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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 24/08/01 15:58 | 추천 20 | 조회 13

닌자슬레이어) "붓다는 게이에 새디스트"라는 문장의 경위에 대해.txt +13 [12]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7076346



「닌자슬레이어」에는 '붓다'에 대한 언급이 곧잘 등장한다. 붓다는 기본적으로 부처를 뜻하는 Buddha를 그대로 발음한 것으로, 닌자슬레이어에서는 그중에서도 석가모니불을 가리키는 단어다. 물론 굳이 부처 대신 Buddha라는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했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사람도 있겠으나, 이 작품은 영어 -> 일본어 번역 과정에서 생긴 텍스트의 왜곡을 즐기는 작품이기에 이 또한 작가들의 의도적 장치 중 하나다. 


「닌자슬레이어」라는 작품은 '미국인의 왜곡된 시선으로 본 일본 문화를 골자로 한 사이버펑크 모던판타지'이므로, 이러한 컨셉에 의해 본 작품에서 언급되는 '붓다Buddha'는 서양 문화에서의 '예수Jesus'를 대신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물론 본 작품의 세계관 내에 '예수'라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예수또한 닌자슬레이어의 배경설정에서도 분명한 실존 인물이지만 닌자는 아니었으며, 본작의 일본에서도 분명 크리스마스를 즐거운 날로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의 왜곡된 시선'이라는 사고방식으로 해석할때 현실의 일본은 천년넘게 불교를 숭상한 국가였으며(물론 신토 등이 강하게 남아있긴 하지만) 21세기 현재에도 기독교의 영향력이 약한 나라이다. 사실 관계를 곡해한다면 서양의 예수를 붓다로 치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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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아멘'이라는 괴상한 경구를 읊으며 사망한 닌자의 시체에 불을 붙이는 야쿠자 텐구

-아트로시티 인 네오사이타마 시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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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의도적인 곡해로 인해 작중에서는 극적인 상황일 때 서양에서 예수를 찾으며 "하느님 맙소사Jesus Christ!"를 외치듯 붓다를 찾는다. ex) "붓다 쉿!", "오오 붓다여 주무시고 계십니까?"


 작가들(닌자슬레이어는 두명의 작가에 의해 집필된다)의 의도적이고 계산적인 설정에 의해 「닌자슬레이어」의 붓다는 서양매체에서의 예수를 치환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하지만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


다음 이미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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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붓다의 이미지에 게이에 새디스트라는 텍스트가 공존하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리 닌자슬레이어가 정신나간 작품이라지만 한 종교의 성인이자 신적인 인물을 폄훼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이 이미지를 이해하려면 이러한 문장이 나온 맥락을 알아야한다.









그리고 지금 레이지는 제8계층행 리프트를 타고 있었다. 격렬하게 금속부와 활차가 마찰하며, 파직파직 불꽃이 튄다. 상층에서 배어나온 오수의 물방울이 어둠 속으로 떨어진다. 철망 발판은 그야말로 의지할 곳 없이 흔들리고있었다. 타타미 20장 정도의 리프트에 탄 것은 그와 2명의 부디즘 펑크 뿐. 5

 

"붓다는 어떤 남자를 지고쿠에서 구하기 위해, 끊어지기 쉬운 거미줄을 내렸다. 왜?" 형광 붓다 헤어의 2인은 난해한 스컴 선문답을 반복한다. "게이에 새디스트라서." "정답입니다." 그들의 너무 이질적인 사고 회로와 노출된 우락부락한 팔뚝은 리프트의 가장자리에 서있는 레이지에게 심한 공포를 느끼게 했다. 6

 

"붓다가 계곡 바닥에서 굶어죽어가고 있을 때, 타이거는 돌연 계곡에 몸을 던져 죽었다. 왜?" "타이거는 게이였다." "정답입니다." ...파직파직파직하고 불꽃이 튄다. 멀리서 제8계층의 네온이 반짝인다. 가끔 펑크들은 레이지 쪽을 보았다. 레이지는 말을 걸어오지 못하도록 허공을 향해 눈차크를 휘두르고 있었다. 7


- 나이트 에니그마틱 나이트 中 -









"붓다는 게이에 새디스트" 라는 언급이 처음 등장한 부분이다. 물론 붓다는 게이도 새디스트도 아니다. '붓다와 거미줄'의 이야기는 일본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 「거미줄」에 등장하는 이야기로, 생전에 딱 한번 거미를 구해주는 선행을 한 지옥에 떨어진 악당 '칸다타'를 구해주기 위해 부처가 극락의 거미줄을 내려주지만 다른 이들이 거미줄에 올라타는 것을 칸다타가 힐난하자 거미줄이 끊어진다는 내용이다. 부처는 악인을 구해주기 위해 구원의 손길을 뻗었지만 악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갱생하지 못했고, 다시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내용을 '게이에 새디스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타이거는 게이였다"라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불교설화에서는 부처를 위해 스스로를 공양한 동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부처를 위해 스스로를 제물로 바친 동물의 이야기를 그저 '동물이 게이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식으로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닌자슬레이어의 장르는 사이버펑크로, 2000년 이후 전쟁과 재난으로 인해 피폐해지고 인간성이 옅어진 디스토피아 사회를 다루고 있다. 여느 사이버펑크 장르의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하층민들은 끔찍하게 죽어가기 마련이며, 사람의 목숨은 파리목숨만도 못하다. 생지옥에서 사람들은 항상 신적 존재 즉 붓다에게 기도를 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붓다는 자고있는 것이다. 


잔혹한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신에게 빌지만 신은 대답이 없으며 고통은 배가 되어간다. 세상에 구원은 없는 것이다. 그야 붓다는 자고 있고, 게이에 새디스트니까.





물론 작품 내에 신적존재인 붓다에 대한 비난과 원망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분명히 작품내에 존재하며 온전한 진리를 아는 유일한 존재다. 자고있는듯 하지만 고통받는 자를 외면하지 않는다. 현실과 똑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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