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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공포)그 아이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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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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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가 교토 부 어딘가의 작은 마을로 가벼운 관광을 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마을, 지장보살로 유명했어요. 하지만 기요미즈데라의 ‘고개 흔드는 지장’이라든가
스즈무시데라의 ‘행복 지장’ 같은 절에 정식으로 모셔진 지장이 아니라, 마을 길가에 소박하게 모셔진 지장들이었어요.

엄청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아는 사람만 아는 곳’ 같은 느낌이었죠.
최근 들어 조금씩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이 다른 용무로 왔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자기 블로그에 올렸고 그게 퍼지기 시작했다나 뭐라나.

듣자 하니, 그 지장은 조토쿠지의 ‘세잇기 지장’처럼 아이를 점지해 준다는 효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요, 지장보살을 찾아다니는 게 취미라서요. 효험이나 역사에 관심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생김새가 귀여워서 좋아서 그렇습니다.

평소에 인터넷으로 유명한 곳부터 숨겨진 곳까지 지장들 찾아보는 게 습관이라 당연히 그 마을도 눈에 띄었죠.

“오, 이런 데도 있네.”
그런 느낌.

아이 점지 어쩌고는 딱히 관심 없었지만 지장을 도는 사람으로선 역시 신경 쓰이잖아요?
게다가 제가 본 사이트나 블로그에는 사진이 전혀 없어서 어떤 모습인지도 몰랐고요.

그래서 갔습니다.

겉보기엔 정말 평범한 시골 마을이었어요. 하지만 예의 지장 덕분인지 꽤 사람들이 있더군요.

입구에는 급조한 느낌의 매점이랑 휴식 공간 같은 게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북적거렸습니다.

간판이 세워져 있고 예의 지장으로 가는 길 안내도 있었어요.
그 지장은 마을 안쪽에서 들어가는 산속에 있는 듯했습니다.

저는 같은 지장을 보러 온 듯한 사람들 뒤를 적당히 따라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길이라고 해도 제대로 정비된 길이 아니라“일단 길은 만들어놨다” 수준의 불편한 길이었죠.

그러다 마침내 지장이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산길 도중, 별 특징 없는 자리 옆에 지장 9체 정도가 조용히 줄지어 서 있었어요.

크기는 제각각, 가장 큰 건 50cm 정도,
작은 건 그 절반도 안 되고요.

머리가 큰 것도 있고 배가 불룩한 것도 있고, 표정도 하나하나 조금씩 다르고,
개성적인 모습이라 보면서 ‘오, 재밌네’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스마트폰으로 사진 몇 장 찍고, 다른 사람들은 지장에게 절을 하고 있었어요.
신사에서 참배할 때처럼 빰, 빰? 하고 두 번 손뼉을 치면서.

아, 잠깐 다른 얘기지만
이 손뼉을 치는 행위의 의미 아시나요?

이미 ‘정해진 동작’처럼 되어 있지만
사실 의미가 있어요.

이건 소리로, 모셔진 존재를 불러내는 행위래요.
대부분은 신이겠죠.

소리를 내서 “지금부터 참배하겠습니다.” 라는 신호를 보내는 거라고 합니다.
재밌죠?

그렇게 한 바퀴 보고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돌아가기 전에 좀 쉬려고
휴식 공간 벤치에 앉아 찍은 사진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한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딱 봐도 이 마을 사람 같은,
인상 좋고 사람 정 많은 미소를 짓는 할아버지였어요.

“당신, 거기 산에 있는 거 보려고 오셨나?”

할아버지는 웃는 얼굴로 그렇게 물었습니다.

저는 “네, 지장보살 생김새가 좋아서 보러만 왔어요.
달리 절하거나 그런 건 안 했지만요.” 라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그렇습니까~” 하며 웃었지만,
왠지 조금은 어이없어하는 느낌의 말투였어요.

제가 갸웃하자, 그걸 눈치 챘는지 여전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 길가에 지장이 조용히 있는 건
이런 시골 쪽에서는 별 것도 아닌 흔한 일이야.

우리한테는 당연한 건데
도시 사람들한테는 그게 그렇게 신기한 건가 싶어서.

그리고 그런 지장들은 예부터 있어왔고
왜 거기에 있는 건지조차 모르는 게 대부분이라.”

그러다 할아버지는 조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이렇게까지 과장될 줄이야.”

저는 혹시나 싶어 물었죠.

“어? 그럼… 그 지장, 아무 효험도 없는 건가요?”

“그래.” 하고 단호하게 대답했어요.

그리고 이어서 말했습니다.

“처음 본 외지 사람이 그냥 지어낸 말이겠죠. 가벼운 장난이었는지, 관심 끌고 싶었던 건지…
겉모습이 그럴싸했는지 몰라도 어느새 막 퍼져버렸어.

곤란한 일이지.

세상에 있는 ‘심령 스폿’이라는 것도 대부분 이런 거 아닌가?
조금 으스스하다고 바로 ‘저주받는다’ 어쩐다 하면서.”

‘우와? 그랬구나…’ 싶었습니다. 이제 와서 “효험 없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도 멍청하고,
관광객이 오면 마을에 약간이라도 돈이 떨어지니까 방임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방문객도 많아서 민폐 수준은 아니고,
곧 식을 거라고 생각한다고요.

게다가 절한 사람들 중에서는 “그 지장 덕분에 임신했어요! 감사합니다!”
같은 편지가 마을회관에 온다더군요.

플라시보 효과라고 할까요. 사람의 ‘믿음’이라는 게 정말 대단하네요.
한편으론 무섭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그럼 아무 효험도 없고, 유래도 모르는 지장에
다들 두 손 모으고 절하고 있는 거네요?” 라고 말하니,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요, 유래는 있어. 그게 어떤 존재고, 왜 그 자리에 있는 건지.

마을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나는 알고 있어. 괜히 오래 산 게 아니라서.”

그리고 묻습니다.

“알고 싶나?”

저는 궁금해서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거기 있는 건…
물론 아이를 점지해주는 지장 같은 게 아니야.”

“애초에, 지장보살조차 아니지.”

순간, 할아버지 얼굴에서 표정이 싹 사라졌습니다.

엥…? 하고 놀란 저는 반사적으로
“그럼… 그건 대체 뭐예요?” 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방금까지 웃던 얼굴이 거짓말처럼
완전히 딱딱한 표정이 되어,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 마을에 요괴 전승이 있는 거, 아십니까?
아니, 모를 만해.

나 같은 늙은이가 어릴 적,
그 시절의 더 늙은이들에게 들은 이야기니.

그 뒤로 문헌이나 그림 몇 점이
마을 회관에 보관된 정도고.

요괴라고 해도 ‘사람을 놀래키거나 덮치는 괴물’ 같은 게 아니야.

원래 이 땅에 살고 있던 인간과는 다른, 말하자면 선주민 같은 부류야.

사람보다 훨씬 왜소하고, 지장보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전해져.

그래요. 저기 있는 건 그 존재의 형상이야.
지장이 아니라, 옛날 실제로 그런 모습의 존재들이 있었던 거야.”

“이 땅에 처음 온 인간들은 그들을 철저히 박해했고… 결국 멸족시켰다해.

갓난아기나 임신한 여자 같은 존재까지 가리지 않고 모조리 죽였어.

지장들 가운데 유난히 작은 것, 배가 불룩한 것 있었지?
그런 지장들이 있는게 그런 이유야.”

“그 학살 후, 마을에서는 기묘한 연쇄 죽음이 일어났다고 전해져와.

사람들은 그것을 그들의 원혼의 저주라 여겼어.

그래서 그들을 달래기 위해?라기보다는
봉인하기 위해, 지금의 그 형상을 만들었어.

그리고 자기들의 죄를 숨기듯, 기억에서 지워버리려는 듯,
마을 깊숙한 산속에 조용히 모셔둔 거지.

그게 바로 ‘저것’이야.”

“저건 자비로운 지장보살님이 아니야.
저건 평온히 잠든 영혼도 아니야.

태어나지도 못한 채 죽어간 생명들,
인간에게 말 그대로 끔찍한 원한을 남기고 떠난 존재들이야.

분노와 슬픔과 증오, 그리고 살고 싶다는 마음의 덩어리들이지.”

“그런 것 앞에서 일부러 손뼉을 쳐서 불러내고
‘아이가 생기게 해주세요’ 하고 빈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그건… 벌 받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지.”

“어쩌면, 혹시…”

“다시 한번, 태어나려고 들지 모르지. 억지로라도.
비록 자신들을 멸망시킨 인간의 몸을 빌려서라도.
몸이… 얼마나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멍하니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난 뒤,
간신히 입에서 나온 말은

“그건… 그래도 말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였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이런 얘길 믿겠아?.
노인네의 주절거림이라고밖에 생각 안 하겠지.

게다가…
마을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한 모양이고.

나도 이제… 모른다네.”

너무 기묘한 이야기여서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기분이 나빠진 저는
딱 이야기도 끊긴 김에 얼른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그때, 할아버지가 제 팔을 꽉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처음 저에게 말을 걸었을 때처럼,
하지만 소름이 돋을 만큼 순진해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말이야, 말해주고 싶어. 그 지장 앞에서 절하고
‘아이를 가졌어요!’ 하고 기뻐하는 사람들 전부에게.”

“지금 뱃속에 있는 그 아이…
정말 사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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