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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몽키.. | 18/11/14 17:10 | 추천 69 | 조회 2566

윤수씨가 차후라도 볼까 싶어서... +316 [36]

보배드림 원문링크 https://m.bobaedream.co.kr/board/bbs_view/best/187323


 
 


어제 고된 몸을 이끌고 일찍 잠자리에 든지라 상황을 실시간으로 접하지는 못히고


오늘 아침에 보배에 또 하나의 큰 일이 벌어졌던걸 알게 됐는데


일단 거두절미하고 죽지 않고 살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운 모든 보배 형님들께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구요.


너무 놀란 나머지 정황을 좀 더 정확히 알고 싶어서


윤수씨와 관련 된 글들을 하나하나 찾아 읽다보니 하고 싶은 말이 생겨 몇마디 적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저는 85년생 올해 34살 남자입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15년 넘는 시간을 휠체어에 앉아 생활한 지체장애 2급의 장애인이며


스무살이 되던해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병원에서 서른살을 넘기기 힘들거라는 시안부 판정도 받았었죠.


병명 조차 없는 후천성 희귀 근육병 환자고,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없는 병과 싸워가며 정말 많은 고생을 해왔습니다.


다리 근육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제 몸을 잠식해가는 병마와 수십년을 치열하게 다퉈야 했고


시간이 갈수록 상체, 그리고 내부 장기의 기능까지 방해하는 근육 강직탓에


스스로 숨을 쉬기도 어려운 지경까지 이뤄서


몇분간 자가호흡을 하지 못해 얼굴이 샛보라색이 될 때까지 숨을 쉬지 못하다가


정말 죽기 직전이 겨우 한숨을 크게 내뱉으며 살 만큼 상태가 심각했었습니다.


20대 중반의 다 큰 성인이었음에도 스스로 씻거나 배변을 해결하거나 식사를 하거나 옷을 입거나 하는


아주 기본적인 생활조차 불가능해서 꼭 누군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구요...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정말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근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단 하루도 의미없는 하루를 보낸 적이 없었습니다.


남들 눈에는 그저 다 죽어가는 산송장 같았겠지만


그런 몸을 이끌고도 저는 쉬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다녔습니다.


육신이 내 말을 듣지 않으니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다녔고


키보드 하나 제대로 누르지 못하는 손으로 혹은 입에 문 젓가락으로 키보드를 쳐가며


남들보다 30배이상 느린 속도로 하루 18시간씩 타이핑을 해가며 출판사 타이핑 알바를 했었고


그렇게 하루 18시간이상 일해가며 한달에 30~40만원을 받아도


그저 너무 행복했었습니다.


정말 작은 돈이지만 최소한 내가 번 돈으로 내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었고


어머니 생활비에도 작게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니까요....



저희 어머니는요.


생활력 제로에 가정에 전혀 관심없는 아버지를 만나 스무살에 결혼을 하셨고,


그해 저희 누나를 낳았고, 스물두살이란 정말 어린 나이에 저를 낳으셨으며


능력없는 아버지 대신 모든 경제 활동을 이어오시다가


32살이란 정말 창창한 나이에 위자료 한푼 없이 아버지와 이혼하여


누나와 저를 부족함 없이 키워내신 정말 강한 여자이자, 최고의 어머니셨습니다.


합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다 하시던 원더우먼이었고,


정말 악착같이 살면서 저희를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몸이 불편했던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수년간 정말 온갖 수모를 감수하며 번 돈을 제 병원비로 다 쓰는 것도 모잘라


빚까지 내가며 작은 희망이라도 보이면 항상 저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셨고


평범하게 키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장애인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로의 진학을 위해


교무실 한복판에서 무릎까지 꿇어가며 사정사정하던 분이셨지요...



그렇게 어머니는 저 하나만 바라보며 정말 열심히 저를 키우셨는데...


그런 어머니를 곁에 두고.. 저는 제 손목에 칼을 들이댔었습니다...


자고 싶은데.. 하루라도 좀 편하게 자고 싶은데..


내 의지와 정반대로 움직이는 근육의 강직 탓에 맘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고...


힘겹게 잠에 들어도 매일매일 꿈속에서 저승사자를 만나야 했고...


지금 잠들면 다시 일어나지 못할거 같다는 엄청난 공포감에...


두 눈이 좀비마냥 새빨개지면서도 몇일 밤을 억지로 버티던게 그 당시 반복되는 일상이었거든요...


어차피 병원에서도 서른살을 넘기기 힘들거라고 했는데...


가족들한테 피해주면서 송장처럼 살바엔 5년 일찍 가는게 맞는거란 미련한 생각 또한 매일매일 했었구요...


그렇게 마지막이길 바랬었는데 그렇지 못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제 옆에서 서글피 울고 있는 가족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부둥켜 안은채 어찌나 많이 울었던지... 그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숨이 끊켜서 차갑게 식더라도 내 곁에만 있다면 어떤 고생을 해도 웃을 수 있다던 어머니의 말씀...


그 말을 들은 날 이후로 저는 생각을 180도 바꿔먹었고,


결과적으로 서른살의 시안부를 넘겨 34살이 된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꿈? 희망?


그런건 상상에서나 가능한거라고 생각했고, 하루하루가 그저 지옥이었던


제 인생에 말도 안되는 기적이 찾아왔거든요.



25살에 어떻게든 살아보자 라는 단 하나의 생각으로 다시 병원을 찾았고,


5년이 넘도록 못봤던 주치의 선생님을 보자마자 인사도 하기 전에 내뱉은 말이


"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살아야 해요..." 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저를 담당하셨던 의사 선생님은 이미 아무 방법이 없다고 단언하셨었지만


간절한 제 부탁에....


"그래... 뭐라도 해보자..." 라고 말씀하셨고


3일 뒤에 병원에 입원하여 저와 조금이나마 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먹는 약을


매일매일 하나씩 직접 먹어가며 효과를 확인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거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으니까요...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온 몸에 두드러기가 생기기도 하고...


하루종일 토하기도 하고...


틱 장애 증상이 생기기도 하고...


그러면서 난 진짜 안되는구나.. 나에게 진짜 희망은 없는거구나.. 라는 절망이 점점 가까워질 때쯤


정확하게 퇴원을 2일 남겨둔 날,


아무 기대없이 먹은 약에 의해 제 몸에 변화가 느껴졌고,


정말 기적과도 같이 그 약을 먹은 뒤로 저를 괴롭히던 모든 강직 증상들은 완화되었고,


물리적인 수슬이나 치료 없이 그 날 이후 다시 걷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기적이었죠...



물론 15년간을 걷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근육은 퇴화 될 때로 퇴화되어 있었고


앉은 자세로 자라버린 뼈들의 기형 때문에 바로 걷지는 못했지만


나를 정말 지독하게 괴롭히던 강직이란 놈에게 탈출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마치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습니다. 



그뒤로 정말 눈물 흘려가며 고통스러운 재활에 집중했고


조금씩 굵어지는 종아리를 위안삼으며 상상하기 힘든 고통들을 견텨냈으며


1년 뒤 저는 그디어 스스로 혼자 걷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8년 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얼마전 홈플러스에서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동창이 묻더군요...


어떻게 그렇게 다시 걷게 되었냐고...


우리는 너가 죽은지 알았다고...


지금의 너 모습이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고...



그 친구에게 제가 대답했습니다...



"어머니 때문에 포기 할 수 없었다고..."


"어머니 때문에 나는 살아야만 햇다고..."


"그것만이 나를 다시 걷게 만든 유일한 희망이었다고..."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어려움을 갖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다른 이가 말하는 어려움이 자신한테 와닿지 않을 수도 있고...


공감하기 힘들 수도 있으며...


그 어떤 위로와 격려에도 세상 가장 힘든건 나라고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희망 섞인 말이 그저 희롱 혹은 조롱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기적이라는 말이 가장 심한 욕처럼 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제가 그런 삶을 살았으니까요...



근데 저는 이제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기적? 기적이란거... 그거요.


그리 거창하고 대단한거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내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 나한테 가장 소중한걸 찾아서


그것을 위해 죽기 살기로 노력하면 돼요.


그 자체가 기적이에요.



윤수씨... 한낱 장애인으로 보일 수 있는 제가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8년 더 살아 온 사람으로써 한가지만 부탁할께요.



그냥 사세요...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사세요...


그냥 하루하루 속 된 말로 좃 빠지게 노력해서 살아주세요.



당장의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 초라하게 보이지 않을까 라는 그지같은 생각으로


좋은 직장?


근사한 일?


멋진 차?


그런거 쫒으려 하지 마시구요.


남들이 우습게 생각하는 일 일지라도 당장 내가 할 수 있는거 뭐든지 해가면서


"나 이미 죽었다..."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주세요.



일면식도 없는 제가 하는 말들이 꼰대 같이 들릴 수도 있을테지만...


부디 두번 다시는 후회 할 짓하지 말고


소중한 것만 바라보며 치열하게 살아주세요.


가족들 생각하고, 친구들 생각하고, 당신 하나 살리겠다고 노력한 모든 사람들 생각해가면서


좃 같고, 드럽고, 치사하고, 힘들어도 치열하게 살아주세요...





그게 기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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