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혼잣말을 고치게 된 이유 +67 [3]

씹덕 중에서 가장 사회화가 떨어지는 부류가 무엇일 것 같은가?

뭐니뭐니해도 혼잣말하는 씹덕이다

듣기만 해도 개좇같은 한본어와 인터넷 밈을 섞어가며 혼잣말로 중얼중얼거리는 씹덕.

그런씹덕이 세상에 어딨어 씨1발 너 이새끼 씹덕본적없지?

라고 말할수 있다면 당신은 심연을 들여다본적 없는 사람이다

난 내 짧다면 짧은 인생에서 세놈이나 봤다

혼잣말하는 씹덕은 혼잣말이 왜 잘못됐는지 모른다

혼잣말이라는게 사실 옆에서 보면 개좇같다는거 말고는 딱히 잘못된 부분은 없지만

바로 그 옆에서 보기 개좇같다는 점이 사회적으로 좇되기에는 너무나도 적합한 조건 아니겠는가

나 역시 이른 나이로 씹덕질에 입문했을 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버릇이 생겼었다.

당시 함께 살던 21살먹은 형은,

오타쿠라는 단어가 한국에 정착하기도 전에 당당히 대한민국 씹덕의 선봉기수가 되어 수십종의 애니메이션을 소유한 사람이었다.

그때 그 형에게 에반게리온을 입문당하지만 않았어도 내 인생이 이정도로 좇되진 않았을

이야기가 샜는데

어쨌든 안노의 개좇같은 철학으로 가득한 세기말 감성의 우울한 애니메이션이

어리고 순진한 아이를 염세주의에 찌든 애어른으로 탈바꿈시키는데에는 5화 분량이면 충분했다

내가 첫번째 의무교육을 마치기도 전인 당시에는 찌질한 이카리 신지보다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안달난 철부지들인 이카리 겐도와 카지 료우지가 그리도 멋있어보였다

실제 내가 철부지인 나이였기에 그들의 면피적인 부분으로 가득찬 어른 흉내가 그리도 어른스러워 보였던것 같다.

겐도와 카지의 명대사를 일본어로 외워 줄줄 혼잣말로 읊으며 태동기에 제대로 좇되어버린 나의 애석한 자아를 사랑스러워했다

함께 살던 대학생 형은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그런 애석한 어른이 아니었다

적어도 자신의 삶을 찾아 부모님의 부유함을 등지고 방랑중인 스물하나 청춘이

열네살 급식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과거에 얽매여 앵앵거리는 수염난 애새끼들보다 훨씬 어른스러웠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제대로 된 어른이었던 형은 애석한 어른애들의 면피성 발언을 흉내내며 혼잣말하는 내가 불쌍했던것 같다

그래서일까

형은 혼잣말하는 나를 두들겨 팼다

'너 그런 버릇 안고치면 앞으로의 인생이 많이 피곤해질거다'라며

내가 혼잣말을 하는걸 보거나 들을때마다

주먹으로 두들겨 팼다

하염없이 두들겨 팼다

세달동안 두들겨 팼다

그렇게 내 혼잣말은 고쳐졌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사실 내가 불쌍해서라기보단 옆에서 보기에 개좇같아서 팬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본인이 개좇같았기에 교정을 행한것 또한 나름 당위성있는 사회적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