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는 어떻게 타락하는가?: 독일 연방 정보국 전 수장 체포에 대한 이야기
(모름지기 유럽 메이저 정보기관이라면 빨갱이한테 기생당하거나 더러운 짓 하는 건 디폴트 아닌가?)
여기 BND 라는 조직이 있다. 독일 연방 정보국의 약자로, 2차대전 국방군 대소련 전문 첩보조직을 모태로 한 집단이다. 당연히 대소련 전문 조직이었기에 지저분한 일들을 참 많이 했으며, 나치 청산도 제일 안 된 조직에 헌법 수호청에 대한 공격이나 핵심 관료가 소련 간첩이었다던가 하는 소소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뭐 여하튼.
(아우구스트 하닝. 사진은 15년도 사진이니, 지금은 더 늙었을 것이다.)
그런 이 조직의 98~05년 수장이었던 아우구스트 하닝(80세)이 간첩 및 반역, 외국기관에 대한 정보 제공 혐의로 체포되었다. 대략 2010년부터 2000건에 달하는 기밀 정보를 취득한 후, 개인 이득 취득을 위해서 사용했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BND 수장에 연방 내무부 차관까지 지낸 행정관료 겸 정치인이, 백수 되었다고 과연 그냥 놀겠나. 돈을 더 벌든, 아니면 음침한 유럽 정보기관 출신답게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든 화려한 시절을 더 이어가고 싶지 않겠나.
(마법의 단어, 컨설팅 회사.)
그래서 하닝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 05년 퇴직 후, 독일인답게 자기 이름을 딴 컨설팅 회사(HanningConsult GmbH)를 세워서 말이다. 설립 연도가 10년인 걸 보니 5년 정도 놀다가 지루해졌나보다. 어쨌든.
컨설팅 회사. 참 교묘한 단어다. 겉으로 보기에는 투자에 조언을 해주는 경제 관련 업체 같은데, 주어가 없다. 주어가 없다는 것은 회사가 특정 업종에 규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규정이 없다는 막무가내로 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보통 이런 막무가내 중 일반적인 건, 내부자를 통한 정보 취득 및 중계가 일반적일 것이다. 너 나 우리가 다니는 회사 고문님들의 영업 전략을 생각해보자.
자, 이제 하닝의 이력을 보자.
아.
그렇게 하닝의 우당탕탕 독일 최고의 컨설팅 기업 만들기가 시작된다.
하닝은 자신이 BND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부하이자, 현 BND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던 만프레드 D라는 인물을 통해서 기밀 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하기 시작한다. 물론 짬으로 찍어누른 건 아니고, 돈을 주고 샀다. 기억하자. 지속 가능한 간첩질을 하려고 하면 돈을 줘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돈을 줘도 못 구하는 정보를 취급하니, 하닝은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17년에는 미국의 유명 보수 법학자 조직인 연방주의자 협회의 국제, 국가안보법 분과의 연례 컨벤션에서 주요 패널로 참석하였고, 21년에는 WHEN 그룹이라는 참 외우기 편한 그룹의 자문위원에 임명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마침 공교롭게도 전직 이스라엘 소장이 사장이라는데, 뭐 흔한 일 아니겠나. ㄲㄲ)
뭐 찾아보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유럽 할배가 퇴직 후 얼마나 잘 나갔는지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다. 어떻게 꼬리가 잡혀서 몰락했는가가 더 궁금하지. 사실 그게 맛있는 이야기지 않나.
그리고 제법 맛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스테이크로부터 시작했으니까.
(받아라 야밤의 위꼴 테러)
그렇다. 진짜 먹는 스테이크다. 독일의 블록 하우스라는 유명한 스테이크 브랜드가 있다. 유럽 전역에 체인점을 두고 있고, 합리적인 가격과 전통으로 인기 있다고 하는데, 스테이크 팔아서 한 해에 5억 유로씩 번다는 거 보면 확실히 맛집은 맞는 모양이다.
물론 그동안 스테이크로 썰린 소들이 원한을 품고 독일 연방 정부의 사이킥 요원에게 제보를 한 건 아니고.
(블록 하우스의 상속녀인 크리스티나 블록)
이 상속녀 아줌마 때문이었다. 덴마크인과 결혼했던 크리스티나 블록은 슬하에 4자녀를 두었으나, 결국 남편과 이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중 2명의 자녀가 남편 쪽에 있었는데, 양육권 분쟁이 좀 거칠어졌는지 손쉬운 방법을 택하게 된다.
(기억하자. 납치는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다. 패왕 유비도 삼고초려를 했지 납치는 안했다.)
24년 새해 전날, 납치를 해서 데려온 것이다. 애들이 불만이 좀 많았는지 결박을 하기도 했다는데, 어쨌든 보안 회사가 우당탕탕하면서 덴마크에서 독일까지 그 먼 거리를 긴빠이 쳐왔는데, 안 들키고 안 잡힐 리가. 크리스티나 블록은 당연히 체포되었고, 재판과 조사가 진행되었는데...
(독일 연방 검찰청. 구수하긴 하지만, 솔직히 이 로고가 더 재밌다.)
검사들의 조사 중에 하닝이 딱 걸리고 만다. 하닝의 회사가 직접 현장을 뛴 건 아닐 테고, 우당탕탕을 실행했던 보안회사의 작전에 컨설팅을 해주었으리라.
어쨌든 형사 사건에서 방첩 역량을 보여준 독일 검사의 위엄을 찬양하자. 오오.
그리고 그게 지금이다. 독일 전 정보기관 수장이 반역 행위로 체포.
(복면 쓴 괴한만큼이나 무서운 건 복면 쓴 공권력이다.)
유럽 내 반러 정서와 국가 보안에 대해서 실체적인 위협과 심대한 강화를 요구 받고 있는 독일 정부로서는 이 사건을 그냥 덮지는 않을 것이다. 대대적으로 까발리고, 떠들고, 씹고 뜯으며 맛본 다음 감옥에서 푹 썩게 만들겠지. 혹은 대대적인 정책 수립 과정의 연료로서 쓰던가.
어느 쪽이든, 한 개인으로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솔직히 말해서 엿된 일이다.
그러니, 기억하자 은퇴한 공직자들이여. 그대들의 연금과 명예를 지키고자 한다면 퇴직 후에는 전 직장과 아주 멀리, 멀리 거리를 두며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스테이크도. 냠냠.
출처:
사건 개요
https://www.bbc.com/news/articles/c58jzyer1kr0o
https://edition.cnn.com/2026/10/06/europe/germany-former-intelligence-chief-arrested-intl
하닝 회사 정보
https://tracxn.com/d/legal-entities/germany/hanningconsult-gmbh/__i8rHzm2KHTAZ_3ZocQvnKE4AXgUys4CZsfveP9Wswb0#about
https://www.northdata.com/HanningConsult%20GmbH,%20Nordwalde/Amtsgericht%20Steinfurt%20HRB%208868
하닝 잘 나가던 시절
https://finance.yahoo.com/news/cybersecurity-innovator-world-health-energy-140000133.html
https://fedsoc.org/bio/august-hanning
스테이크
https://www.dw.com/en/german-steak-heiress-on-trial-over-kidnapping-own-children/a-73248094
함께 보면 재밌을지도 모를 별개의 옛날 이야기
독일 항공기 테러 미수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6259402
22년 독일 쿠데타 미수














올린 시간을 보면 이건 노린 것이다. 아 배고프다.
혼자만 당할 순 없는 법.
정보 관련 조직 수장도 해먹은 놈이 ㅋㅋㅋㅋㅋㅋㅋ
공공 조직이 아니라 내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걸 계속 활용 안 하는 건 멍청한 일이라고 생각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