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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도르.. | 24/08/09 03:25 | 추천 0 | 조회 292

대한민국의 중증 외상 +216 [6]

SLR클럽 원문링크 m.slrclub.com/v/hot_article/1274077

저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증원을 어느정도 찬성하는 의사지만 (이번 주먹구구식 증원 말구요), 이부분은 너무 길고 복잡한 문제라 적지 않겠습니다.
오늘 기둥에 깔린 환자가 병원 이송 지연으로 사망한 일도 있고, 중증 외상 관련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전세계에서 매우 신속, 효율적, 가성비에서 뛰어난건 대부분이 알고 계실겁니다.
그러면 의료의 수준도 최고인가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암, 만성질환, 뇌졸중, 심근경색 등 모두가 잘 알고, 환자수도 많은 질환에 대해선, 건강보험으로 보장이 잘 되어있고, 상대적으로 보는 의사도 많고 의료의 수준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질환은 의료 수준이 떨어집니다. 대표적인 예가 중증 외상입니다.

일단 상대적으로 안전한 우리나라는 외상의 기전이 다양하지 않고 케이스가 적습니다.
외국처럼 칼질하고 총쏘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야 다양한 외상 환자가 많은데, 그런일이 잘 없죠.
환자 케이스가 적으니까 보험 보장도 없고, 외상 발생시점부터 최종치료까지 시스템도 없고, 잘보는 구급대원이나 의사도 없습니다.

다음은 효율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건강보험의 문제입니다. 건강보험은 적당한 치료를 받을시 결과적으로 많은 환자가 생존, 치료 확률이 높은 질환 위주로 되어있습니다. 중증외상은 그 정반대에 있는 질환이죠.
아무리 최고의 치료를 해도 생존률이 매우 낮습니다. 각과의 모든 의료진이 다 투입되어서 제대로 치료해도 RTS 스코어 5점 이상의 중증 외상에선 생존률이 20% 미만입니다.
거기에 외상마다 정도, 부위가 다 달라서 치료방법을 규격화 할수 없습니다. 환자 상태따라 치료가 들어가야 하는데, 건강보험에서는 이를 규격외 치료로 보고 보험 지급을 안해주고, 이는 고스란히 적자로 이어지죠.

7년전 쯤 중학생 자녀를 둔 엄마가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내원, 다발성 골절 및 장기 파열로 신속한 진단 후 신경외과, 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까지 즉시 콜을 했으나, 모든과에서 수용거부, 1시간만에 심정지 발생, CPR 후 자발순환회복을 3시간동안 반복했는데, 그때 쓴 수혈 피만 38팩입니다. 결국 환자는 사망했고, 저희는 규격 외의 치료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치료비를 지급받지 못했죠.
지급받지 못한 치료비는 환자로부터 받을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스템은 환자가 아닌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아야 합니다.
병원은 비영리기관이지만 적자 운영을 할 순 없습니다. 아주대병원과 이국종 교수 사이의 문제가 있었던 이유입니다.

건강보험은 의사의 과잉진료를 막고, 적당한 치료를 제공하게 하는 좋은 시스템이지만, 심평원의 기준을 벗어난 치료는 어렵게 합니다. 그렇다고 확률이 낮은 치료에 보장을 해주는것도, 보험공단의 무제한 적자를 유발할테니 문제가 되겠죠.

다시 중증외상 얘기로 돌아와서 우리나라가 중증외상에서 유리한 환경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나라의 크기 대비, 뛰어난 교통, 구급 시스템, 의료진입니다.
중증외상 치료의 가장 키포인트는 시간입니다.
오늘 기둥에 깔린 환자도 사고 직후 의식이 명료했으나 1시간뒤 심정지가 일어났죠. 1년전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때도 마찬가지구요.
당연한거지만, 출혈시간이 길수록 가망은 없습니다. 응급실 도착 후에도 검사 기다리느라 지체가 될게 아니라 검사없이 바로 수술방 들어가서 열어야 희박한 소생 가능성이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진단하고 이과 저과 콜하다보면 늦습니다. 드라마 김사부에서처럼 중증외상팀이 필요한 이유죠.

중증 외상의 골든 타임은 1시간입니다. 다만,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다르게 그 골든타임안에 수술방까지 간다해도 사망률은 매우 높습니다.
아마 오늘 사건의 환자도 곧바로 권역 외상 응급실에 들어갔다 해도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높은 사망률과 다른 질환 대비 필요한 인력과 비용은 수배~수십배...
환자가 없을때도 비상대비 모든과의 24시간 백업이 가능해야 하고, 수술방까지 가도 대다수 사망, 치료의 적절성에 대한 시시비비, 거기에 시행된 비용을 보장받지 못하는 적자 가능성
이러한 것들이 해당 환자를 기피하게 되는 이유가 되죠.
이국종 교수같은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의사조차도 해결할 수 없없던 문제입니다.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제가 받는 수입이 줄더라도 환자의 진단과 응급치료, 이후 최종치료를 위한 전문과 연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오면 좋겠습니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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