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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젊으.. | 19/12/24 21:13 | 추천 66 | 조회 4367

화류계에서 일해본 경험담 13편. +920 [33]

보배드림 원문링크 https://m.bobaedream.co.kr/board/bbs_view/best/272102

----------------------------------알 림---------------------------------------

제가 쓰는 글은 100% 어릴적 경험담이자 100% 리얼입니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내용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께서는 살포시 뒤로 버튼 눌러주시면

감사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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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퍼가시는건 좋습니다. 다만 출처와 임의적으로 제 삶의 이야기를 변경하지 말아주세요. 


13편. 신림역.


그렇게 보경이와 나의 어색함을 안고 버스는 꽉 막힌 강남대로를 지나 어느새 조금은 한적한


도로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음.


딱 자기좋게, 아니 어서 잠들라는 듯한 버스의 고요한 진동에 몸을 기대고 나도 어느새 보경이가


건넨 이어폰을 왼쪽 귀에 꼽고 조용히 노래가사를 들으며 창가에 머릴기대어 잠을 청하려고


하고있었고 그렇게 옆자리의 어색함을 느끼던 내가 서서히 몇곡의 음악을 듣느라 그 느낌을 잊어갈때쯤...


"투욱." 하는 가벼운 진동과 함께 내 왼쪽 귀에 꼽혀있던 이어폰이 번지점프하듯 나의 왼쪽 팔위로 떨어져내렸고,


그 가벼운진동에 떨어진 이어폰을 내가 다시 꼽으려할틈도 없이 어느새 보경이의 얼굴이 다가왔다.


다른 사람들처럼 잠에 빠졌는지 보경이는 내 볼과 어깨를 동시에 침범하듯 평소보다 단아한 머리카락은


내 왼쪽볼에, 볼은 가볍게 내 어깨에 기댄자세로 모자란 잠을 청하는듯 또 내게 어색함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어색함도 잠시..밀어내기에는 너무 얌전히 잠든 보경이의 얼굴을 나는 천천히 바라보았다.


여태 함께 일하면서 이렇게 가까이 일하는 아가씨를 본적도 없었지만, 보경이의 얼굴을 이렇게 오랜시간


내가 바라보는것도 처음인듯 싶더라.


너무 빨갛지도 않은 그렇다고 분홍빛도 아닌 립스틱색깔과 그에 반해 너무 하얀 피부색이 조화롭지 않은


조화를 이루고 가게에서 보던 인위적인 느낌이 아닌 보경이것 그대로의 차분히 내려앉은 속눈썹..


일이 힘들었던것인지 사는게 힘들었던것인지 모르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색함보다는 뭔지 모를


안타까움이 생겨 나는 보경이의 얼굴을 그대로 두었음.


그렇게 1시간정도 달렸을까 흔들리지 않기위해 애를 쓰던 내 어깨가 저려올때쯤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다며


"끼~익!" 하는 소리와 "치~익!"하는 소리를 연달아 연주하며 버스에 잠든 우리에게 내릴것을 재촉했음


잠들어 있던 사람들은 마치 수업시작종에 이끌려 서둘러 교실로 뛰쳐가는 학생들마냥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버스에서 내렸고 그때쯤 되어서야 보경이도 눈을뜨고 정신을 차렸는지 어깨를 빌려주던 나를 힐끔


바라보고는 급히 고개를 돌려 친구들과 버스에서 내리더라.



도착한 곳은 어딘지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한적한 시골 읍내같은 느낌이었고 거기서 몇 미터쯤을 가니


우리가 묵을 펜션이 나왔음.


펜션은 통나무와 벽돌로 만들어진 형태였었고 딱히 유명관광지나 예쁜 펜션이 아닌 그냥 조그맣고 아담하면서


하얀운동화를 막 세탁하고 말린모습처럼 너무 깨끗하지도 너무 낡아보이지도 않는 느낌이었다.


우리를 이곳까지 모셔온 결혼의 당사자들은 저마다에게 예약한 방을 안내해 주었는데 방은 3개였다.


그리고 다용도로 쓰는듯보이는 넓다란 방1개를 끝으로 우린 저마다 오늘 하루 묵을 자리를 찾아움직였음.


남자들이 잠잘수 있는방과 여자들이 잘방, 그리고 회장님이나 지분사장님들이 묵을 방 1개로


나름 형평성있는 분배를 했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큰방에 가니 뭐 노래방기계도 보이고 놀러온 사람들을


위한 놀이기구도 보이는 그런 곳이었던거 같음.


화류계 사람들의 특성인 탓일까? 어느정도 짐을 내려두니 누가 시킨것처럼 준비한 술을 꺼내고 안주를


만들고 술자리가 처음엔 작게 3~4명 모여 마시던게 점점 커져갔음.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화류계사람들에게 지금은 한낮이나 다름없지않나. 술이 오가고 한두시간뒤엔 삼삼오오 모여서


포커니 고스톱이니 명절날 윷놀이 하듯 판이 벌려지더라. 점잖으신 체면에 회장님이나 사장님들은


도박판에 끼기엔 눈치가 보이셨는지 바둑을 두시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냥 그 순간이 내눈에는 여느 명절날 모인 친척들처럼 느껴졌던것 같았고 평상시에는 가게에서 제일


직급상 막내이던 웨이터들도 그날만은 유니폼을 입지않아서인지 분위기에 의한것인지 땅콩캬라멜처럼


질리게도 입에 달고살았던 실장님, 상무님, 부장님등등의 호칭을 버리고 누나~형하며 어울렸다.


시간이 지나고 그런 즐거움의 열기가 파도에 부서지는 모래섬처럼 조금씩 사라져갈때 즈음하여 피곤한건지


하나,둘 각자의 방으로 가서 눕는 낙오자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새벽3시쯤을 기점으로 내일의 축하를


위해서 잠을 청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그날의 '축제'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어느정도 정리를 하고 다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하는 모습을 본뒤 나는 믹스커피 한잔을 타서


펜션마당에 막 죽은나무를 보기좋게 뉘인것처럼 생긴 벤치에 앉아 담배 한대를 물었고


담배불을 붙이며 "치익-"하는 기분좋은 소리와 서울에선 볼수없던 조금 더 가까운 별빛을 바라보며


잠시 즐거움속에 파묻어 놓았던 헤어진 그녀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담배가 절반도 타기전에 보경이의 친구중 한명이 내곁에 와서 내게 불좀 빌려달라며 자리를 잡았다.


무슨 고민이 깊은지는 모르겠지만 "후우~" 하는 깊은 담배 내뱉는 소리와 함께 보경이의 친구는 내게 조용히


말을 꺼냈다. "오빠..보경이 요즘들어 좀 이상해보이지않아?"


나는 전혀 예상도 못한사람처럼 아니 알아도 모르는듯이 대답했음 "왜? 보경이 요즘 잘웃고 하던데?"


"오빠 오늘 여기 결혼식 온 아가씨들은 우리밖에 없어...그걸 못느껴? 보경이 얘 얼마전부터 2차도 안나가건 알고?"


생각해보니 수많은 아가씨들중에 오늘 결혼식에 참가한 건 보경이와 그 친구들 둘뿐이었고


보경이를 택시태워 보낸이후 보경이를 엘레베이터로 안내해준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없는것 같더라.


나는 보경이의친구에게 다시 얘기했다. "그거야 실장님이랑 니들이 친해서 온거고, 2차는 니들이 알아서 하는거지.


나 때문에 니들이 2차가고 말고 할 거는 아니잖아?"


보경이의 친구는 "아......오빠 진짜 욕나오게 할래? 모른척하는거야, 진짜 모르는거야? 아휴....됐다."


그렇게 세상 답답한 사람바라보듯이 피던담배를 발로 밟아 끄며 여자들이 잠든 방으로 사라져버렸다.


나는 이내 피운담배의 기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 한대의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서울보다 조용한 밤하늘이었지만 서울에 있을때보다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는걸 느끼면서 혼자 생각했다.


"어떻게 하라는거냐...니들이 뭘 안다고..."


다음날 아침을 거르고 잠든 사람들사이로 어느 누군가가 맞춰둔 알람이 울리며 결혼식장에 갈 시간이


다되어 가는것을 사람들이 느끼게 했고 사람들은 저마다 아침에 어젯밤 '축제'는 언제 있었냐는듯이


자신을 변장시키기 시작했다. 버스를 탈때보다 훨씬 더 깔끔해진 사람들은 그렇게 결혼식장을 찾았고


어제 방만 소개한뒤 결혼식준비를 하러 먼저 떠났던 OO실장님과 OO상무님을 만날수 있었다.


그리고 평범하지만 평범하지않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화류계 사람들의 결혼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저마다 지난 밤 '축제'가 피곤해서였을까 다들 곯아떨어져 뒷자석에 앉은 내 시야에는


좌석등받이만 보일뿐 그들의 뒷통수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술도 마시지않고 해서인지 잠이 오지 않았고 굳이 돌아가는 버스에서도 올때 그자릴 찾아 앉은


보경이의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 미칠지경이었다.


보경이도 그런 내마음을 아는지 어제 오는길에 내게 기대어 잠든것이 민망했던것인지 오늘은 잠들지


않고 내내 MP3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난 서해안 갯벌에서 장화신은 발을 뽑아올리듯 힘겹고 무겁게


보경이에게 말을 꺼냈다. "오늘 도착하면 나랑 얘기좀 할래?"


보경이는 자신의 왼편좌석에 잠들어있는 친구둘을 번갈아보더니 "둘이서?....." 라고 되물었고


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응 둘이서." 라고 대답했다.


보경이는 좀 당황하는듯 놀란듯하다가 이내 "그럼 그때 거기...강남역 까페에서 봐."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일요일 편히 쉬시라는 인사와 함께 나는 나대로 보경이는 보경이대로


각자 그 까페로 향했고, 먼저 도착한듯보이는 보경이는 이번엔 2층이 아닌 까페입구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든 보경이에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요일 오후에 강남역 그 까페는 너무 세련되보였고 어울리지 않아 보였으며 사람이 많아 거부감이


들었다. 나는 보경이에게 "너 그러고보니 집이 어느 방향이냐?" 라고 물었고


보경이는 내게 "오빠는?" 하고 되물었다. "나 신림역 근처에 사는데 너희집 거기서 멀어?" 라고 하니


보경이는 웃으면서 "나도 신림역 그쪽살아~ 왜 몰랐지?" 라고 하더라.


"그래? 그럼 여기 가게사람들 볼수도 있고... 사람들이 너무 많네.. 신림역 근처로 가자" 며 늘 내가 집에 갈때 타는


그버스에 함께 몸을 실었다. 일요일임에도 예상보다 버스는 빠르게 보경이와 나를 신림역에 던져놓았다.


신림역에 내려 주변상가를 찾다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았고 나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곳으로 보경이를 이끌었다.


사실 나도 그때 내가 왜 그곳을 택했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선을 긋기에는 가장 좋은곳 같았다.


그렇게 보경이를 이끌고 간 곳은 신림동 순대골목이었고 요즘은 어찌 변했는지 모르나 그때 당시에 그곳은


몇개의 포장마차들을 한곳에 모아둔곳처럼 허름하거나 조용한 분위기였던것 같다.


그리고 그냥 먹지도 않을 순대와 소주하나를 시킨 뒤 보경이에게 먼저 한 잔을 건냈고 보경이는 잔을 받은뒤


나에게 독심술사처럼 생수를 따라주었다...나는 보경이와 그렇게 2잔쯤 물같은 소주와 소주같은 생수를 나눠


마신뒤 조심스레 내 마음을 보경이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직 여자친구가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아 힘들고...당분간은 여자만날 생각도 없고 니가 나한테 어떤마음을


먹고있던지 나는 널 좋아할수 없을것 같다고 아주 잔인하게...그렇지만 빠르지 않게 조용히 말을 했다.


보경이는 이미 알고있었다는 듯....직접 소주 몇잔을 직접 따라 마시고는...남자친구와 헤어진 이유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는데...역시 내 예상답안중에 그 이유가 있었다.


고등학교때부터 만난 남자친구가 있었더란다..그리고 보경이는 원래 고향이 대전이라고 했다..엄마를 두고


서울로 독립을해서 돈을벌러 오기전까진 매일같이 만나고 연애를 했는데, 서울에 와서 혼자잇는 시간이


많아지고 남자친구와의 만남이 뜸해지면서 다툼도 많이 생기고 그러다가 가게에서 참 바보처럼 웃어주는


내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흔들렸다고..진짜 오빠같기도 하고 그냥 보면 마음이 편했다고...그러다가 남자친구와


헤어지는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이별을 했다고 하는데...굉장히 덤덤하게 말을 하는 보경이를 보면서


나는 무슨말을 더 할수없었다..


보경이는 "됐어. 신경쓰지마 나혼자 미친년처럼 그런거니까. 오빠한테 책임지라고 할 이유도 없고. 냅둬."


그러고는 눈앞에 놓인 순대한접시중 몇개의 터진 순대를 보며 한마디 하곤 그자릴 떠났다."


"아...씨...진짜...저 순대도 나도 똑같네....다 터졌네. 나갈께." 라는 말..


그냥 나는.........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슬펐던건 확실히 아닌데..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다.


나는 선을 그었을 뿐인데, 보경이는 그 선을 긋기전부터 알고있었다는게 더 놀라웠고 당황스러웠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간뒤 억지 잠을 청했다..


다음날 가게에 출근을 했고 나도 모르게 보경이부터 찾고 있었다. 전화를 걸었지만....전화기는 꺼져있었고


내 마음은 답답함을 넘어 걱정으로 이어졌다.


얼마 안있다가 보경이의 친구둘이 재잘대며 가게로 출근하는 모습을 보았고 나는 보경이에 친구들에게


가서 "보경이 왜 연락이 안돼?" 라고 물었다.


보경이의 친구들은 "우리도 가게나가자고 전화했는데 전화기 꺼져있던데? 오빠랑 어제 무슨일 있었어?"


라며 답은 니가 알겠지라는 시선을 던졌다.


나는 보경이의 친구에게 전해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보경이 만나면....내가 어제 신림역 거기서 보자고


얘기좀 전해줄래?......


보경이의 친구들은 세상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차며, 내게 한마디를 건냈다.


"오빠 보경이 걔 노원에 살아요 무슨 신림까지 오라고 해요?"

※ 글을 퍼가시는건 좋습니다. 다만 출처와 임의적으로 제 삶의 이야기를 변경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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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 마침.

※ 글을 퍼가시는건 좋습니다. 다만 출처와 임의적으로 제 삶의 이야기를 변경하지 말아주세요 

하아.......거의 다 써놓은거....멀티탬 전원버튼 잘못눌러서 다시쓰느라 몇번의 멘붕을 겪었네요;;;하

이제 코스가 하나 더 추가 되겠네요.

논현초등학교 - 코엑스 - 언덕위에 하얀집 - 신림동 순대골목(BGM은 "안되나요"를 추천합니다.)

패키지로 하면 저한테도 뭐가 좀 떨어질라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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