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스페인에서는 지역드립 소재로도 쓰인다는 요리 +42 [24]

빠에야

이슬람 지역의 필라프가 스페인식으로 변형된 쌀 요리로

원래 발렌시아 지방의 토속 요리였지만 이제는 스페인 어디에서도 어렵지 않게 먹어볼 수 있는 전국구 음식이 되었다

유럽에서는 아시안 음식점 가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제대로 된 밥 요리라서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꽤 인지도가 높은데가격은 둘째 치더라도

대부분은 저렇게 해산물과 소시지가 호화롭게 올려진 빠에야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왜 제목에 지역드립 얘기가 나오냐 싶을텐데, 이유는 간단하다

저건 진짜 원조 빠에야가 아니거든

상술했다시피 빠에야의 본고장인 발렌시아 지방에서 먹은 빠에야는 빠에야 발렌시아나(Paella valenciana)라고 해서 부재료가 전혀 다르다

정통 발렌시아식 빠에야는 닭고기나 토끼고기(취향에 따라선 달팽이)를 넣고 리마콩을 넣어 짓는, 어찌보면 상당히 토속적인 요리며

발렌시아가 바닷가 지방이다 보니 해산물도 가끔 넣기는 하지만 소시지는 절대로 안 넣는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해산물과 소시지를 듬뿍 넣고 지은 빠에야는 바르셀로나 쪽에서 변형된 것인데, 바르셀로나가 발렌시아보다 훨씬 부유하고 오고 가는 사람들도 많다보니 저게 원조마냥 알려진 것

이탈리아급은 아니라지만 스페인도 지역 감정이 상당한 편이고 특히 발렌시아와 바르셀로나는 서로서로 졸부 새끼들아 vs 그지 새끼들아 하면서 으르렁대는 사이라 발렌시아 입장에선 바르셀로나가 자기 요리를 뺏어갔다고 느끼는 셈임

그래서 일부 자부심이 강한 발렌시아 요리사들은 저런 바르셀로나식 빠에야를 보고 '저건 빠에야가 아니라 아로스 데 마리스코(Arroz de marisco, 해산물 쌀밥)'라며 아예 빠에야로 취급해주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