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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power | 24/09/10 13:56 | 추천 2 | 조회 870

배달 대행 시작한지 3주차 후기 +297 [19]

SLR클럽 원문링크 m.slrclub.com/v/hot_article/1283055

몇 년 동안 잘 다니던 일 그만두고 개발 배워보겠다고 까불다가 취업이 생각처럼 잘 되질 않아서 전전긍긍하다가 이제 모아뒀던 돈도 떨어지고 하여 고민 끝에 배달 대행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년 동안 백수 생활을 하면서 가지고 있던 현금을 거의 다 사용하였고, 남은 현금으로는 서너달치 월세면 끝장이라 과감히 투자해보기로 결심하고 바로 중고로 스쿠터를 하나 구매하여 배달 대행일을 시작했습니다

20대 때 오토바이를 좀 타서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했었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타는 일 자체에 대해서는 수월했네요

수많은 일 중에 굳이 배달일을 선택한 이유는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쨌건 지금도 계속해서 개발자 취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 면접 일정이라도 잡히면 언제든 면접을 보러 가야했기 때문에 내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는 일로는 배달이 제격이었습니다

첫 날에는 밤 10시에 시작하여 3시간 동안 10건 정도 배달을 하였고 4만원 정도 돈을 벌었습니다.
처음에는 오전 11시부터 나와서 새벽 1시까지 배달 일을 하였으나 한낮의 뜨거운 더위와 서울의 극심한 교통체증 때문에 체력적으로 너무도 힘들더군요
하루 일하고 하루 공부하며 쉬고, 할 생각이었는데 저렇게 하니 다리 허리 어깨 손아귀 등등 모든 곳이 고통을 호소해서 도저히 다른 무언가를 할 컨디션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이후로 낮에는 개발공부와 취업 스터디, 영어공부, 학점은행제 강의 등에 매진하고, 교통 체증이 조금 풀어지는 저녁 8시정도부터 새벽 1-2시 정도까지 배달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밤에 5-6시간 정도 배달일을 하면 보통 20~25건 정도 배달을 하게 되었고 수익은 그날그날 다르지만 하루평균 8-9만원 정도 나오는 듯 합니다.

여태까지 총 200건 정도 배달을 하였고 140만원정도 수익을 냈습니다.
일한 날 수로만 따지면 15일을 일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7시에 나와서 새벽 3시까지 좀 무리하여 일을 하였는데 총 35건 배달을 하였고 16만5천원정도 수익을 냈습니다
다만 그 여파인지 다음날 너무 힘들어서 몸살이 나서 일을 못했습니다. 제가 기본적으로 마른 체격에 체력이 좀 약하긴 한 모양입니다

일을 하며 힘든 점은 당연히 교통체증 속에서 장시간 오토바이를 타며 여기저기 배달을 다녀야 하는 육체적 고통도 따르지만,
다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술한잔 걸치며 쉬고 20대들은 남녀 짝짝이 모여 신나게 웃고 떠드는 그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

“안녕하세요 사장님 쿠팡이츠입니다”
“네 좀만 기다리세요”
“넵...!”

하고 그 시끌벅적한 틈에서 혼자 뻘쭘하게 서있다보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도 저들과 다를바 없이 금요일밤을 즐기고, 주말을 즐기고 했었는데, 그 누구도 등 떠밀지 않았는데 제 발로 걸어나와 이게 뭔 고생이람... 하는 생각에 스스로의 처지가 못내 부끄럽고 한탄스럽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잡생각은 비우고 현재의 상황만 생각하며 일을 하면 좀 낫긴 합니다만, 그렇게 되면
‘아니, 내가 개발자 하려고 일 때려쳤지 배달 하려고 때려쳤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또 기분이 다운되곤 합니다...ㅋㅋㅋ

제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전까지는 계속 이러한 기분은 들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아무튼 저는 생전 접해보지 못하리라 여겼던 일을 하면서 세상의 또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서 접하고 알게 되고 있습니다
새벽 2시에도 제육덮밥을 시켜먹는 사람이 있으며, 새벽 2시에도 제육덮밥을 파는 가게가 있다는 것이나,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부터 대학동의 정말 낡디낡은 단독주택까지 두루 다녀보며 몰랐던 주거형태에 대해서도 깜짝 놀라보기도 하고,
뉴스로만 접했던 고급 아파트 경비원의 갑질 같은것도 당해보고요ㅎㅎ
또 배달일을 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요아정’ 이라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요즘 엄청 성황리에 영업중이라는것 등등이요..
배달을 하며 마주치는 많은 사장님들, 고객님들을 보며 정말 세상에는 엄청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것도 또 느낍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취업이 언제 될지 전혀 기약이 없고, 사실 반 쯤은 포기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배달일을 얼마나 하게 될 진 모르겠습니다

지난주부터는 대학교들이 개강을 하면서 서울대생들이 자꾸 점심에 배달을 시키는데, 대부분은 주소를 정확히 써놓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 경우가 너무도 많아서 서울대로 배달이 걸릴까봐 아예 점심시간엔 나가지도 않게 되었습니다ㅋㅋ..

저도 지금 학점은행제 하고 있는 것이 중간고사 기간이라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이것도 기록이라 생각해서 주절주절 글 남겨봅니다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수준에서 고객님들의 음식이 흔들리지 않게 노력하며 최대한 빠르게 배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엔 퇴근시간에 반포에서 좌회전 신호 하나를 다섯번이나 받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는데, 왜케 느리냐는 고객센터 전화를 받고 나니 뭔가 서러운 마음이 들어 울컥하더군요.

모쪼록 열심히 양심적으로 하시는 배달기사분들이 많으니 차가 많이 막히는
시간엔 음식이 좀 늦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ㅎㅎ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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