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자 배틀물 소년만화인 헌터x헌터에 등장하는 초능력은
넨 능력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이게 일반적인 능력자물의 능력과는 달리 순수하게 인위적인 능력으로서 기능한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능력 자체가 능력자가 작위적으로 만든 것이며 능력자 본인을 극명하게 대변한다는 것이다.
일단 능력을 개화하는 과정부터가 그러한데
대부분의 능력자는 능력을 자기가 직접 '계획'하고 '설계'한다.
무슨 자연적인 능력이 아니라 인간이 직접 설계하는 능력이니 당연히 인위적으로 작동할 수 밖에 없다.
넨 능력은 개인마다 타입이 존재하지만 그건 복잡하니 지금은 넘어가고,
개개인의 심리와 취향, 그리고 개성에 따라 갈린다.
그에 맞는 능력을 개발해야 더욱 효율이 좋다.
주인공은 단순히 가위바위보가 존나 좋아서 능력도 가위바위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심지어 가위바위보를 할 때 외치는 구호인 "시작에는 주먹~"도 절대로 빼먹지 않고 외친다.
능력자 배틀물에서 당연한것 처럼 보이지만 누가 봐도 비효율적인 필살기 구호는
오히려 주인공의 능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손가락으로 넨탄을 쏘는 능력자 프랭클린. 손가락을 자르면 넨탄이 더 세질거라 생각해서 실제로 손가락을 잘랐다.
딱히 그 둘에 연관성은 없지만 그의 믿음으로 인해 넨탄은 더 강해졌다.)
넨 능력이 설계로서, 즉 능력자의 의도와 계획으로 작동하는 점은
넨 능력의 제약과 서약이라는 특징 떄문이다.
넨 능력은 더 큰 부담과 리스크를 규칙으로 세울 수록 그 위력은 훨씬 강해진다.
리스크가 적은 능력은 훨씬 적은 능력을 발휘한다.
이 리스크란 능력자의 심리적인 면에도 크게 달려 있다.
곤은 스스로 불리할 걸 앎에도 굳이 가위바위보 구호를 고집함으로 단순한 응용기에 불과한 기술이 더욱 강력해지는 결과를 보여줬다.
예를 들어 유게이가 능력을 만들 때 제약을 연애를 계속 못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했다면
그 능력은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보다도 못한 위력을 자랑하겠지만
앞으로 평생 딸을 치지 않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엄청난 능력이 나올 것이다.
넨 능력이 능력자를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 중 하나가 웰핀이다.
웰핀은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믿지 않는 성격의 인물이다.
속이 가장 시커먼 녀석이고 절대로 솔직한 말을 하지 않으며
늘 가식과 꼼수, 겉과 다른 본심으로 무장한 악당이다.
이제 그의 성격을 알았으니 능력을 알아보자.
그의 능력의 이름은 '미사일 맨'이다.
미사일맨을 사용하면 웰핀의 등에서 상어 미사일이 나타난다.
웰핀은 여기서 미리 -하지 않으면 쏘겠다. 반격하면 쏘겠다를 선언해야 한다.
그에 응하지 않으면 미사일을 발사한다.
그 미사일을 맞으면 상대방의 체내에 '검은 지네'라는 생물을 심는다.
검은 지네가 심겨진 숙주는 웰핀한테 대항하거나 적개심을 품을 경우
체내에서 엄청난 고통을 주며, 적개심이 강할 수록 고통은 강해지고 살해할 의도를 품을 경우 숙주를 죽인다.
그리고 검은 지네는 한번 심어지면 절대로 제거할 수 없다.
애초에 제거할 수 있도록 웰핀이 능력을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능력은 그 능력자를 반영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모든 능력자가 자신의 능력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본인을 완전히 다 알지 못하는 것처럼 능력자 본인이 능력을 완벽히 알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검은 지네는 사실 웰핀 본인도 모르는 제거 조건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웰핀이 계속 솔직한 말을 하는 것.
웰핀이 진실을 말하면 검은 지네가 오히려 고통스러워하며 숙주의 고통은 사라진다.
점점 솔직한 말을 훌훌 털어놓으면 검은 지네는 죽어 사라지고 만다.
웰핀은 본심을 절대 말하지 않는 음흉한 거짓말쟁이였고 능력도 그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여
상대방을 자기 멋대로 고문하고 부려먹을 수 있는 지독한 능력이 되었다.
하지만 그 성격 때문에 반대되는 속성이 본인 능력의 약점으로 무의식적으로 반영이 된 것이다.
솔직하지 못하고 늘 거짓을 말하는 사람으로서 받는 압박감이
솔직하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면 능력이 해제되는 약점으로 작용했다.
넨 능력자에게 경험과 숙련도가 중요한 이유가 이 것이다.
자신의 능력 또한 빠른 시간 안에 파악해야하기 때문이다.
복잡할 능력일 수록 자신이 모르는 변수가 많아진다.
웰핀의 경우에도 자기의 능력이 역이용당해 오히려 자기가 적에게 정보를 술술 불어주는 상황을 낳았다.
헌터x헌터가 재밌는 이유 중 하나는 능력이 단순히 배틀의 수단이나
능력자의 성격을 반영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서
능력자 자체를 대변하는 하나의 캐릭터로서 작용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능력에 대한 설정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예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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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4)
글쓴이 설명 잘하네
로망이 왜 로망인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지
능력의 강력함과 그 리스크를 잘 살린 좋은 설정이지.
솔까 개미편 마지막은 존나 슬펐다...
넨 설정이 재미있고 치밀한만큼
아르카 능력
소원들어주고 엉뚱한사람죽이는 등.신같은 설정이 개욕처먹은거
보통 소년만화들은 에피소드 진행될 때 마다 기존과는 색다른 전개를 보여줘서 독자들한테 신선함을 주는데
헌터는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되면 기존 넨 설정만 유지하면서 아예 장르가 바뀜
천공격투장편은 전형적인 이능력배틀물, 요크신편은 느와르물, 그리드아일랜드는 어드벤쳐게임 등등 끊임없이 다양한 내용에 도전하는 것도 대단함
재미라도 없던가
이제 연재만 하면 완벽헌건가
고레이누가 고양이 평생 못만지는 조건으로 짐승에게 절대적으로 이긴다는 능력을 쓸때에는 바지가 축축해졌지...
의지가 능력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이 매우 그럴듯해서 좋음. 소년 만화에 주로 나오는 위기의 순간에서 발휘되는 힘이라던가 목적 실현에 대한 절박함이 실제 퍼포먼스로 반영되는 걸 걍 작가 버프가 아니라 세계관 내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잇으니까. 그리고 그런 제약과 서약에 자신의 목숨을 내거는 자체가 등장인물의 심리를 보여주는 연출이 되기도 하고.
아무튼 크라피카랑 환영여단 어떻게 되는지만 좀 거기까지만 연재해줘요
흔하게나오는 육체강화계도
정말잘어울리는 우보긴이 잘보여줫음
토가시가 이야기의 설정 졸라 치밀하고 합리적이게 짜면서 동시에 엄청재미있게 푸는 능력이 가히 천재적인데....
대신 이 천재적인 능력아리는 메리트를 가짐과 동시에 허리통증과 게으름이라는 디메트리도 가지고 있어
마치 본인 자체가 넨능력자 인거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듬..
달리 말하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
설정면에서도 작가마음대로 이때는 이래서 이렇게 되었다 하기 쉬울듯
왜 모든 능력을 개발하지 않고 한 우물만 파는지. 사람마다 자기 능력의 특성이 다른지를 매우 체계적이고 설득력 있게 작중에서 연출하고 있지.
특히 제약과 서약 매력이 엄청난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