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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119입.. | 25/11/25 19:46 | 추천 92 | 조회 1455

119종합상황실 근무자입니다 민원을 받게되었습니다 +100 [29]

보배드림 원문링크 https://m.bobaedream.co.kr/board/bbs_view/best/925419

안녕하세요 저는 119종합상활실에서 근무중인 현직 소방공무원입니다. 다양한 신고와 민원을 접하게 되지만 저에게 직접 들어온 민원은 이번이 처음이기도하고 난생처음 받아보는 민원에 여러 생각이 들어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신고자는 처음에 다리에 힘이 풀려 길에서 주저앉았다고 합니다. 명료한 의식의 젊은 남자의 목소리, 저는 신고자분 본인이환자인지 먼저 묻고, 그렇다는 대답에 술을 드셨냐고 물었습니다. 술을 마신 상황이 아니라 하여, 병원에 가려고 전화하셨는지 이어 물었습니다. 들려오는 답변은 ‘오늘 하체운동을 해서 집에 못가고 있으니 데려다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119는 응급실로는 이송이 가능하나 집으로는 모셔다 드릴 수 없으며 택시 타고 가셔야한다고 안내를 드렸으나, 신고자분은 출동거부사유를 납득을 못하셨습니다. 2번 3번 같은 내용의 안내하는 사람과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고. 먼저 언성을 높인 건 저였습니다. 응급실에 가실 게 아니면 부모님께 연락해보든지 택시를 타고 가셔야한다, 하체운동하고 집에 못간다고 119에 신고하시면 어떻게하냐 그러면 안된다 등 감정섞인 말을 했습니다. 이에따라 신고자분은 제가 불친절하다며 관등성명을 물어봤고 저는 알려주었습니다. 첫번째 통화는 그렇게 종료되었습니다. 이후 약 20분뒤 집에 들어갔는지 확인차 전화를 했고 귀가한 것을 확인한 뒤, 저는 “아까는 안좋게 말해서 미안하다” 는 마음에 없는 사과를 건네고 도망치듯 전화를 끊었고, 모든 통화가 종료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며칠 뒤 국민신문고를 통해서 민원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갑작스런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좀더 지혜롭게 저를 컨트롤하지 못한 제가 아쉽기도합니다. 앞으로는 모든 출동을 다 묻지않고 보내야할까하는 생각도 되려 듭니다. 하지만 성격상 그렇게 하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론 좋은일은 아니지만 이 일이 지나가면 저는 좀 더 어른이 되지않을까 합니다. 감정을 더 컨트롤하고 다른사람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는 사람이 되겠지요. 딱히 말할곳이 없이 여기 글을 쓰게 됐는데 다 쓰고보니 두서없이 써내려서 제 이야기가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긴글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이글을 읽는 분들도 속상한 일이 생기셔도 잘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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