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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나비.. | 24/05/23 18:15 | 추천 0 | 조회 94

살면서 딱 한 번 '후광'을 본 여자가 있습니다. +94 [15]

핫게kr 원문링크

친구인 여자들은 10대 때부터 많았지만

처음 여자를 확실한 연인 관계로 사귀어 본 건

스무 살 말이었어요.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녀서 막상 사귀기 시작하면

이내 흥미를 잃었는지 먼저 이별을 선언하거나

비슷하게 시작해서 사귀었지만 끝끝내 내가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상대방으로부터 못

느끼거나...

'새끼오리'처럼 사귄 게 전부였어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서 결국 내 마음은 못 내놓고

나 좋다는 애랑 사귀다 그쪽이 먼저 싫증을

느끼고

딱히 빠져든 거도 아닌데 알게 되고

몇 번 보고 자연스레 사귀고

그렇게 몇 년 사귀다 헤어지고...

그러다가 서른일곱 꽤나 늦은 나이에 소셜을

하다가 나의 글/노래를 '제대로 정독하고

마음으로 들어주는'걸 느끼게 해준 댓글 하나가

내 마음을 끌어 만난 사람이 있습니다.

처음 만난 날, 내가 사는 동네의 내가 자주 가는

카페로 와주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 소셜에 내 사진을 종종 올렸기에 그 사람은

내 얼굴을 알고 있지만 저는 그 사람의 얼굴은

모르고 있었죠.

설렘으로 만나러 나가던 그날. 카페 문을 열었을 때

제일 끝 자리에서 내게 환하게 웃어보이며 손을

흔드는데

살면서 처음 느꼈습니다. 아... 이게 첫눈에 반하는

거구나.

무대 불이 꺼지고 한 명의 배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켜진 것처럼 그 사람만 보이더군요. 사람의 등 뒤에서

비춰오는 후광이란 걸 느꼈습니다.

여자 앞에서 떨거나 당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정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납니다. 되도 않는 너스레를 떨었고 아직 너무나 이른

나의 속내와 부끄러운 과거까지 스스로 들춰냈어요.

첫날 커피 한 잔과 가벼운 저녁식사로 아쉬움 가득한

작별인사를 하고

이틀 후에 다시 만난 날.

술 한 잔 걸치며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님얘기.

오랜 시간 마음에 담았던 이가 세상 떠난 이야기

내게 해주며 눈물 보이는 그 사람을 어정쩡한

자세로 보듬으며 달랠 때...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만남만에 연인이

되었고

지금은 저의 영원한 짝지가 되었습니다.

누가 사랑의 유효기간을 3년이라고 하던가요

10년을 넘긴 지금도

저는, 내 짝지가 살짝 웃기만 하면 설렙니다.

가벼운 입맞춤에도 심장이 뜁니다.

단 한 번도 다툰 적 없고 이기려 해본 적도 없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겨서 뭐하나요.

그 사람이 지면 내가 지는 건데.

빨래며 청소 설거지 식사 담당 제가 다 합니다.

짝지가 일을 하건 쉬건 상관 없어요.

내가 하면 내 사람이 편히 쉴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습니다.

가끔 제가 많이 바빠 며칠 설거지라도 밀렸는데

퇴근하고 보니 그 사람이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그 뒷모습이 안쓰러워요. 그래서 미리 다 치웁니다.

일이 명동에서 끝나면 지하상가 지나면서 그

사람 입을 옷, 가방만 보이더라고요.

비싼 거도 아니고 몇만 원짜리 사다가 건넬 때

좋아하는 짝지 얼굴이 좋아요.

소소한 것에 좋아해주고 고마워 해주는게 나는

또 고맙습니다.

이런 사람과 사는데 삶이 고달픈들 불행할 틈이

있을까요. 여전히 설레는 사람이 매일 옆에

있으니 저는 다 가진 사람입니다.

원래 긍정적인 내가 아니라

짝지가 만들어준 긍정맨입니다.

남들이 뭘 가졌든 뭘 이뤘든 부럽지가 않아요.

그들에게는 내 짝지가 없잖아요.

퇴근길 또 설레는 마음 한 번 풀어봤습니다.

그림 :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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