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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사용.. | 20/09/30 03:07 | 추천 0 | 조회 828

생애 두번째 수술 후기 (장문) +703 [8]

SLR클럽 원문링크 m.slrclub.com/v/hot_article/813904

첫번째는 25년여전 받은 포경수술이었고
이번엔 편도+코골이+목젖 수술이었습니다.

편도결석이 알수없는 입냄새를 유발하는게 엄청나게 큰 스트레스였고,
거울앞에서 면봉으로 편도를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결석을 찾아내면 다행히도 알수없는 공포스러운 입냄새는 사라졌지만 찾지 못할 경우는 며칠이고 신경이 쓰여서 대인관계 할때도 소극적이게 되더라구요.

코골이는 어릴때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였습니다. 학교에서 각종 야영이나 수련회 등을 하면 제가 코를 고는 바람에 친구들이 밤잠을 설치고, 고속버스나 비행기탔을때 자면 코 골다가 제 코고는 소리에 놀래서 깨보면 사람들이 저를 처다보고 있는...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혼 8년차 와이프랑 같이 잔적이 손꼽힙니다. 아이 출산하고 나서는 아예 없었네요. 처음엔 너무 서운했지만 호기심에 녹음기 켜놓고 자보았는데 진짜 시끄러워서 서운하게 생각했던 제 자신이 한심(?)하더군요.

아무튼 용기내서 코로나19로 인해 어디 가지도 못하는 추석에 그동안 참아왔던 수술을 하자! 라고 마음먹고 한달전부터 예약을 잡았습니다. 예약하고 수술 한 4일전까지는 아무 걱정이 없었는데, 막상 4일전에 전화가 와서 수술 전날 자정부터는 아무것도 먹지말라는 당부의 말을 듣고나니 이제서야 현실에 직면하게 되더라구요.

진짜 겁이나서 수술을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고, 얼마전 편도수술 하다 사망한 아이의 뉴스기사를 접하고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어서 3일동안 뜬눈으로 밤을 지새거나 수면제의 힘을 빌려 겨우 잠들었습니다.

대망의 수술날, 아침 10시에 수술이라 아침부터 서둘러야지 했는데 막상 아침밥도 못먹고 물도 못마시니 준비라곤 씻고 옷입는것밖에 없어서 병원에 한참 일찍 도착하니 더 긴장되더군요.

10시 땡 하면 수술을 시작하려는지 간호사가 수액과 무통을 달아주고 준비를 합니다. 그리곤 수술이 시작됩니다. 수술시작을 하며 편도에 국소마취를 하는데 입 안에 주사기를 꼽는다는게 상상이 안되었지만, 막상 주삿바늘이 얇아서 그런지 따끔 하는 정도였습니다. 목젖 할땐 욕나오게 아프긴 했지만요.

수술은 한시간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수술하면서 제일 아팠던건 아마 혀를 고정시키는 설압자가 제 잇몸을 누르는 통증이었던것 같고, 제일 견디기 힘들었던건 제 몸의 일부가 타는 냄새였습니다. 진짜 생전 처음 맡아보는 지독한 악취였습니다. 사람 살이 타면 당연히 고깃집 냄새가 날것 같았지만 제가 아는 한우 투뿔이나 삼겹살과는 차원이 다르게 지독하더군요.

한시간의 수술이 끝나고 의사선생님이 수술 잘 되었다고 해주실때 엄지를 척 꺼내보였더니 멋쩍게 웃으시며 자리를 비우십니다.

저는 회복실로 가서 간호사선생님으로부터 통증이 아프면 무통주사 사용방법을 설명듣고 몇시간 누워서 경과를 보고 귀가하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마 여기서부터 불편함이 시작된것 같습니다. 침이 어찌도 이리 많이 나오는지 자꾸 목에 침이 고이는 느낌이 들어 5초 간격으로 꼴깍꼴깍 삼켜야했습니다. 별 다른 통증은 없고 한 서너시간 지나니 마취가 확실히 풀렸다는 느낌이 들었는데도 그냥 편도 심하게 부었을때 정도의 느낌이라 참을만 했습니다. 일정 시간이 경과하고 의사선생님이 수술부위를 체크하고 귀가 오케이 사인을 받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와이프는 제가 본인때문에 수술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집에 오자마자 와락 안아주며 눈물을 글썽이며 고생 많았지? 하고 물어보고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채 지켜보았습니다. 병원에서 설명 들은대로 아이스크림을 붓기 제거를 위해 먹어줍니다라고 핑계대고 미리 사두었던 하겐다즈 파인트를 혼자 앉은자리에서 다 먹어버려야지! 했지만 몇숟갈 못뜨겠더군요.

그리곤 무언가에 집중하면 아픔도 못느끼겠다는 생각에 인스타그램도 하고 유투브도 보고 하다보니 초저녁부터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새벽 2시쯤 되니 잠에서 깨버렸는데 코를 안골고 자서 그런지 무척이나 머리는 상쾌합니다만 목이 무척 불편합니다.

그리고 평소 습관처럼 물을 꺼내 마시는데 급하게 마시니까 코로 다 나와서 엄청 당황했습니다... 의사선생님 말로는 무통주사 끊고 나면 무지 아플거라고 하시는데 다행히도 내일 팔로업 하러 가면 하나 더 달아주시겠다고 하셔서 천만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술을 하고 불편한것들을 겪으니 내가 잘한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결국엔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앞에 어떤 고통과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진 몰라도 아직까지는 지긋지긋했던 편도결석과 저를 부끄럽게 했던 코골이로부터 해방시켜준것 만으로도 충분히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이 안오는데 딱히 할게 생각이 안나 자게에 이런 장문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자유롭게 댓글들 달아주시고 대화나눠주시면 아침이 일찍 올거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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