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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이드.. | 20/07/10 11:55 | 추천 16 | 조회 143

사이버 역사학자의 스카이림 건국신화 읽기.skyrim +143 [4]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47899782

 

스카이림은 매우매우 무서운 곳이고, 그렇기 때문에 쳐죽여야 될 것들도 많지만,

 

항상 무언가를 죽이는 게임 플레이는 지루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오늘은 사이버 역사학자가 되어 스카이림의 건국신화에 대한 독해를 하도록 하겠다.

 

 

 

스카이림을 해보면 다들 알겠지만, 스카이림이 노르드들의 땅이 된것은 건국시조인 이스그라모어가 주도했던 평화로운 정착이 스노우 엘프들의 공격으로 도시가 함락되서 주민들이 학살당하는 것으로 실패하고,

 

그 뒤에 이스그라모어는 아트모라(엘더스크롤의 북극에 해당하는 대륙. 원래는 푸른 초지가 펼쳐진 노르드의 고향대륙이였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서서히 문명이 절멸하였다.)로 돌아가 500인의 전사들을 모아 귀환하여 스노우 엘프 문명에 대한 절멸전쟁을 수행한는 것이 그 계기이다.

 

근데 이 시대에 직접 쓰여진 역사기록이 단 하나도 없고 (멸종당한 스노우 엘프 기록은 남아있는게 없으며, 노르드들은 전쟁이 끝나고나서야 문자가 처음 생긴다.), 고고학적 연구도 일천하여 엘더스크롤의 여러 시대 중에 알려진게 거의 없는 시대이다.

 

 

일단 로어상으로는 이 시기를 "귀환의 시대"라고 부르는데, 이 시기는 대략적인 연대도 들쭉날쭉한 아주 미스터리한 시대이다. 정말로 아는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

 

사실 그도 그럴것이, 메인퀘스트에서 '알두인이 격퇴된 전설적인 사건'이라고 언급되는 드래곤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참 전에 벌어진 일이니 뭐가 남아있을리가 있는가.

 

그래도 아주 기록들이 없는건 아닌데, 스노우 엘프 군대가 전멸당했다고 알려진 '무어스링 고개 전투'를 묘사한 'Fall of the Snow Prince'라는 책과, 

 

이스그라모어가 스카이림으로 돌아온 뒤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기록한 Song of the Return라는 책 56권 중에 살아남은 단 5권들이 귀환의 시대를 다루는 거의 유이한 기록물들이고,

 

이 책들을 통해 귀환의 시대에 대한 몇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1. Song Of the Return에 따르면,윈드헬름은 스노우 엘프 포로들을 조교한 다음 지은거다. 이 과정에서 엘프 포로들 존나 많이 죽었다.




2. Fall of the Snow Prince에 따르면 눈의 군주가 묻힌 졸게이르? 졸제이르? 묘지는 눈의 군주에게 감명받은 이스그라모어가 지시해서 노르드들이 지어준거다.


기록에 따르면 그냥 무덤만 지어준게 아니라, 비단에 싸주고, 온갖 금은보화들을 부장품으로 내어주기도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아마 스노우 엘프들을 보이는 족족 학살하고 다닌 이스그라모어 한테도 눈의 군주가 어지간히 인상적이였나보다.



 

 

3. Song Of the Return에 따르면, 이스그라모어의 군대는 특이하게도 배의 선장과 선원들로 편제가 구성되어있고, 호칭도 일관적으로 선장과 그 선원들이라는 식으로 부른다.


"누구누구의 부대"라고 부르는 대신의 "누구누구의 선원들"(Crew)이라고 부르는식이고, 일반적인 군대에서 장교급이라고 불릴만한 전사들은 '선장'(Captain)이라고 불리는식.


당연하지만 이는 아트모라에서 배를타고 들어왔다는 것을 십분 반영한 호칭이다.





4. Song of the Return에 따르면 이스그라모어는 절대적인 지휘권을 가진 장군이라기 보다는, 단지 선장과 그 선원들로 구성된 자발적인 전사단들의 연합체 중에서 가장 명망높고 잘싸우는 사람이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달리 말하자면 선장들 중에서 가장 명망이 높은거지, 권위를 가진건 아니라는 소리.

 

 

이걸 어떻게 알수 있냐면, 일단 Song of the Return에서 눈의 군주가 격퇴된 이후에 이스그라모어의 지시를 계속 따르는게 아니라, 각 배의 선장들이(이 모임을 책에서는 "Circle of Captains"라고 부르는데, 100% 현대 컴패니언즈 Circle의 어원인듯 함.) 알아서 자기 휘하의 선원들을 인솔해서 활동하기로 동의하고 뿔뿔히 흩어진다.

 

한 문명의 군대를 언덕을 기어올라가면서까지 개박살낸 엘리트 전사집단이, 승리한 뒤에 '이제 우리 그냥 알아서 살고 빠이빠이합시다'라고 흩어진거다. 아주 자연스럽게. 여기에 이스그라모어가 딴지를 걸었다는 기록도 전혀 없다.

 

 

이 뒤에 엘스웨어나 블랙마쉬에 가본 선장도 있으며, 뿔뿔히 흩어진 수많은 전사단들 중에 "요바스커"라는 배의 선장과 선원들은 화이트런을 처음 세우기도 한다. 즉, 이스그라모어 시대의 스카이림은(그리고 아트모라는) 부터 딱히 수직적인 지휘체계가 잡혀있는 군사문화가 있었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역사적 사례가 없는게 아닌데, 예를 들어서 로마의 성립 초기에 이탈리아에는 수많은 독립된 전사단들이 특정 국가에 소속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전쟁을 수행했고, 이 도시, 저 도시에 용병으로 활동하는 식으로 소속도 자주 바뀌었다.


이와 비슷하게 그리스 신화의 테세우스나 헤라클레스 같은 "영웅"들도 사실은 독자적인 전사단을 이끌고 다니면서 무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였던게 아니냐 하는 추측도 있다(이런 추측은 영화 트로이에 잘 묘사된편임).


로마에서는 전사들이 정착하면서 '파트리키'라는 귀족집단을 형성하고, 전사들의 무력에 의지하며 보호를 받는 '클리엔테스'(영어 클라이언트의 유래)라는 집단들과 한꺼번에 정착했는데. 아마 스카이림에서도 비슷한 과정으로 500인의 컴패니언즈들이 지배층이 되었을거라고 추측가능하다.




즉, 처음에는 500인의 컴패니언즈들이 뿔뿔히 흩어지면서 자유롭게 먹고살다가, 나중에가서 새롭게 도시를 세우거나, 이미 세워진 도시에 정착하면서 귀족이 되었을거고, 거기에 의지하는 집단들이나 아니면 나중에 유입된 이주민들이 평민이 되었을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화이트런에서도 가장 부유한 두 가문이 컴패니언즈랑 엮여있으며, 컴패니언즈들과 자신들의 시조와 엮여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5. 4번 항목에서의 추측에 기반해볼때, 아트모라의 사회상도 어느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일단 아트모라는 상시 내전이 벌어지는 지역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앞서 묘사된 컴패니언즈의 선장을 중심으로 한 조직성격과 같이 생각해볼때 매우 의미심장하다.


왜냐면 역사적 예시로 든 고대 로마의 전사단들이 가장 잘했던게 약탈이였고(당연히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도 포함되는거), 로마군이 나중에 소부대들의 유기적인 협동을 강조하게 된것도 사실 제대로된 군대가 되기 전에 전사단 시절부터 약탈을 잘하려고 부대를 잘게 쪼개놓고 풀어놓는걸 잘해서 그런거 아니냐는 추측도 있기 때문이다.


즉 아트모라의 내전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대로 국가가 분열되어서 정규군끼리 벌이는 전쟁이라기 보다는, 소규모 전사단들이 자기식솔들으 보호하는 가운데 이산집합하면서 말그대로 서로 끊임없이 싸우는 개막장상황이였을 공산이 크다. 달리 말하자면, 아트모라에는 잘 조직된 정부가 없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하다.



 


이게 왜 의미심장하냐면, 이런 형태의 전쟁은 정말 말할수 없을 정도로 사상자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잘 조직화된 군대끼리의 전쟁이 사상자 '숫자'는 더 높다. 근데 문명화된 정규군끼리의 전쟁은 사상자를 최소화하기위한 제도적 체계들과 전쟁을 적절히 끝내기 위한 외교적 노선들이 마련되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이런 형태의 무제한적 전쟁은 상대방 집단을 완전히 제압할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격하고 잔인한 전쟁수행방식이 선호되는 경우가 많다. 말이 과격하고 잔인한 전쟁수행방식이지, 달리 말하면 비전투원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과 학살이 일상이라는 뜻이다.



(1996년 Lawrence H. Keeley가 쓴 'War Before Civilization'에 수록된 각기 다른 기술수준을 지닌 집단들에서 전쟁으로 사망한 성인 남성의 비율)

 

 


실제로 태평양의 원시부족들 간의 분쟁을 연구한 인류학자들의 기록들을 보면 전쟁과 그로 인한 후폭풍으로 한번에 한 집단의 90% 이상이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고, 아트모라는 날이 갈수록 기후변화로 살기 힘들어지는 곳이였으니 이와 비슷하거나 훨씬 더 심한 말도 못할 수준의 절멸 전쟁이 수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걸 생각해보면 도데체 왜 이스그라모어 같은 인간이 아트모라에서 못버티고 스카이림으로 이주하려고 했는지 추측이 되고, 프로토-노르드들의 사회상이 얼마나 잔인했을지, 왜 드래곤 교단에 인신공양에 대한 암시가 엄청나게 많은지도 추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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