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게 이번 달 영수증 전부에요?"
"응. 그게 전부야."
"저기, 이런 질문을 드리면 좀 이상하긴 하겠지만요..."
"소비가 왜 이렇게 줄었나요?"
"응? 그게 문제가 되는 거야?"
"아, 아뇨. 당연히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런데, 최근 영수증들이 다 식비 뿐이잖아요. 그것도 편의점 도시락 같은 걸로..."
"괜찮은 거에요?"
"뭐... 그렇지. 괜찮아."
"혹시... 열심히 모은 다음에 엉뚱한 거 사시는 거 아니에요?"
"아니라니깐. 유우카 무서워서 어떻게 그래."
"제, 제가 뭘요!"
"어쨌든, 너무 돈을 아끼기만 하시는 것도 올바른 소비는 아니니까..."
"건강은 챙겨 주세요."
[따르르릉]
"아, 유우카, 미안... 전화 좀 받을께."
"여보세요?"
"응, 그래. 맞아. 으응..."
'왜 이렇게 우물쭈물 하시지?'
"그래. 사야 할 건 사야지."
"알고 있어. 나한테 맡기라고 했잖아."
"그래. 준비되는 대로 송금해 줄께."
"응 그럼 이따 통화해."
[뚝]
"...누구...시죠?"
"아, 여자친구."
"에에...?"
"선생님 여자친구 있었어요?"
"그, 그럴 수도 있지!"
"............."
"그랬군요..."
"......................."
"그런데, 옆에서 통화하셔서 듣게 됐는데..."
"선생님, 그 분에게 돈을 보내주시느라 돈이 없는 거였나요?"
"...그건, 엄청 사적인 영역 아니니?"
"그, 그렇죠. 죄송...합니다."
"이번에 여자친구가 차를 새로 사고 싶대서... 좀 보태 주려는 것 뿐이야."
"선생님께선 차를 안 갖고 계시잖아요."
"뭐, 나야 걸어다녀도 괜찮으니까..."
"사고 싶으면 못 참으시던 피규어 시리즈도, 최근 한 달 동안 하나도 안 사셨죠."
"어... 여자친구가, 어른 돼서 그런 걸 사냐고 뭐라 하더라고."
"차라리 자기한테 옷이나 사 달라길래 몇 번 사주고 나니까 피규어 살 생각이 안 들더라."
"...그리고, 최근에는 편의점 도시락만 드시고."
"차가 좀 비싼 거라... 뭐 젊을 때 좀 그렇게 먹을 수도 있지."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깜짝이야..."
"선생님, 아무리 사랑의 형태가 여러 가지라고 해도, 이건 이상해요!"
"선생님은 식사도 엉망으로 하면서까지 여자친구분에게 돈을 보내시고 있잖아요!"
"......"
"차라리! 가챠도 하시고, 피규어도 사세요! 그 편이 덜 속상하니까!"
"...그러면 여자친구가 화낼텐데..."
"화를 낼 거면, 여기 와서 얼굴 보고 화를 내라고 하세요!"
"제가 아주 그냥 경제 관념을 새로 잡아 줄 테니까요!"
"으으... 선생님, 왜 그렇게 불쌍한 연애를 하세요..."
"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요."
"...진정해, 유우카..."
"그러네. 유우카 말이 맞는 것 같아."
"네?"
"나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어. 이건 좀 이상하다고."
"나도 나를 좀 챙겨야지... 고마워, 유우카."
"어... 예. 그래도 알아 주셔서 다행이에요."
"본인이 불행한 연애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여자친구 분이 선생님의 이런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선생님께서도 이것저것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
"그, 그럼! 피규어 하나 사야지! 헤헤!"
"어휴, 말씀드리자마자..."
"너무 많이 쓰지는 마시구요. 저는 산책 좀 다녀올께요."
[밖으로 나간다]
"...."
[사무실 문 밖]
"기분이 묘하네... 바람 좀 쐬고 와야겠다."
"아, 휴대폰 놓고 왔네. 들고 가야... 응?"
[사무실 안에서 들리는 소리]
"그렇다니까? 네 말대로 하니까, 유우카가 피규어도 가챠도 오케이 해 줬어!"
"대체 이유가 뭔진 모르겠지만... 몰라도 된다고? 어, 그러면 모르지 뭐!"
"당장~ 하나 골라 봐야~지~"
[드르륵]
"어, 어라? 유우카? 산책 간다고 하지 않았..."
"....."
"휴대폰을 놓고 나갔거든요."
"누구에요, 전화 상대?"
"'여자친구'에요?"
"............"
"으앙앙앙!!!"
[다음 날, 선생은 병가를 냈다.]
[다음 날, 밀레니엄의 사이바 모모이가 결석했다.]
댓글(11)
"언니, 나하고 얘기 좀 해."
"모모이 쨩, 이번엔 순순히 죽어 줘."
"으악! 으악! 살려줘! 케이 쨩 때가 덜 아팠어!"
모모이 이녀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아낀 선생님은 새 학생을 모집하려고 청휘석을 모았다)
"저를, 뽑으세요. 이미 있다구요? 또 뽑으세요."
100kg 싸움에 모모이 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