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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랑초.. | 24/06/23 00:06 | 추천 60

무지개다리를 건넌 나의 반려견 +11

원문링크 https://www.ilbe.com/11537232890







2024/06/19  오전 5시 57분 조이 우리한테 왔다 감

투잡으로 잠깐 하는 새벽일을 마치고 집안으로 들어설 때면  

앞도 안 보이고 귀도 좋지 않은 대신 후각으로 능력치가 몰빵된 

19살짜리 반려견 조이는 날아다니는 내 체취를 금방 알아보며

일어나 보이지도 않으면서 두리번거리며 항상 날 반겨준다

그런데 오늘은 일어나지 못하고 코만 한번 살짝 벌렁거리며 힘겹게 숨만 내쉬며 누워있다

좋아하는 간식 단팥빵을 코앞 가까이 갖다 줘도 반응이 없다 

어제까지만 해도 산책도 잘하고 식사를 싹싹 다 비우기까지 했는데 



(6월18일 오후)


섬뜩한 기분이 든다 정말 그 시간이 온 걸까? 

분위기가 심상치않아서 옆에서 말없이 조이를 쓰다듬고 있는 와이프한테 물어보니
 
밤새 잘 자다가 새벽 2시13분에 스스로 일어나길래 밖으로 데리고 나가 소변을 보게하고 

잠시 새벽바람까지 맡게 해주고 들어와서는 그 이후로 내내 잠을 못이루고 

큰소리 3번을 내뱉은 다음 내가 올때까지 숨을 아주 갸날프고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중이라고한다

얘기를 듣고 살펴보는 도중 뜬금없이 와이프가 예감이 이상하다며 

밖으로 데려나가 우선 기분전환이라도 시켜주자고한다


예전 일베간 글에 언급을 했었지만 와이프는 반려견 케어문제로 서로 합의후 

다니던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1년전부터 거의 내내 조이랑 붙어 지냈었기에 

일때문에 주로 밖에 나가있는 나보다 휠씬 더 조이에 대해 잘안다 


빠르게 나와서 자주 가던 산책코스인 뒷벌공원쪽으로 평소대로 안고 올라가는 도중 

유치원앞에서 조이 머리가 갑자기 확 뒤로 꺽이면서 날 바라보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가슴쪽을 감싸고있던 손에서는 심장박동이 시동이 꺼지는 것 마냥 약해지며 느려지는게 느껴졌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지만 생명이 꺼져가는 마지막단계에 있음을 확실히 알수있었다

그러다가 온 몸을 떨며 다시 불규칙한 개구호흡을 미세하게 4분정도 하다 

5시57분에 완전히 숨이 멎어버리고 힘이 빠지면서 몸전체가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내 얼굴에 기대고 있던 조이 머리가 볼을 스치면서 아래로 힘없이 툭 떨어질때 

몸으로 전해져온 진동은 내 온몸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오는 시간에 맞춰 힘겹게 버티다 품에 안긴지 5분만에 숨을 거둔것이다 

옆에서 와이프가 내 어깨를 두들기며 입모양으로 봐서는 무슨 말은 하는 것 같은데 

잠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않는 난청 상태에 빠지며 순식간에 오열이 터져버렸다

투병이 시작되고 틈만나면 조이한테 꼭 내 품에서 널 보내고 싶다고 말한 소원과

교회에 안 나간지 10년이 넘었지만 하나님 우리 조이 데려가실 때 

내 품에 안겨 편안하게 갈수있게 해달라는 기도가 이루어졌지만

더이상 이 세상에서는 같이 할 수 없다는 슬픔과 

나대신 1년넘게 조이를 위해 고생한 와이프 때문에 눈물이 멈추지않았다



정신을 조금 차리고 집으로 돌아와 내려 놓을려고 보니까
 
마지막 온힘을 쏟느라 내품에서 단단한 대변과 소변도 아주 잘하고 갔다 

씻기고 깨끗한 매트위에 뉘어놓은 다음 생각을 정리했다

버려져 골목길을 헤매던 자신을 거둬 20년 가까이 보살펴 준 댓가로

내 생애 가장 가치있는 시간과 최고로 행복했던 추억을 선물해 주고 

마지막까지 내 소원을 들어준 동반자가 먼저 가서 또 우릴 기다려준다고 한다

직장일로 둘다 한참 바쁠때 아무도 없는 공허한 현관에서 매일 아침 화장실 문밖에서 

그리고 19년11개월을 기다려 내품에 안겨 무지개다리를 건넌 조이는 

그리 멀지않은 시간에 우리가 도착했을때에도 기다렸다 

꼬리를 미친듯 흔들며 달려나와 얼굴을 마구마구 핥으며 반겨줄걸 반드시 믿는다
 






장례준비는 작년 6월2일 발작이후 고령의 나이에 

인지능력외엔 앞도 볼 수없고 모든 신체 기능이 떨어져 어느하나 스스로 할 수 없어서 

언제든 오늘이 마지막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미리 준비해놓은 상태라 출발결정만 하면 된다

미니밴을 호출해서 오전 7시40분 김포에 도착하니까 상주직원말고는 우리밖에 없다
  
2017년에 먼저 보낸 19살짜리 흰색푸들 초록이 때문에 와봤던 곳이라 낯설지않다 바뀐것도 별로없다


(2017년 11월에 먼저 떠난 19살초록이)


직원분에게 장례절차 설명을 들었지만 바로 진행하지는 못 하고 

추모공간실에서 1시간 가까이 조이를 부둥켜안고 울다 생각하다 

8시40분쯤 보내줄 결심을 하고 

평소 먹던 사료와 좋아했던 츄르간식 연어스틱과 함께 화장에 들어갔다 

55분뒤 직원분이 목례를 하며 쟁반위에 놓여있는 뼈를 우리에게 보여준뒤 곱게 갈아 

후일 단독주택으로 옮긴후 수목장을 할 목적으로 구매한 토분통에 넣어 건네준다

불과 몇시간전에 내 품에 안겨있던 조이는 사라지고 

한줌의 재로 변해 유골함속에 담겨져 내손에 들려져있는 현실이 도저히 믿기지않는다


돌아가는 길에 택시기사가 올림픽대로에서 노들길로 들어서 약간 돌아가는 바람에 

조이를 처음 만났던 곳 현재 모두 아파트가 들어선 흑석동앞을 지나간다

19년전 버려져 주택 골목길에 헤매다 나를 만나 졸졸 집까지 따라오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 오른다 






PS-반려견의 마지막과정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표현들이
들어갈 수 밖에 없어 불특정 다수에게 슬픔을 전염시키는 것 같아
글을 올리는 걸 망설였으나 나와 같은 사례와 경험이 반려견을 키우는 다른 일게이들에게 
약간은 보탬이 될 수있을 거란 생각도 들어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그리고 사실 이 글에 앞서 1년전 발작을 시작한 조이의 상태를
일베에 올렸을때 어떤 일게이가 꼭 후기를 올려달라는 댓이 생각나서
회복과 치유과정부터해서 당사자만 알 수있는 경험들을 정리해 
1주년이 되는 6월중에 올릴려고 계획하고 있다가
조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버려서 순서가 이상하게 되었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 정리해서 조만간 올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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