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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7/05 01:21 | 추천 41 | 조회 182

최상급 고춧가루 스노우볼링 +182 [23]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57823579


고춧가루 이야기가 나와서 내 경험담을 풀어볼게


나도 장가가고 나서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진짜 좋은 고춧가루는 주부들만의 커넥션을 통해서만


구할수 있는 귀한 물건이야 커넥션이 없음 돈 있어도 못 구해





아무튼 장모님도 본인만의 루트로 은밀하게 구해다 쓰시고 있었는데 


무남독녀 금지옥엽이 어디서 쓸만한 노예를 하나 주워온게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어...


그래... 내가 장가를 온거지...





평생 힘쓰고 골치아픈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이 없던 분에게


막부려먹을 수 있는 사위란 그야말로 도라에몽 


물론 졸지에 도라에몽이 된 나는 살짝 슬펐지만...





암튼 장모님께선 그 은밀히 구해오던 고춧가루가 늘 불만이셨어


같은 집에서 구해도 매년 맛이 들쭉날쭉했던거지





그 이유는 바로 품종


어지간히 대농이 아닌 이상 고추모종은 겨울 끄트머리부터


비닐하우스에서 바닥에 열선깔고 싹을 발아시켜 키워나가야 하기에


보통 사와서 재배를 하는데 동네에 있는 육묘장이 좀 개념이 없어서

(자세히 밝히긴 좀 그렇고... 전철이 다니는 경기도임)


매년 싸구려 품종 그것도 그 해 가장 싼거 아무거나 심어다 파니


맛이 일정할 수가 없던거야 





고추씨 가격이 얼마나 차이나겠냐 하겠지만


싸구려 발아x 마니x 이런건 1립에 3원 꼴인데


비싼 품종은 그 열배 이상도 하거든


물론 비싼게 꼭 맛있는 고추는 아니지만...


그래서 텃밭에 여러 품종의 고추를 조금씩 심어보시더니


제일 취향에 맞는 품종들과 비율을 찾아내심


그리곤 노예를 소환하셨다





장모님: "뫄뫄야 이거 모종 키워줄 집 좀 찾아봐"


본인: "네?"


장모님: "찾으라고"


본인: "네..."




참고로 난 농사의 ㄴ자도 모르는 서울촌놈이다...


아무튼 물어물어 옆 동네에 모종 농가를 찾아서 계약 재배를 맡겼고


이윽고 봄이 되자 난 그걸 심어야 했지...


그래도 진짜 원하시던 고춧가루를 얻으신 장모님은 


모처럼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고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나나 했으나...


어림도 없지 


암...




그해 동네에 고추 역병이 들어서 다른 집들은 농사를 싹 조졌고...


비싼 품종인 우리집 고추만 몸값을 증명하듯 살아남음


그리고 넉넉히 농사지은 고춧가루를 여기저기 나눠줬는데


이게 입소문이 싹 돌음...


그리고 여기서부터 일이 점점 커짐





고추농사를 짓는 집들은 모종 어디서 구했냐 팔아달라


고춧가루 나눠간 집들은 고춧가루를 팔아달라


이렇게 난리가 났던거지


여기서 대박의 조짐을 보셨던 걸까?





연초에 처가에 놀러간 나는 업소용 대형 냉장고만한 


고추 건조기를 발견했어


장모님의 계획은 고추 농사는 때려치고

(애초에 본업이 농사 아니심)


모종들을 농가들에 판매한 다음 그걸 다시 수매해서


고춧가루로 만들어서 판매하겠다는 것이였어





물론 그 계획을 들은 나는 상당히 '언'해피했지만


장모님껜 그건 고려사항조차 아니셨던...


아무튼 본업이 있음에도 무남독녀랑 결혼한 죄로


도라에몽마냥 구른 끝에 그 계획은 초대박이 남


품종부터 직접 골라 믿을 수 있는 고추로 말이지


그렇게 장모님도 나도  돈 벌고 해피하게 끝나나 했으나...


아냐


안끝났어...





고추 모종을 팔다보니 요게 꽤 큰 시장이란걸 알게되심...


마침 동네가 전원주택에서 텃밭 꾸미는 사람들도 많았고


고추모종 덕분에 모종농가도 많이 알게 되었으니


상추부터 수박까지 온갖 모종을 팔아보자 하심





물론 노예는 그 결정에 아무런 거부도 할수 없었어...


그나마 다행인건 내가 프리랜서란거고


그래서 불행인건 내가 프리랜서란거지...





암튼 봄 한철 장사지만 모종 장사는 대박이 났어


물론 노예가 쥐여짜였다는 걸 이쯤되면 다들 알거라 생각해





근데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 아냐...


김장을 담그실때 배추가 맘에 안차시던 장모님은


이번에도 도라에몽에게 배추모종 계약재배를 지시하시고


그렇게 구한 모종을 믿을만한 농가에 계약재배를 맡겼지





그리고 시골이 그렇듯 동네 아주머니들이


다들 모여서 김장을 하는데 맛이 좋다고 소문이 난 거지


자신감 뽕이 차오르신 어머니는 식당을 차리셨어...


같은 메뉴 하는 식당이 같은 군에 두개가 있었는데


싹 망하고 장모님 가게만 남았어 ㅋㅋㅋㅋ





요약하자면 장모님은 최상급 고춧가루를 구하시려다


모종장사와 고춧가루 판매라는 부업과 사업체가 하나 생기심...





집사람이 장모님 판박이인데


집사람이 뭘 하겠다 할 때마다 겁이 덜컥 남


그리고 우리 딸래미를 볼때마다 


어떤 불쌍한 새끼가 다음 타자가 될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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