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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푸리아.. | 24/08/22 01:27 | 추천 27

CU 물류센터 냉동창고 후기 +31

원문링크 https://www.ilbe.com/11547529218

맨날 알바 갤러리에서 재밌는 글 많이 읽었는데, 내가 이렇게 적을 줄은 몰랐네. 

복학 전에 돈이나 벌어볼 생각으로, 알바를 구하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코로나에, 최저시급이 올라버리니깐 알바 구하기가 2019년보단 훨씬 힘들더라, 

결국에 찾은 곳이 CU 물류센터 알바가 눈에 보이더라, 상하차가 아니란 소리에 바로 지원 했고, 1분만에 문자가 오더라 전화로 군필여부랑 장기근무할건지 이것저것 물어보고 바로 내일부터 나오라 하길래, 내심 맘으로 아싸! 돈 좀 땡겨보자~ 이 맘이었다.

출근은 15분 일찍해서, 8시 45분에 출근했는데, 새벽조 인원들이 열심히 출고 할 것들을 피킹 하고 있더라, 난 처음에 갈 때 단순히 물류센터란 얘기만 듣고 업무 내용은 몰랐기에, 나도 이런 업무를 하는 줄 알고, 내 담당자가 올 때까지 구경하고 있었다. 어느정도 파악을 미리 해두면 좋을 것 같아서, 

9시 20분인가 담당자가 왔다. 다짜고짜 XX이 맞지?  너 이 새끼 왜 여깄어. 넌 냉동창고야. 라고 하길래 반말에 욕 먹은건 둘째 치고, 냉동창고라는 사실에 꽤 벙쪘다. 

그러고 자기 따라오라길래 따라갔더니 탈의실 가서 내 겉옷 위에 방한복을 입으라는데, 이 방한복만 입는걸로는 부족해서 깔깔이 같은걸 내 겉 옷 위에 입고, 그 위에 방한복을 입었다. 안에 겁나 껴입을 것을 감안한 것인지, 방한복 사이즈는 엄청 널널하고 커서 불편하진 않았다... 그렇게 입고 냉동창고로 이동하는데, 

그제서야 물류센터에 온게 실감이 나더라. 사람들 눈에 영혼이 옶어보이고 마치 아이티 주술사에 홀려서 노역만 주구장창하는 부두교 좀비들 같더라... 

냉동창고에 들어가니 뭐지? 생각보다 춥진 않았다. 아무래도 내 고향과 자라온 곳이 나름 대한민국에서 추운 곳으로 손 꼽히는 곳이고, 

가뜩이나 추위를 안타는 체질에 방한복(야구모자, 장갑, 후드)까지 입었으니 어쩌면 안 추운게 당연한 걸 수도 있다. 내부 온도는 -21도였다. 그 이유는 냉동 보관 권장 온도 중 가장 낮은 제품이 -20도 보관이라고 해서 그렇다고 한다. 

처음 냉동창고에 들어가면, 전일 새벽에 입고된 냉동물류들이 있다.  ex)  아이스크림, 냉동식품, 닭다리 같은 육가공제품, 크림빵 

빵도 냉동보관인건 신기하더라, 
어쨌든 그렇게 들어온 물류들은 각자의 위치로 이동시키고 정리를 한다. 일단은 위치를 시키는게 우선이고, 선입선출이나, 까대기는 지금 단계에서 하지 않는다. 
그렇게 정리를 하다보니 순식간에 점심시간이 되었다. 생각보다 할만 하다 생각했다. 추위도 안 타고, 무게들도 별로 안무거워서, 

그렇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근무를 하러 가려는데, 담당자한테 문자가 왔다. XX씨 일은 할만해? 라는 물음에 자신있게 네! 라고 답했고, 담당자가 그럼 앞으로도 계속 보자고 ㅎㅎ 라고 왔다. 그래서 앞으로 잘해보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오후 근무에 들어갔다. 

오전 근무가 일단 새벽에 들어온 물류를 정리하는거라면 오후는 본격적으로 선입선출 및 재고파악 후 최신화 그리고 '피킹' 알바였다. 

선입선출은 알바 하는 사람들이야 다 알 것이니, 생략하고 재고파악도 박스 갯수 세서 수량 곱하고, 테이프가 까진 박스만 낱개로 세어보면 끝나는 거라 어렵지는 않았다. 이렇게 1시간 30분이 흘렀다. 냉동창고는 아무래도 일반 환경과 다르기 때문에

1시간 30분이 지나면 30분 휴식하게 되어있다. 휴식시간도 많아서 진짜진짜 할만하다 생각했다. 

오후 2번째 타임이 시작됐다. 3시 땡치자마자 시작했는데 
지금부터 할 업무는 내가 하면서 후회하기 시작한 이유이며, 나가 지금 이 글을 적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피킹이라는 것을 해야한다. 피킹은 쉽게 말해 
각 점포에서 주문한 물건들을 대신 골라준 다음 상자에 담아두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지역 편의점으로 묶어서 그 상자들을 쌓아놓는 것이다. 이렇게 쌓여진 상자들의 집합을 '데크' 라고 부른다. 

하루동안 처리해야할 데크의 양은 우리 물류센터 기준, 21데크이며, 1데크당 상자가 35개정도이다. 단순히 계산해봐도 700박스 넘게 옮겨야 된다는 소리다. 근데 이게 700박스냐? 아니다 훨씬 더 된다. 왜 나면 상자 안에 상자가 또 있다.

그 이유는 아이스크림,냉동식품,육가공품을 분류하기 위해서다. 대략 1500개라고 생각하면 된다. 3명이서 다 해야하는데, 일단 압도적인 수치에 눌려버렸다...  근데 막상해보니 생각보다 오전이랑 오후1 타임때 물류 정리 하면서 위치가 익었는지 속도가 괜찮았다. 

오후 2타임때 대략 8데크까지 끝마쳤다.  물론 허리는 직살나게 아팠다. 나름 파워리프팅 하는게 취미라 허리가 잘 아프진 않았는데, 데드 200 치고 다음날 일어난 듯한 기분이었다. 

또 그렇게 담타를 가지고 오후 3타임 들어갔는데, 여지껏 느껴보진 못한 추위였다... 이 세상 추위가 아니었다. 생각보다 피로도가 쌓여있었고, 땀도 식고, 몸에서 열도 잘 안나니 추워지기 시작한것이다. 이렇게 추워지기 시작하면 일의 효율이 확 떨어진다. 즉 이걸 마루리하는 시간이 늦어지고 그건 곧 잔업을 의미했다. 

이 추운 곳에서 잔업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해서 바로 정신차리고 했다. 오후3타임의 중간정도인 5시 30분 즈음에 15데크까지 했다. 이제 6데크만 더 하면 됐는데, 나는 오늘 첫날이라고

그냥 좀만 더 하다가 몸 좀 녹이고 그냥 퇴근하라는거다. 그 말 듣고 마치 전역신고를 한번 더 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너무 추웠고, 내 얼굴은 얼어서 시뻘개졌다. 마치 스키장에서 하루종일 놀고 온 어린아이 같았다. 그런데도 온 몸은 땀에 젖어있어서 여간 기분 나빴다. 그리고 눈썹은 당연히 얼었고, 얼마나 추운지 콧털까지 얼어버릴 정도다. (이거 진짜 팩트임 코로 숨쉬면 코털 뻣뻣해진게 실시간으로 느껴짐) 

하여튼 그렇게 환복하고 내 차에 들어와 엉뜨를 키고 히터를 풀빵으로 틀고, 생각을 했다. 

아까 잘 부탁드린다고 호언장담하고, 안 춥다고 말까지 했는데, 이걸 어떡하면 관둘 수 있을까..? 그리고 돈은 월급으로 받기로 했는데, 오늘만 하고 관두면, 일급으로 받아야할텐데 어떻게 말 꺼낼까? 그리고 왤케 춥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돌았다. 

일단 몸은 좀 진정이 됐고, 물류센터 시골을 벗어나 도심을 맛보고 싶어 부리나케 도심쪽으로 왔고. 헬스장에서 열 내면서 운동했더니 몸 상태는 돌아온 것 같다. 근데 일급으로 달라고 문자를 보내니, 오늘 일한건 내일 주고 내일 일한건 모레준다는 것이었다.

분명 당일 밤 지급이라 해서 간건데. 익일지급이라는거다. 
어이도 없었지만 일단 알겠다 하고 
내일 당연히 안 갈 생각이지만, 내일 뵙겠습니다 문자하고. 
오늘이 된거다. 아직 돈은 못 받았고, 너무 피곤해서 연락 다 씹고 지금 디씨에 글 쓰는 중이다.

니들은 절대 냉동 알바 하지마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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