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매우 대충 설명되어있는데, 동독 관료 샤보포스키는 사실 별 잘못이 없었음.
샤보프스키가 착각해 발표 내용: 여행조건 완화, 비자 즉석 발급, 전 검문소에서 출국을 인정해줌.
그러니까 원래 법안이랑 발표내용이랑 별 차이가 없었던 거임. 현장의 기자들도 "별 내용 없네"하는반응이었지.
그런데...
이탈리아 ANSA 소속의 기자 리카르도 에르만이 독일어가 짧아서 "베를린 장벽 개방"이란 발표 내용을 "베를린장벽 철거"라고 알아듣고 ANSA에 급보를 침.
물론 ANSA도 바보는 아니라서 처음엔 헛소리 하지 말라고 했는데, 리카르도 에르만이 자신이 알아들은 엄청난 소식(뇌피셜)에 흥분해 엠창을 시전해 기사를 통과시킴.
ANSA에서 정식으로 실린 기사는 곧 유럽의 언론들이 렉카질을 해댔고, 이 소식을 접한 독일국민들은 동독 서독 가릴 것 없이 베를린 장벽으로 모여들어 장벽 철거를 요구했다. (그야말로 혼파망)
당연히 국경경비대는 제대로 지침을 전달받았으니 통과하고 싶으면 비자와 여권을 가져오라고 했으나, 흥분 된 소식에 몰려온 군중들은 국경경비대에게 "뿅뿅아 못믿겠으면 얼른 나무위키 뉴스를봐라!!"라며 'TV켜라'를 시전, 그 분위기로 밀고 나가 베를린 장벽을 허물기에 이른다.
사실 서독도 나름대로 통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우발적으로 국경을 허물면 나라가 십창난다는 것도 짐작하고 있었다.
또한 서독측 국경은 통제가 가능한 상황이었기에 서독측에서 마음만 먹으면 상황은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독은 소련이 붕괴한 이 혼란한 틈이 아니면, 주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통일을 진행할 기회가 없다고 판단했고 통일을 강행 해버린다.
이처럼 '어이쿠, 손이 미끌어졌네염 데헷'하는 흐름을 타고 얼렁뚱땅 통일해야지, 정책적으로 추진을 하면 강한 저항에 부딪칠 것은 안봐도 넷플릭스라....
무엇보다도 독일 재통일에서 한국인이 알아야 할 것은....
"통일 비용이 컸던 건 두 나라가 우발적으로 합쳐져 발생한 사회비용"
.....이란 점이다.
근데 우리나라는 저렇게 될 일이 없다. 종종 '통일하면 북한에서 거지들이 몰려온다'라며 공포감을 조성하는 말이 나오는데, 휴전선은 저렇게 우발적으로 철거될 벽이 아니다. 북한은 차량도 희귀하고, 도로도 열악하다. 북한 국민들은 만성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남하는 목숨을 걸어야하는 일인 것이다. 북한은 거주지 이탈을 범죄취급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치안이 남아있는한 통제를 할 것이고, 미디어 수단이 없는 폐쇄적인 북한의 특성상 북한이 완전 붕괴해도 이걸 아는데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북한 인구밀도가 남한처럼 휴전선 가까이에 밀집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대응시간이 없는 혼란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분단 된 국가가 주변국의 이해에 의해 통일을 못하는 건 흔한 일이다.
우리가 중국을 사랑하여 중국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단 말을 하듯이, 영국이나 프랑스도 독일이 두 개이길 바랬다.하지만 독일은 통일을 했고 최종적으로 유럽의 맹주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독일은 경제적 대가를 치뤘다.
그러나 그 대가는 통일 자체의 대가가 아니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기 위한 대가다.
'통일은 두려운 것이니 생각도 하지 말자'라는 말은, 사실은 '한국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한국이 두 개이길 바란다'의 완곡형일 수도 있다.
....적어도 우리의 이웃은 정말로 그런 마음으로 말했을 것이다.
이제는 그 누구보다 한국인들이 믿는 하나의 신앙이 되었다면, 이는 인류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선동 중 하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역사를 바꾼 희대의 저널리스트의 얼굴을 보도록 하자.
엠창으로 역사를 바꾼 이탈리아인.jpg
한 줄 요약:
독일 통일의 과정: 난독증->엠창->렉카질->TV위키 켜라 ->통일
이어서 '정말 통일한다면 우리가 체감할 통일비용은 얼마일까','요즘 북한은 왜 저 GR인가', '북한이 살만해지면 우리한테 총부리 돌리지 않을까?'에 대해 쓴 내용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댓글(35)
서독은 소련이 붕괴한 이 혼란한 틈이 아니면,
[주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통일을 진행할 기회가 없다고 판단]했고 통일을 강행 해버린다
이것도 참 중요한거 같음
하나도 손해 안보고 하나하나 다 이득챙겨가면서 하려고 하면
천년만년 못하겠지
모종의 상황이 되었을때 명확한 목표와 범위를 설정해두고
거기에 맞는다 싶으면 진행해야 할듯
현실적으로 보면 사람들이 우려하는것처럼 바로 남북 국경이 개방되고 생활수준을 똑같이 맞출리도 없긴함.
점진적으로 합쳐지는걸 가정해야되는데, 급진적인 가정하에서 반감이 더 커지는것도 있음.
각을 잡고 합치면 혼파망은 없겠지만
북한 꼬라지 보면 그 각도기가 부서질 거 같아요
정말로 지성이 느껴지면서 옳은 말은 이 글에서 처음 느껴본다
역시 독일 담당일진 이탈리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