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 :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너무 현실성 없는 거 아닌가요ㅎㅎ - 2부
그렇게 일단은 새출발과 함께 2009 시즌을 준비하게 된 로스 브런의 브런GP
우여곡절 끝에 일단 팀의 폭발사산은 막았지만 아직 문제는 산더미처럼 남아있었다.
돈 문제는 일단 어떻게든 스폰서를 영끌한다고 쳐도 나머지가 문제였는데 대표적인 것만 꼽아보자면
먼저 엔진
1부에서 말했듯이 혼다는 이미 2009 시즌용 엔진은 진작에 개발 취소를 때려버린지라 미완성이라도 건질 수 있던 섀시와 다르게 엔진은 아예 남아있는 게 없었다
당시 그리드 내에서 하꼬 of 하꼬였던 그지팀 브런GP가 엔진 자체개발을 시도했다간 저어기 1990년의 라이프 레이싱이라는 대선배를 따라갈 가능성이 99%였을테니 기각
(라이프 레이싱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링크의 글들 참고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formula1&no=395810)
결국 이제 남은 거라곤 혼다가 챙겨준 쌈짓돈 1억 파운드로 다른 제조사의 엔진을 사오는 선택지 외엔 없었다
일단 2009 시즌 당시 F1에 엔진을 납품하던 제조사는 총 5개 회사들이었다. 벤츠메르세데스-AMG, 페라리, 르노, 토요타, BMW
숫자는 많았지만 토요타와 BMW는 이미 철수각을 씨게 잡은 상황이라 기각
르노는 당시에도 엔진이 무슨 폭탄마냥 뻥뻥 터져나가는 수준이었고 페라리도 뭔가 애매했으니
결국 최선의 선택은 작년 챔피언 팀 맥라렌이 애용하던 메르세데스의 엔진을 받아오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
근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는데
당시 F1을 운영하던 기관인 FIA는 규정상 '하나의 엔진 제조사가 납품할 수 있는 팀은 최대 2개까지' 정하도록 규정을 마련했는데(지금은 없어짐)
하필 당시 메르세데스는 맥라렌과 포스 인디아에게 엔진을 납품하고 있는지라 사실상 규정상으로는 메르세데스의 엔진을 받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차선책이었던 페라리와 르노 엔진 마저도 이미 각각 토로 로쏘와 레드불에 공급을 하고 있던 지라 브런GP에게 남은 선택지는 토요타와 BMW 뿐
당연하겠지만 이딴 폐기물을 간신히 면하는 엔진들을 넣었다간 성적은 안 봐도 뻔했기 때문에 로스 브런은 FIA에게 협상을 시도한다
똑똑똑
봉쥬르 무슈 FIA
봉쥬르 무슈 브런
거 새 팀 차린 건 잘 되고 있습니까?
규정 위반 하는지 지켜본다고 매번 조사 왔으면 대충 뭔 꼬라지인지는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무튼 부탁 하나 좀 들어주십쇼. 메르세데스 엔진 좀 써야 겠습니다.
네? 메르세데스 엔진을요?
네, 규정 위반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BMW하고 토요타 엔진은 저희하고 도저히 안 맞으니 팀 간의 최소한의 형평성을 위해ㅅ....
뭐 그러세요. 메르세데스한테 연락드릴테니 서로 협상하시던가
??? 아니 보통 이럴 땐 규정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태클 걸어야 하는 전개 아닙니까? 나 대사까지 다 생각해두고 왔는데
솔직히 저딴 거지팀이 메르 엔진 단다고 얼마나 빨라지겠어ㅋㅋㅋㅋㅋ
(F1도 엄연한 스포츠인 만큼 자본 유불리에 관계 없이 형평성과 공정성은 마련하기 위한 배려는 해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일단 그리드 내 최고의 엔진인 메르세데스 엔진을 받아오는 데 성공한 브런GP
일단 당장 급한 엔진 문제는 해결했지만 아직도 문제가 남아있었으니
바로 이번 시즌부터 도입되는 신기술 KERS의 장착 유무
그리고 혼다가 2009시즌을 위해 준비한 비장의 물건 더블 덱 디퓨저였다
먼저 KERS (Kinetic Energy Recovery System, 운동 에너지 회수 장치)
요즘 전기차엔 필수로 들어가는 회생 제동 시스템과 유사한 이 장치는 감속이나 제동 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저장해놨다가 나중에 쓸 수 있게 해주는 장치로
이론상으로는 딱히 추가적인 연료가 필요없음에도 출력을 추가로 올려주는 그야말로 치트나 다름없는 물건이었다
바로 전 시즌인 2008년 BMW 자우버를 비롯한 몇몇 팀들이 들고온 이 기술은 2009년 공식적으로 FIA 규정에 의해 채택되었지만 의외로 이걸 다느냐 마느냐는 팀의 재량에 맡겼는데
당연히 출력이 복사가 된다는 소리를 들은 다른 팀들은 돈을 있는대로 쏟아부으면서 KERS를 개발해 자신들의 레이스카에 달았지만
엔진도 겨우겨우 받아온 브런GP는 이런 거에 쓸 돈하고 시간은 없다면서 쿨하게 KERS 장착을 스킵해버렸다
그 다음으로 더블 덱 디퓨저
먼저 지루하고 현학적인 설명을 하자면, 디퓨저(Diffuser)란 쉽게 말해서 레이스카의 바닥 뒤쪽에 일종의 터널을 만들어줌으로서
레이스카가 달리면서 차 밑바닥 뒤로 빠져나가는 공기의 흐름을 아무렇게나 빠져나가는 게 아닌 가지런하게 나가도록 정렬해주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공기의 흐름을 가지런하게 잡아주면 다운포스라는 레이스카를 바닥에 눌러주는, 그러니까 비행기의 양력과는 반대 되는 개념의 힘이 생성되는데
이러면 레이스카가 코너를 돌거나 할 때 미끄러지는 일이 줄어드니까 더 안심하고 밟아도 되니 결과적으로는 레이스카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
예나 지금이나 F1에서는 이런 디퓨저를 이용한 장난질이 수도 없이 많았기에 FIA는 이런 디퓨저의 규격까지 정해놨을 정도로 철저하게 디퓨저 만큼은 규정을 빡빡하게 정해놨지만
2008년 슈퍼 아구리 F1 팀 소속이었던 엔지니어 미네가와 사네유키가 이 규정의 헛점을 찾아냈고 이를 통해 개발한 것이 바로 더블 덱 디퓨저라는 장치였다.
이름 그대로 이중으로 디퓨저를 만들어서 달면 다운포스가 더 많이 만들어지지 않겠냐는 논리로 시작한 이 장치는 슈퍼 아구리가 2008시즌 도중 공중분해를 당하면서 뿔뿔히 흩어진 엔지니어들을 통해 존재가 알려졌고
당연히 이 장치의 효험을 파악한 토요타와 레드불 같은 다른 팀들은 돈을 있는 대로 쏟아부으면서 자신들의 2009시즌 레이스카에 더블 덱 디퓨저를 달아대기 시작했다.
물론 브런GP의 전신인 혼다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영입한 슈퍼 아구리 출신 엔지니어들을 통해 2009년 출전 예정이었던 RA109에 더블 덱 디퓨저를 달았고 이는 이 섀시를 그대로 넘겨받은 브런GP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가 있었는데....
이거 암만 봐도 위험할 거 같은데요? 규정에 이런 거 써도 된다는 내용이 하나도 없어요
안 그래도 FIA가 발작하는 파트가 디퓨저인데 이런 꼼수 쓰는 물건 쓰다가 잘못해서 시즌 도중에 금지 먹으면 우리 팀 ㅈ됩니다
그래? 그럼 그 규정집에 이거 쓰면 안 된다는 말은 있냐?
어.... 아뇨.... 그런 말은 없는데요.
근데 암만 생각해도 된다는 말도 없는 거 보면 이거 달고 나가는 건 좀 불안한 ㄷ....
이보게 미캐닉 양반
F1에 규정이 왜 있는 지 아나?
....안전해지라고요?
아니
이거다
하지만 페라리의 황금기를 거쳐온 역전의 용사에게 그깟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를 규정 위반따위 리스크가 되겠나
로스 브런은 '쓰면 안 된다는 규정 없으면 써도 되는 거 아님?' 이라는 기적의 논리로 우려를 쌈박하게 무시하면서 더블 덱 디퓨저 사용을 그대로 강행하기로 결정한다.
(사실 위에도 썼듯이 다른 팀들도 죄다 쓰기로 결정한 사안이라 적어도 시즌 도중에 금지당할 리스크는 적은 것도 한 몫 했다)
아무튼 그렇게 돈 문제만 빼면 급한 문제들은 어찌어찌 해결하는데 성공한 우리의 브런GP
로스 브런은 이 역사적인 시즌에 참여할 드라이버로 그 지옥같던 혼다 시절에도 어떻게든 차력쇼를 해대면서 팀을 이끌어간 젠슨 버튼과
페라리 시절부터 브런과 함께 슈마허의 전설을 써낸 일등공신 루벤스 바리첼로를 임명하면서 개막전이 열리는 결전의 땅 호주로 향하게 된다
그렇게 2009년 4월 5일
호주 멜버른의 앨버트 파크 서킷에서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 브런GP의 레이스카 BGP-001은 여러모로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수많은 스폰서 스티커들을 덕지덕지 붙여놓은 다른 팀들의 레이스카와 다르게 붙은 거라곤 팀 이름과 타이어 공급사인 브리지스톤
그리고 혼다 F1 팀 시절부터 의리로 남아준 버진 그룹의 스티커 밖에 없는 그야말로 새하얗기 짝이 없는 도색의 레이스카는 여러 의미로 관객들과 관계자들에게 크게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당연하지만 F1에서 스폰서가 없다 = ㅈ망의 상징이었던 만큼 이게 절대 좋은 인상은 아니었고
와 저 거지팀 꼬라지 봐랔ㅋㅋㅋ 어떻게 스폰서가 하나도 없냐 ㅅㅂㅋㅋㅋㅋ 불쌍한데 우리 하꼬 스폰서라도 하나 넘겨주리? ㅋㅋㅋㅋㅋ
....경기 끝나고 보자 씹새들아
부아앙~ (대충 레이스카 달리는 소리)
자 지금부터 레이스 결과 확인 들어가겠습니다잉~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우승이네?
우승이여?
내가 봤어. 이 새끼들 분명 그지팀이라서 저 꼴찌에서 바닥 기고 있어야 한다고!
확실하지 않으면 함부로 남을 깔보지 마라, 이런 거 못 들었어?
뭐해? 빨리 포디움 밖으로 안 쳐 내려가고
그렇게 데뷔전에서 모두의 예상을 박살내며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 브런GP
하지만 이제 막 첫 경기, 이변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법이다.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다른 F1 팀들은 그렇게 애써 위로하며 다음 그랑프리가 열리는 말레이시아로 떠나는데....
- 3부에서 계속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기술이라고 생각했던 kers는 뚜껑을 따보니....
빨리 3부 가져와! 가져오기 전까지 숨참음! 흡!
3부 빨리 급함
갈수록 F1리그 자체가 이거 하나로 설명 되는거 같아..
F1은 진짜 이길려고 연료량까지 주작치면서 온몸비틀기 하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