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운수 좋은 날』
하여간 김 석사는 연구실 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기 ? 떨어진 삿자리 밑에서 나온 먼지내, 빨지 않은 츄리닝에서 나는 땀내와 잉크내, 가지각색 때가 케케히 앉은 옷내, 석사과정의 땀 썩은 내가 섞인 추기가 무딘 김 석사의 코를 찔렀다.
방안에 들어서며 핫식스를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주정군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런 오라질 놈, 주야장천 앉아만 있으면 제일이야! 박사과정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앉은 이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발길에 채이는 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대학원생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때에 웅웅 소리가 삑삑 소리로 변하였다. 프린터가 인쇄하던 논문을 빼어놓고 운다. 운대도 온 종이를 찡그려 붙여서, 토너 없다는 표정을 할 뿐이다. 삑삑 소리도 입에서 나는 게 아니고 마치 뱃속에서 나는 듯하였다. 뽑다가 뽑다가 토너도 말랐고 또 뽑을 종이조차 시진한 것 같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박사과정은 석사과정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까치집 같은 대학원생의 머리를 꺼들어 흔들며, “이 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 년!”
“…”
“으응, 이것 봐, 아무 말이 없네.”
“…”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버이.”
이러다가 앉은 이의 흰 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논문만 보느냐, 응.”하는 말 끝엔 목이 메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 석사는 미칠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테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핫식스를 사다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흐음.. 이건 드라이랩에서 컴퓨터나 서버가 죽은 얘기로 하는게 더 와닿겠는걸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
현실은 잔인해
잔인해야 맛이 사는 내용인데
사료만 뒤지는 사학과 유게이 첨지는
기계 다룰줄 몰라요...
밤샘 논문과 연구로 미쳐버린 대학원생이다
심지어 오늘은 평일도 아닌 토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