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본가에는 스코티시폴드 고양이가 있다.
내가 20대 시절 '2만엔'에 사온 걸로 되어있다.
오랜 세월 고양이를 키우고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농가출신인 아버지는
'모든 동물은 바깥에 있어야지 집안에 가둬두는 건 불쌍하다' 는 생각을 가지신 분이어서
그건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고민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고 아버지가 단신부임을 하시게 되었는데
마침 이 기회에 라며 어머니와 상담을 해서 고양이를 키우기로 했다.
하지만 고양이에 대해서는 초보 그 자체인 둘.
근처에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도 없었고(라기보다 애초에 친구가 둘 다 적었다)
일단 펩샵에 가서 고양이라는 걸 보기로 했다.
거기서 만난 것이 스코티시폴드 고양이, 나중에 몬지로라는 이름을 쓰게 될 고양이(여아)였다.
가격은 20만엔이었다.
나와 어머니는 한눈에 마음에 들어버려서 어머니가 거의 전액 부담&내 용돈을 더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해서 데리고 왔다.
둘 다 들뜬 마음으로 들어왔지만
'역시 아버지한테 보고해야겠지...'
그래서 내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아버지,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어요...'
'뭐, 고양이 키운다고?!'
'응'
'(하아) 그래, 어디서 주워왔는데?'
'아, 주운 게 아니라 샀어요'
'샀다고! 고양이는 안사잖아!'
'아, 응. 그래도 샀어요'
'(하아), 그래서, 얼마줬어'
'이...'
'200엔이냐!'
'(쌍팔년도 아니라고) 아니, 조금 더 위. 이...'
'2000엔이냐!'
'아니, 아니이...좀더...이...'
'뭐야, 2만엔이나 줬다고! 비싸잖아!'
마...말못해.
20만엔이나 줬다고는 절대로...
그런 이유로 몬지로는 2만엔에 업어온 걸로 되어있다.
아버지는 '하아~2만엔이냐...고양이 주제에 고급이네~' 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몬지로는 성장해도 어딘가 나약해보이는 외모라서 아버지가 단신부임중에 집에 오면 항상
'어이, 이녀석 죽을 것 같은데! 어이, 죽는다고 이놈!' 이라고 해서 어머니가 싫은 표정을 지으시곤 했다.
하지만 몬지로는 마이페이스로 나이를 먹어가 이번에 18살 생일을 맞이했다.
정년퇴직해서 70세가 넘으신 아버지는 여전히
'어이, 몬지로. 죽은 거 아니냐!' 라고 해서 어머니를 찌푸리게 하시지만
팔베개를 해주거나 열심히 말을 걸어주거나 하며 귀여워하신다.
몬지로, 생일 축하해.
댓글(33)
매년 아버지는 고양이에게 부활 주문을 걸어주고 있다
확실히 고양이 묘상이 태생적으로 병약하고 시들시들해보이는 생김새네 ㅋㅋㅋ
일본 애완동물 진짜 비싸다
햄그터도 6천엔이더라. 한국대형마트 5천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