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픽사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장면
이 글은 픽사 영화《엘리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쓴이의 개인 감상이지 모든 관객들의 통용되는 의견이 아닙니다.
주인공인 엘리오는 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우주 항공 관측 기지에서 소령으로 근무하는 올가 고모한테 맡겨져 살고 있었음
어느 날, 고모는 엘리오를 자기 근무지 견학을 시켜주는데
그곳에서 외계인을 찾아 우주에 보냈다는 '보이저 호'에 관한 이야기에 푹 빠짐
보이저 호는...
인류가 이 우주의 유일한 지적 생명체가 아님을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기 위해 보냈다고 영상 나레이션이 설명하고,
이 부분에 엘리오는 매료되어버림
엘리오도 혼자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 날 이후 엘리오는 우주, 외계인과 교신하려고 갖은 뻘짓을 하기 시작하는데
어느 날은 고모의 근무지를 정전시키는 대형사고를 쳐버림
당연히 화내는 고모
사회성이 전무한 엘리오를 위해 여름방학 동안 캠프에라도 가보라 말하지만
엘리오는 고모도 날 내팽개치는 거냐면서 화를 내고
"고모는 내 가족 아니에요!"
실언을 해버리고 맘
그 날 새벽
고모가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소리를 들은 엘리오
"아니야... 이건.. 내가 원했던 인생이 아니야..."
고모가 힘든 심정을 토로하는 걸 엿듣고 맘
자기 책임도 있다지만...
아니 다 니 책임이지
아무튼 고모도 날 원하지 않는다는 걸,
자기는 고모에게 짐일 뿐이란 걸 깨달은 엘리오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됨.
고모의 실언은 엘리오가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 사는 것에 더더욱 집착하는 계기가 되어버림
영화 시놉시스대로 엘리오는 엉겹결에 우주에 갔다가 후반부에 원치 않게 다시 돌아오는데
실종된 자신을 애타게 찾고 있던 고모와 재회함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탓에 흐느끼며 엘리오를 껴안고
"절... 그리워하실 줄 몰랐어요.
이건... 고모가 원한 인생이 아니랬잖아요."
엘리오가 자기 전화를 엿듣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됨
영화는 재미없었지만 이 장면은 그래도 기대하면서 봤음
과연 어떤 대사로 지금까지의 갈등을 봉합할까
얼마나 감동적일까
"...."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너뿐이야."
...?
???????????
솔직히...
굉장히 실망스러웠음
저 장면에서 나올 화해의 대사가...
진짜 저게 최선이었나?
너무 상투적이고 인상에도 안 남음
아니, 가식같음
짤로는 분위기를 다 전달 못하겠는데
애 안심시킬려고 일단 거짓말하는 가식인 줄 알았음
엘리오는 또 그걸 철썩 믿어서 헛웃음이 나오고
물론 진짜로 애를 사랑하는 게 맞긴 할텐데
진짜 극장에서 보고 있자니 일단 던지는 걸로밖에 보이지가 않았음
대사에 진심이 안 느껴져
대사를 좀 더 신경써서 내뱉고
갈등을 봉합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음
"맞아. 이건 내가 원한 인생이 아니야.
나.. 너무 힘들어..."
"하지만... 꼭 내가 원하는 인생이 되도록 노력할거야.
너와 함께... 절대 널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제발, 다시는 떠나지 말아줘.
우린 가족이잖니."
대충 요렇게라도..?
"내가 원한 건 바로 너뿐이야."
이건 진짜 가식으로밖에 안 느껴졌음
제재가 너무 좋았는데 풀어나가는 방식은 너무 실망스러웠음
아직까지 20년대 픽사 탑은 소울임
대사가 터벅터벅...
진짜 제대로 된 대사 없이도 감동을 전하던 픽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