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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다니는 유게이 전에 음식 빼먹은 범인들 잡았음 +18 [7]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7986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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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지나고 오후 5시쯤에 경찰한테 연락을 받았음




전에 신고했던 음식 도둑들 잡았고 걔네 지금 다 경찰서에 출두해 있는데,


내가 일단 피해자니까 참고인 자격으로 추가 진술 해주실 수 있겠냐고 하길래 가보겠다고 했음




그래서 가봤는데, 나 말고도 그때 같이 신고했던 그 집 아빠도 와 계시더라


나처럼 일하다 오셨는지 택배 조끼를 입고 계셨음


가볍게 인사 나누고, 경찰들 안내 받아서 들어가 보니까 정말로 남자애들 세 명이랑 그 가족들이 같이 있더라고




하나가 중학교 1학년, 나머지 둘이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하는데


가족들은 하나같이 화가 났거나 착잡한 표정이고 애들은 훌쩍훌쩍 울더라




난 솔직히 범인이 잡힐거라 기대도 안 했고,


피해도 따지고 보면 좀도둑질이라 그런 걸로 경찰이 바쁘게 움직여줄 거란 생각도 안 했기에 진짜 범인들 잡힌 거 보고는 좀 놀라웠음




얘들이 어떻게 잡힌 거냐고 물어보니까


담당 수사관이 그 날 동네 근처 CCTV 확인해 보고 얘네들이 훔친 피자 들고 가는 걸 발견해가지고 그걸 토대로 조사를 했다고 함


그 이상 자세한 과정은 말해주지 않고 그걸로 얘들 용의자 특정해서 탐문해봤더니 진짜 범인이었다는 거임



나도 맨날 어휴 경찰 수준ㅉㅉ 이러면서 경찰 깠던 적 있는데,


실제 대한민국 경찰과 공권력의 수사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거라는 걸 오늘 깨달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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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오늘 배달 갔던 동네들 중 하나고, 이해를 돕기 위해 올린 사진일 뿐이니까 오해 없길 바라



걔네들이 피자 훔쳐 갔던 골목이 이런 식으로 좀 후미진데다 옛날 건물들 많은 골목이라 그걸 어떻게 잡겠느냐 싶었는데


경찰이 동네 주변 CCTV를 뒤져서 기어이 찾아낸 거임




암튼 그렇게 돼서 걔네랑 걔네 가족들한테도 통보를 하고 참고인 조사 받으러 경찰서 출두하시라 했다는데,


피해자분들 오셨다고 나랑 그 집 아빠가 들어서니까 걔네 부모님들이랑 오셔가지고 우리한테 인사를 하는 거야




저희 아들들이 폐를 끼쳐서 정말 죄송하다고 하시고, 경찰서 오기 전에 먼저 따끔하게 혼을 내줬다고 하시더라


두 집은 부모님들이 다 오셨고, 한 집은 어른 없이 누나로 보이는 고등학생만 한 명 있었음




경찰 중재로 먼저 그 애들이 그 날 있었던 일 증언하고, 그 다음 피해자인 나랑 그 집 아빠랑 한번씩 또 증언하고,


서로 간에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합의를 해야 한다더라




그래서 그 집 아빠랑 나랑 둘이서 잠깐 의논을 했음



우리가 피해를 본 건 사실이지만 애들도 저렇게 와서 잘못했다 사과하고 있고,


어른들도 피자값이랑 우리 경찰서 왔다갔다 하느라 수고한 것도 물어주시겠다 하니 우리가 받아줘야하지 않겠냐, 이런 식으로




사실 뭐 애들이 뻔뻔하게 우리 촉법인데요, 어쩌라구요 식으로 배째라면서 나왔거나,


아님 어른들이 애들 감싸면서 피자 한판 가지고 뭐 이렇게 유난을 떠냐는 식으로 나왔으면 괘씸해서라도 안 받아줬을 텐데




일단 애들도 집에서 혼나고 와서 다 울면서 우리한테 죄송하다 그러고


어른들도 피해 입은 거 물어주겠다니까 그쯤에서 원만하게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았음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애들도 뭐 진짜 양아치라서, 싸가지가 없어서 그런 짓을 한 게 아니라


그냥 넷상에서 배달음식 훔치는 요령 같은 거 보고 진짜 그런지 호기심에 한번 따라해본 거라 그러는데


말투나 행동이나 얘들이 무슨 악의가 있어 그런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너무 어린 탓에 철이 없어서 그랬다는 게 딱 보이더라




그때 피자값이 배달비 합쳐서 2만 5천원이라고 하니까 그 자리에서 어른들이랑 그 고등학생 누나가 돈을 모아서 20만원을 모아 주시더라


어른들은 학생이 무슨 돈을 내냐고 말렸는데 그 누나가 동생이 잘못을 했으니 제가 물어드리겠다, 그러면서 자기도 돈을 보태는 거임


집에 어른들이 혹시 안 계시냐니까 그건 아니고 엄마가 야간 일을 하시느라 지금 집에서 주무시는데, 이런 일로 엄마 깨우기 뭣해서 그냥 자기가 혼자 왔다더라고




그리고 그렇게 모은 20만원을 나눠서 나랑 그 집 아빠한테 10만원씩 나눠주셨는데,


그 집 아빠가 돈 받고나서 애들 부르더니 자기 지갑에서 5만원을 더 꺼내 15만원을 만들고 그걸 애들한테 5만원씩 나눠주면서 이러시더라




-너희가 제대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으니까, 나도 여기서 더 안 나가고 이걸로 매듭을 짓고 싶다. 

이 5만 원이 비록 작은 돈이겠지만, 어른으로서 너희가 어느 순간 길을 잘못 들어 더 나쁜 짓에 손대지 않도록, 너희 앞길 잘못되지 말라는 의미에서 주는 돈이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라



그 말 듣고 애들이 울먹이며 조그맣게 네, 네 하는데 뒤에서 그 고등학생 누나가 자기 동생 머리를 손바닥으로 때리며 이랬음




-고맙습니다 해야지 이 새끼야




어른들 피식 웃고 애들은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도 받은 돈 10만원에 지갑에 있던 돈 2만원 보태서 12만원 만들고 애들한테 4만원씩 나눠줬음



뭐 나는 말도 잘 못하고 어버버 하는 일개 유게이라 그냥 애들한테 진짜 다시는 그러지 말라 그러고, 어른들이 사주는 거다 여기고 부모님들한테 잘해라 그러고만 하고 끝냈음




일이 그렇게 마무리 되니까 경찰들이 애들한테도 말을 해주더라.


지금 저분들이 좋은 분들이라 이렇게 좋게 좋게 끝난거지, 보통은 이렇게 끝나는 일 드물다고. 진짜 하늘이 도와준 거라 여기고 앞으로는 성실하게 지내라고.




그렇게 애들이랑 부모님들이랑 인사하고, 그 집 아빠하고도 다시 인사하고,


서로 이제 경찰서 나와 각자 갈 길을 갔음




처음엔 신경 쓰인 게 뉴스 같은 데서 애들 막 촉법이다 뭐다, 막 나가는 꼬라지 본 게 많아서 범인들도 그러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제대로 된 애들이었고 패악질 부린다는 부모도 없이 제대로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과도 제대로 받고 나니까


한편으론 세상 대부분은 이렇겠구나 싶더라고




뉴스에 나오는 사례는 진짜 그만큼 특이한 일이니까 실리는 거고, 


대개는 일이 생겨도 서로 수습 잘 하고 마무리 좋게 지으면 이렇게 좋게 넘기는 일이 더 많겠구나 싶었어


그게 사람 사는 거라고 생각이 들더라




잘못을 저질렀어도 제대로 사과하고, 그걸 받아들여 용서하고,


그 후에 다시 원래 살던대로 또 이렇게 돌아오고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드는 오후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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