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외계인 갈아서 성간 우주선 만들기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스포일러)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주 배경이자 핵심 소재인 헤일메리 호.
인류가 외계인의 침공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만든 성간 우주선이다.
아스트로파지 (Astro=별, Phage=먹는다) 라는 외계 미생물이 태양계에 침입했는데,
얘네가 태양 표면을 완전히 뒤덮고 에너지를 빨아먹고 있던 것.
아스트로파지는 태양 표면에서 에너지를 흡수하고 금성으로 이동, 거기서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번식하는 식으로 증식하고 있었는데,
얘네들의 번식 속도가 기하급수적이라 태양빛이 죄다 가려져 지구가 얼어붙을 위기에 처한 것.
바로 그 상황에서, 아스트로파지의 기원지인 고래자리 타우로 우주선을 보내 퇴치법을 알아내자! 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헤일메리 호.
이름에서 보듯이 뒤가 없는 상황에서 시도하는 인류 최후의 도박수였던 것이다.
현대 인류 기술력으로 성간 우주선을 만들어야 했지만,
여기서 사람들은 아스트로파지를 연료로 쓰면 된다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아스트로파지는 쌍소멸을 통해 질량을 에너지로 바꾸어 빛을 만들고,
그 빛의 미세한 추진력으로 우주공간을 이동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러시아 과학자들은 아스트로파지는 번식을 위해 특정 파장의 빛에 이끌린다는 특성을 이용해 성간 엔진을 만들어낸다.
일명 스핀 드라이브.
진짜 간단하게 설명하면 대략 이렇게 생겼는데(...)
저렇게 생긴 투명한 삼각기둥이 구형 케이스 안에서 회전하는 형태다.
삼각기둥의 한 면에 아스트로파지를 펴바르고, 120도 회전시킨다.
그리고 엔진 앞쪽에서 아스트로파지를 자극하는 빛을 쪼이면 아스트로파지들이 일제히 그쪽으로 추진력을 가하고,
그렇게 해서 앞쪽으로 추진하는 원리.
그리고 다 쓴 아스트로파지는 삼각기둥을 120도 돌려서 씻어내고, 다시 120도 돌려서 연료를 펴바르고...를 반복한다.
사실상 외계 생물을 갈아서 만든 반물질 엔진이나 다름없어서 출력이 말도 안 되게 세다.
아스트로파지 딱 20마이크로그램으로 6만 뉴턴의 힘을 만들어낼 정도.
다만 연료로 쓸 아스트로파지 배양에 들어가는 에너지 양이 워낙 무시무시해서,
인류는 아스트로파지를 기르려고 사하라사막의 1/4를 통째로 농장으로 뒤덮어야 했다.
소설 속에서 똑같이 아스트로파지에게 침공당한 외계인 문명 에리디언들이 등장하는데,
에리디언도 대략 똑같은 구조의 우주선을 만들어낸 걸 보면 아스트로파지가 효율적인 건 확실한 듯.
주인공 말로는 중국하고 유럽 배가 둘 다 돛이 달린 거하고 같은 일이라고.
다만 에리디언의 고향 행성은 초고온 초고압의 불지옥이라, (=에너지 천국)
얘네는 거추장스럽게 농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깡통에 아스트로파지와 이산화탄소를 넣고 바다에 던져넣어서 아스트로파지를 무한 생성했다(...)
여기에 주인공이 묘한 질투심을 느끼는 게 개그 포인트.
성간 여행이 가능하면 금성 전체를 아스트로파지 농장으로 만들면 돼잖아
인류멸망을 시키는 외계생물이 최고의 성간 우주선 연료라는게 유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