ㅋㅋ 했는데, 요즘은 뭐 하나라도 진짜였으면 함. 특이점 좀 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